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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을 헤치고 올라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수경을 위로 올려 두었다. 조금 멍한 채 떠 있었다. 초시계 버튼을 누르고 내게로 걸어온 코치님이 조용히 말했다. 한솔, 오늘 컨디션 좋네. 그럼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세수하듯 얼굴을 쓸어내린다. 요즘은 종종 귀가 붉어진다. 목이나 볼 또한. 얼굴이 조금 뜨거워지고, 죽도록 헤엄치지 않아도 박자가 빠른 심박...
장래희망: 멋진 할아버지 되기. 장래희망. 원래 매년 매시기마다 바뀌는 거 아닌가. 유치원 다니던 시절엔 경찰차가 되고 싶었다. 경찰이 아니라 위옹위옹 소리를 내는 근사한 경찰차.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대통령, 군인, 개그맨, 슈퍼 주인 정도가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그 이후로는 좀 더 현실적이었을까? 근데 지금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성인이 된 지금 내...
둘만의 세상에 남겨졌다. 정한이 형이 으레 말하던 니들은 진짜 니들만의 세상에 사는 거 같다 하고 웃었던 표현이 아니라, 우리 둘만 있는 거 같아 자기야 이런 느낌의 로맨틱한 표현이 아니라, 정말 둘이 남겨졌다. 글쎄, 둘만의 세상일지 세상에 둘만일지. 그래도 다행이다. 혼자 있었으면 좀 좌절했을지도? 이제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다. 나랑 한솔이 말고는 없다...
분명 그날 밤 우리가 보았던 별은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는 나의 옆에 있던, 별을 보는 너의 아름다운 모습만이 남아있어 별이 아름다웠다는 사실을 확신 할 수 없다. . . . - 한솔아 오늘은 어디 갈까? - 별 보러 갈래! - 또? 이 별과 사랑에 빠진 남자는, 내 남친 최한솔이다. 에휴, 분명 내가 천문학과이고, 쟤는 경제학과인데, 왜...
올라갈 바엔 차라리 추락할래. 삶의 절벽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중심 잡고 있던 그가 처음으로 털어놓은 진심이었다. 저를 가볍게 하는 무게를 잘라버리고 온전한 사람처럼, 땅에 두 발 딛고 살아가고 싶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잘려 나간 건 날개가 아닌 진심이었다, 지난 수백 년간. 추 락락 할할할 래래래래 w. 우슴 날개와 한 몸으로 태어났건만, 날기를 두려워했다...
스물. 최한솔의 목표는 낙원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Watercolor Month 수채의 달 上 열대의 태평양이 쉼 없이 몸을 감아온다. 한솔의 가장 오래된 기억에서부터 존재해온 파랑이 끝없이 그에게 밀려왔다. 파도가 일어났다 부서지면서 나는 익숙한 협화음과 불협화음 사이를 한솔은 팔을 저어 느리게 갈랐다. 오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물 위로 목만 내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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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관이가 눈치껏 비켜준, 그래서 한솔이와 둘 밖에 남지 않은 동아리방에서 있었던 건 정도를 지나친 언쟁이라던가, 불같은 외침이라던가, 극렬한 비토가 아니었다.한솔이는 말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아무 말도. 그저 건너편 소파에 앉아서 차갑고 서늘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그 큰 눈에 담긴 건 오로지 나 하나였는데, 그 안에 담긴 내가 보여서, 그게 너무 초라해서...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전원우였다. 강의실 한 구석에 명호와 앞뒤로 앉아 꽤나 다정하게 이야기 중이었다. 전원우가 뒤를 돌아앉으면서까지 명호에게 뭐라 말을 해대고 있어서, 쟤네가 저렇게까지 친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둘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게 하나, 저 사이에 내가 끼기라도 했다가 맞게 될 어색함이 싫은 게 둘. 왔다는 티를 내지...
우수 雨水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날씨가 많이 풀려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트는 절기. 입춘의 15일후인 양력 2월 18일경이 우수가 된다. 남들보다 추위를 유달리 많이 타는 편이었다. 원우는 코를 한번 킁, 하고 훌쩍이며 라커를 조용히 닫았다. 수십번을 뛰어오르고,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넘어지며 몸에 열이 좀 올랐나 ...
연반 너드(25) X 킹카(23) 이긴 하지만 국가적..? 배경은 (고증불가의 사유로..) 딱히 설정하지 않았으니 그냥 편하게 생각해주세요 생각 없이 가볍게 보기에 좋습니다 (아마) * 실컷 멋진 척 다 했는데 그게 안 먹혀서 당황하는 걸 보고싶다! 에서 연반이어도 재밌겠다!(=연상미 실컷 어필했는데 애초에 연상이 아니면 웃기겠다!) 싶어져서 이렇게 됐습니...
9. 전원우와 홍지수는 남남이었는데 어느 날 덜컥 가족이 됐다고 했다. 홍지수가 열여섯, 전원우가 열다섯 되던 해에. 사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윤정한의 침대에 배를 깔고 엎드린 전원우가 피 한방울 안 섞인 사촌형을 윤정한에게 설명했다. 나 어렸을 때, 내게 유일하게 다정했던 사촌 형이었어. 친척들이 나 별로 안 좋아했거든. 안 좋아했다기보다는 마땅찮...
* 프래터니티 (남학생 사교클럽), 소로리티 (여학생 사교클럽) 그릭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를 포괄적으로 지칭) 챕터 (개개의 사교클럽을 지칭) *이 글에 등장하는 대학은 허구입니다. 5. 전원우와 윤정한의 역사는 전원우의 슬기로우나 등신 같고 품위 있으나 지랄맞았던 명문대학생활의 첫 장에서부터 곧바로 시작한다. 프래터니티와 소로리티는 각각 미국 대학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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