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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아 님, 이삭(이단하) 님
급한 굶주림을 채우고 방으로 돌아가려던 해리는 거실 앞에 서서 걸음을 멈추었다. 당연히 방으로 돌아갔을 거라 생각했던 스네이프가 여전히 거실에 남아 있었다. 복도에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을 테지만 스네이프는 깊은 생각에 빠져 있어 이를 듣지 못한 건지 계속 벽난로만 쳐다봤다. “주무시러 가신 줄 알았는데.”, 그의 시선을 끌기 위해 목을 가다듬은 해리는 불...
초록색의 즙을 몇 방울 만들어낸 스네이프는 해리의 팔을 붙잡고 저주의 각인에다가 즙을 떨어트린 뒤 엄지로 살살 문질렀다. 해리는 맨살에 닿는 손길이 낯설면서도 따뜻했던지라 어깨에 힘을 빼고 그에게 팔을 맡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인의 색이 연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스네이프는 붙잡은 팔을 놔주며 해리에게 건 마법을 없앴다. “다행히도 저주는 아직 안 퍼...
조금 전에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해리는 입안이 바싹 마르는 걸 느꼈다. 어떻게 말을 시작하면 좋을까. 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에게 자신의 얘기를 꺼내는 거라 머리가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어서 좀 채 정리가 되질 않았다. 뜨겁던 찻잔이 미지근하게 변하고, 반밖에 남지 않았던 홍차가 새로 채워질 때까지, 거실엔 장작 타는 소리만이 고요히 울렸다. “...
스네이프는 계단 중간에 서서 멍하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해리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제껏 봤던 오전의 모습 중 가장 상태가 좋아 보여서 말을 걸었건만, 아무래도 착각인듯싶었다. “포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해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교수님.” “한번 이동하는데 필요한 통증 ...
“저희가 나눌만한 얘기는 없을 것 같네요.” 단호하게 그의 지팡이를 밀치고 발을 내딛던 해리는 곧바로 제 손목을 붙잡아 오는 루시우스의 행동에 거뒀던 지팡이를 다시 그에게 겨누며 눈을 날카로이 빛냈다. “제발, 부탁하지.”, 그는 잠깐 주춤거렸으나 이내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루시우스 말포이의 간절한 부탁이라니. 그 모습이 퍽 낯설었지만, 지금과 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양조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스네이프는 제조 중이던 포션의 마지막 재료를 솥에 넣은 다음 뚜껑을 닫았다. 2시간 동안 이대로만 둔다면 꽤 괜찮은 회복제가 만들어질 것이다. 시간이 벌써 점심때였기에 그는 양조장을 나와서 다이닝 룸으로 향하며 제게 환기 주문을 사용했다. 다이닝 룸엔 여전히 호밀빵 냄새와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스네이프...
가바나 님, 직업인 A 님
스네이프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뛰어난 스파이였었고, 그의 경험상 어떤 상황에서든 차분히 생각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흉터들은 팔뚝에 있었는데 간단한 치료 마법임에도 불구하고 지워진 것으로 보아 세게 물린 건 아닐 것이다. 흉터가 옅게 남을 만한 이유는 몇 가지 없다. 애초에 공격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거나 물리다가 떼어냈거...
“더 이상의 호크룩스는 없어. 이제 너와 나, 둘 뿐이지. 다른 한쪽이 살아있는 한, 어느 쪽도 온전한 삶을 살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중 하나는 영영 사라져 야해.” 기억의 시작은, 다 무너진 대연회장의 한 가운데에서 어둠의 군주에게 맞선 살아남은 소년이 모든 것의 마지막을 알리는 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완벽한 원을 그리며 거리를 유지한 채 걸음을 옮긴 ...
시리우스 블랙이 하나뿐인 대자에게 남긴 안전 가옥에는 정말 많은 것들이 있었다. 거래 금지 품목에 속하는 온갖 희귀한 약재들과 제조하기가 까다롭고 마법부의 관리를 받아야만 하는 포션들이 가득한 창고, 저주가 걸려 있는 유물들로 장식된 정체불명의 위험한 방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보석의 원석들을 모아둔 것만 같은 화려한 방, 그리고 주로 어둠의 마법과 관련된...
다시 온다는 말은 사실 예의상 한 말이 아닐까, 하고 스네이프가 짜증을 담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쯤에야 해리가 찾아왔다. 마지막 만남으로부터 열흘이 지난 날이었고, 해리는 그때와 전혀 달리진 게 없는 모습이었으나 스네이프가 창가에 서 있는 것을 보며 조금은 당황한 듯 보였다. “포터, -멍청하게, 서 있지……, 마라.” 음. 이제 해리는 정말로 당황해...
지난 이틀에 걸쳐 스네이프를 만나러 온 사람은 꽤 되었지만, 아직 오랜 시간의 활동을 할 수 없던 터라 직접 만난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중에서 절차를 따르기 위해 그에게 죽음을 먹는 자들에 관하여 물으러 온 오러 한 명과, 그동안의 고생에 위안을 주러 온 현 호그와트의 교장이자 옛 스승인 맥고나걸과의 만남-호그와트 교수직을 다시 권유받은 것은 제외하고...
길고도 긴. 절망만이 남을 것 같았던 전쟁은 살아남은 소년에 의해 종지부를 찍었다. 비 갠 오후의 햇살을 맞이한 마법사들은 어둠의 군주로 인해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평화에 눈물을 흘렸다. 어둠의 군주를 따르던 그의 종들은 절망과 분노가 담긴 비명을 지르며 도망을 쳤고, 빛의 마법사들은 승리의 함성을 지르며 도망치는 이들을 비웃었다. 빛은 전쟁에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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