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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을 것을 알았기에, 주머니에서 키홀더를 꺼내든다. 자신의 방과, 관리하는 가게 몇 군데의 열쇠와 함께 최근에 키홀더에 추가된 이 방의 열쇠를 찾아 열쇠구멍에 꽂는다.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하지 않게 된 방 주인에게서 억지로 빼앗은 여벌 열쇠로, 아직 손에 익지 않아 감촉이 어색했다. 사실은 각자의 프라이버시도 있으므로 이런 짓까지 하...
이혼 절차는 별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재산 분할은 꿈도 꾸지 말라는 식으로 나오던 아내도 외도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니 별 말 없이 절차를 따랐다. 위자료라도 원하는 만큼 받으려면 아내에게도 이 편이 나은 선택지일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한 세월이 칼로 자르듯 두 동강 났다. 이건 네가 번 돈, 이건 내가 번 돈. 칼로 자르듯 하나씩 나누는 과...
*일본어로 작성했던 글을 번역했습니다. 스기우라가 사무소에 들어가니, 마침 야가미는 전화를 끊은 참이었다. 점심을 먹던 중 휴대폰이 아니라 책상의 전화를 받았는지, 테이블 위에는 먹다 만 듯한 도시락이 놓여 있다. 인사를 하며 소파에 앉으려던 스기우라는 그 위에 있는 것을 보고 큰 소리를 질렀다. 거의 반사적으로 발을 들어, 있는 힘껏 그것을 짓밟는다. "...
두 사람은 헌책방에서 나와 걸었다. 타카유키는 모든 선택을 쿠로이와에게 맡겼지만 쿠로이와는 그 호의를 받기만 할 생각이 없었다. 타카유키가 좋아할 만한 식당을 이미 찾아 두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꽤 인기 있는 식당이었다. 자연스럽게 타카유키를 이끌며 그가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뿐이었다. 정작 타카유키는 어디로 가는지, 무엇...
타카유키가 ‘그 날’ 생겼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말하기 곤란하다. 타카유키는 언제나 내 곁에 있어왔지만, 그가 타카유키로서 있어왔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는 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타카유키 같은 존재가 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타카유키처럼 스스로를 챙기는 존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그가...
타카유키는 벌써 몇 번이나 옷을 입었다 벗으며 거울 앞을 오갔다. 연청이 나을까, 진청이 나을까? 티셔츠는 브이넥? 라운드넥? 어떻게 입어도 상관없을 부분까지 하나하나 신경이 쓰이고 만다. 평소에는 잘 쓰지 않던 향수까지 뿌려보고는 너무 진한가, 싶어 창문을 열고 옷을 두어 번 턴다. 양말 색, 속옷 색까지 꼼꼼하게 체크를 하다가 괜히 부끄러워져 허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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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첫사랑 일기와는 관련 없습니다 * 부제에 썼듯 노모럴소재 유성애글입니다 쿠로이와는 걸었다. 아직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얇은 트렌치코트 차림이었지만 손이 얼어서 빨개지는 것도 아랑곳 않고 그저 한없이 걸을 뿐이었다. 쿠로이와는 걷는 게 좋았다. 답답한 도로 위에서 다리에 쥐가 나도록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는 것도, 주변 소리와 바깥 공기가...
배에 꽂힌 주먹에, 히가시는 몸을 웅크리며 주저앉았다. 정신을 추스를 틈도 없이 발길질이 뒤를 잇는다. 히가시도 야쿠자의 세계에 몸담은 이상 폭력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선임의 폭력을 몸을 감싸지도 못한 채 받아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선임의 말은 아무리 부조리해도 절대적이다. 반사적으로라도 저항하는 투를 보...
*로스트 저지먼트 카이토 DLC의 엔딩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최근, 야가미가 자신을 피하는 것 같다고, 카이토가 탄식했다. 피한다고 해 봤자, 같은 직장 안에서 팀을 짜 함께 일하고 있으니 그렇게 차이가 큰 것은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이전보다 거리감을 느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히가시는, 먼저 거리를 둔 건 야가미 쪽이 아니라...
이미 자정이 진작에 지난 시간, 밤하늘을 산책하는 것도 지겨워진 스기우라는 눈부신 지상으로 내려섰다. 불야성의 환락가라곤 하나, 대중교통도 끊어진 이 시간에는 다들 술집이며 러브호텔로 들어가 밤을 보낼 채비를 마친 것인지 거리가 비교적 한산했다. 스기우라도 깊은 밤이 되어 쉬고 싶어지면 24시간 영업하는 PC방이나 카페를 찾아 들어가곤 했지만, 지금 있는 ...
평소보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뜬 야가미가 휴대폰을 확인해 보니, 의뢰 메일이 두 건 들어와 있었다. 한 건은 며칠 전 사오리에게서 들은 의뢰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한 것과, 당면한 비용을 계좌에 넣어 두었다는 내용이었다. 오늘 일찍 알람을 맞추어 둔 것도 이 의뢰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한 건을 확인한 야가미는 얼굴을 찡그렸다. 처음 받는 내용은 ...
사랑이란 지구를 돌아가게 하는 지고의 가치여서인지, 텔레비전 속에서도, 인터넷 속에서도, 한 발짝 벗어난 집 밖에서도 온 세상이 사랑을 하라며 밀어붙인다. 과도할 정도의 사랑 타령은 자신과는 관계없다고, 적당히 좀 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막상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니 확실히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노골적이고 뻔한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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