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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듯 느리게 움직이는 손가락, 상대를 신경 쓰지 않는 듯 내리깐 눈, 야릇한 숨을 내뱉는 입술, 모든 게 내 신경에 거슬린다.
"토 할 거 같아..." 라피스는 창백한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승차감 때문은 아니었다. 차량 특유의 매스꺼운 가죽 냄새가 심하거나 운전이 서툰 것도 아니고. 바깥공기라도 마시면 나을까 싶어서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확 밀려와 머리카락이 사납게 휘말린다. "........." 입안에 들어간 머리카락을 짜증스럽게 뱉어내며, 라피스는 창문을 조금 올...
* 본 소설에서 나타난 모든 지명, 조직, 정치, 법률은 또 다른 평행 세계의 것으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본 소설은 오메가 버스 세계관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 오메가 버스 세계관에서는 남성, 여성을 제외하고 제 2의 성(性)인 알파, 베타, 오메가가 존재합니다. 알파 : 신체적, 지적 우수성을 가진 호르몬을 사용하는 성별. 좌뇌형이 대부분으...
라피스는 지독한 소음 속에서 눈을 떴다. 그의 방에는 시계가 없어서 시간을 알 순 없었으나, 상당히 오래 잤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라면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이상한 질문을 하러 왔을 것이고, 정체불명의 약에 취해 잠든 자신을 깨웠을 터다. 그는 옅은 회갈색 머리카락이 거슬리는 듯 뒤로 넘기며 인상을 구겼다. 허리까지 오는 직모가 투박하게 흔들린다. ...
해진은 노곤해지려는 몸을 이끌고 제 상사의 방문을 두드렸다. 가벼운 노크 소리 뒤에 곧 문이 열렸다. 그의 방은 방음이 철저해 안에서 이야기 해도 들리지 않기에 이렇게 버튼으로 문을 열어주어야 했다. "아, 클리퍼. 슬슬 올 것 같긴 했는데." 상대를 확인한 해진의 상사, 도널드가 해진의 코드네임을 부르며 달력을 눈짓했다 . 제가 찾아온 이유를 먼저 알아챈...
"···무방비하긴." 혜성은 저도 모르게 선우의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칼을 쓸어넘기다 흠칫 놀라며 손을 거두었다. 선우는 무던하고 무심한 혜성이 봐도 '아름답다'고 여길 정도로 미인 그 자체였다. 선우에게는 확실히 사람을 홀리는 무언가가 있었다. 강아지나 사슴을 연상케 하는 눈매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짙고 예쁘게 자리한 속쌍꺼풀은 눈을 감으면 거짓말처럼 ...
딱 죽기 좋은 날씨야. 퍽 익숙하지 않은 정장 재킷을 걸친 남자가 말했다. 도착하자마자 이딴 바지를 당장 벗어버려야겠다는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과 함께였다. 제 덩치만 한 가방을 매고 지나가던 한 여자가 그를 힐끗대며 걷는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남자의 옆에 있는 자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멀찍이서 지나가던 사람도 들을 수 있었던 남자의 말을 처음부터...
그가 내 손목의 타투를 봤다. 그 날 이후부터 난 더 이상 그를 만나지 않았다.
#55-2 “재혁이 오늘 하루 더 우리 집에서 재우겠습니다.” —박 교수님께 자꾸 폐를 끼쳐서 송구합니다. 덕분에 과외도 안 하는 녀석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고, 의원님 별말씀을 다. 지들끼리 알아서 공부하는 걸요.” —조만간 애들이랑 함께 식사나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통화종료 후 현관으로 나...
해당 글은 현재 대폭 수정하여 재발행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 멤버십 글은 이전에 작성한 글로, 수정 후에 전체공개로 발행합니다. 글은 주에 1번씩 올릴 예정입니다.
애들 얼굴이 그리기 어렵네요ㅜㅜ 뭔가 느와르..를 그리고 싶었는데 애매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밤바람을 맞으며 밤하늘 아래를 걸었다. 그날의 하늘은 정말 깨끗했고 아름다웠다. 다가올 절망 따위는 예상도 못하게. . . . 언제나 그랬다. 불행과 절망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갑자기 찾아온다. 내가 대처하지 못하게, 대처 할 수 없게. 나의 불행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이었다. 어릴 적 간 여행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 혼자 살아남은 것도. ...
그리고 그 사이에 너가 있었다. 나에게서 떠나간 나의 사소하지만 소중했던 시간의 주인공이, 아무리 힘들어도 나를 삶으로 이끌어준 희망같은 사람이. . . . 아아. 처음 만난 나의 유일한 안식이 나를 떠나갔다. 온전히 나만의 안식이던 아이가, 그 아이와의 시간이 떠나 버렸다. 간신히 남긴 그 아이와의 연락 수단, 핸드폰 번호. 하지만 그마저도 그 아이가 ...
가마우지 같은 년. 도저히 못 견디겠다며 덤벼들던 조직원 하나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넌 지옥에서도 거절할 년이야. 과장된 표현이라 여겼다. 분노에 차 아무렇게나 내뱉는 말일 거라고. 하지만 1년쯤 겪어보니 알겠다. 내 눈앞에 있는 저 여자는 가마우지 정도가 아니다. 물 밑에 살아 숨 쉬는 괴물. 검은 뱀. 늪 아래 몸을 감추고, 조용히,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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