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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시워터파크 님, 북마녀 님
그렇게 박예림은 대공성에 입성했다. 사용인들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갑자기 앞마당에 눈보라가 치고, 불길이 일더니 뜬금없이 대공이 여자를 데리고 온 마당이니. 그러나 그들은 침착하게 굴었다. 한유현은 한쪽 눈썹을 올리며 박예림에게 중얼거리듯 물었다. “결혼은 아직 이르지 않나.” “그럼 약혼부터?” “확실하게 해. 먼저 약혼을 하고, 형을 구하게 되면...
“거절로, 여겨지지 않았나 본데.” 우연인지 막 밖에 혼자 나와있던 한유현을 마주쳤다. 한유현의 낯에 조금 머뭇거리는 기색이 스친다. 그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머뭇거리는, 이 아니라 불쾌해하는, 인가. 박예림이 망설이며 한 발짝을 더 내딛었다. 상상 이상으로 북부 날씨는 혹독했지만, 빙과 수 속성인 8서클 마법사에게 이정도는 오히려 기꺼웠다. 순...
“쿨럭, 아, 흐.” 또다. 또 다시 시작된 열여덟 살의, 아침. 박예림은 어린 아이답지 않게 미간을 좁히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번이. ‘네 번째, 였지.’ 삶은 반복된다. 그러나 어디서, 누구로, 어떻게 태어날지를 영원히 모르기때문에. 죽음은 단지 기억의 삭제일뿐이고 탄생은, 새로운 시간. 그러나 박예림에게는, 망각이란 없었다. 새로운 시간이 아닌, 반...
“이건 네 목숨과, 내 목숨을 걸고 하는 게임이야.” 박예림이 이를 아득 물었다. 한유현은 느긋하게 웃으며 볼을 쓸어내렸다. 방 안에는 둘밖에 없었고, 탁자에는 와인 두 잔과 와인병. 약간의 안주와 리볼버가 놓여 있었다. 벽은 삭막하기 그지 없는 잿빛이었다. 약간의 한기. 그러나 한계치까지 달아오른 긴장으로 인해 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던전 ...
언덕에 내린 눈이 녹고 새싹이 피어나던 봄. 생명은 절절하게 끓었다. 편지를 읽고서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 건지, 방에 있던 한유현은 가끔씩 나와서 벽에 기대어서는 앉아있는 둘을 가만히 보다 들어갔다. 이름하야 변화의 계절이었다. 불편했으나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다.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날씨가 따뜻했다. 그러나 저택을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유현...
그 해 겨울은 유달리도 추웠다. 겨울 초에는 두툼하게 둘러입고 밖에 돌아다니며 놀기도 하다, 결국 한유현의 생일 즈음 되어서는 집 안에만 박혀있어야 했다. 언덕 위의 저택은 추웠고, 사방이 눈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벽난로 앞에만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는 박예림. 그리고 그를 바라보는 한유현. 손에 쥔 머그잔은 따뜻했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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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년도 안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던 일들. 박예림의 남편이 죽었다. 멀리 여행을 다녀온다더니 영영 돌아오질 않았다. 몇 주 지나지 않아 강가에서 시체가 발견되었다. 사고사로 판명되었다. 박예림은 한유현의 짓이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증거는 없지만. 그리하여 아이가 딸린 여자를 혼자 살게 할 수는 없다는 한유현의 헛소리 하에 박예림을 원래 집으로 돌아오...
한유현과 박예림은 침묵 속에서 식어버린 차를 들이켰다. 한유현은 잘 자라는 인사를 남기고서는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파악이 되지도 않았다. 박예림이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도 고작해야 두어 시간이었다. 그런데 네가 그 새끼 아이를 가졌다고. 돌이킬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한유현이 박예림의 옆에 정식으로 설...
비가 오는 밤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서늘하고 어둑한, 어딘가 음습한 분위기를 풍기는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발을 들였다. 골목 사방을 둘러보아도 불이 켜져 있는 술집은 딱 하나였다. 그 불빛을 향해 걸어갔다. 그 곳은 아주 시끄러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추웠다. 문을 열면 따뜻한 공기가 훅 끼쳐올 거라 생각한 나는 아쉬움을 감추...
한유현이 사랑했던 두 사람이 모두 한유현을 남겨두고 죽었다. 한유현은 모든 것을 불살라버리고 스스로를 태우려 했다. 그가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러니까 박예림이. 한유진이. 두 사람이 늘 습관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있잖아 네가 계속 살아갔으면 좋겠어. 그래서 한유현은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의 말이 다정해서 그걸 버릴 수가 없었다. 한유현은 미련한 사람이었...
언제나 서로의 몸에서는 다른 사람의 향이 풍겼다. 그 사람은 한유현과 달리 자신에게 잘 웃어주어서. 그 사람은 박예림과 달리 자신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어서. 그러한 이유를 대면서, 그들은 일부러라도 꼭 서로를 만날 때면 다른 사람의 흔적을 남긴 채로 왔다. 누구나 그들을 보면 한결같이 입을 모아 말할 것이다. 어딘가 어긋나있다고. 제정신이 아니라고. 더할 것...
“가끔 보면 당신이, 정말 나를 사랑하는지 의문이 들어.” 한유현은 제 옆에서 무표정하게 몬스터를 살육하고 있는 박예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작은 중얼거림에 불과했지만, S급의 청력은 그것을 잡아채 들을 수 있었다. 한유현은 나오지도 않는 헛웃음을 지어가며 제게 덤벼드는 몬스터에게 스킬을 썼다. 몬스터는 금방 까맣게 타서 죽어버렸고, 한유현에게는 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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