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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바나 님, 직업인 A 님
희미한 피 냄새가 섞인 불온한 기류가 느껴지자, 심장이 요동쳤다. 제발… 제발 아니기를. 머릿속을 채우는 최악의 상황만은 일어나지 않았길 바라며 문을 열어젖혔을 때. 지하실엔 저도 풀어달라던가, 조금만 나눠달라던가, 불공평하다는 아우성이 한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어쩌면 불길한 예감은 그렇게나 잘 맞는 건지. 그 중심엔 목덜미로 선명한 상흔을 드러낸 채 쓰러...
“그럼 이제 낮에 하다 만 얘기를 계속해볼까?” 내 기세가 꺾인 걸 알아차린 걸까. 데인은 탁자 위에 비어있던 크리스털 잔을 붉게 채우며 슬쩍 기대앉았다. 꼴꼴꼴. 술과 진배없는 소리를 내며 기울어진 병을 따라 쏟아져 나오는 붉은 액체가 투명한 잔을 물들여 채울 때까지 나는 단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것을 노려보았다. 본능이 먼저 알려주고 있었다. 저것은 결...
< Case by 그레이 > 담피르.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종을 지칭하는 명칭. 뱀파이어들은 유독 인간과의 혼혈이란 것을 따로 구분하며 따질만큼 극명한 차별의식이 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혼혈로 태어나 갖은 핍박을 받으며 모멸에 찬 비난의 눈빛에 할퀴어져도 견딜 수 있었다. 아버지가 순수혈통인 뱀파이어 손에 살해되고, 충격에 못 ...
카일은 직원으로 채용되고 1년도 안 돼서 잭의 습격을 받았고, 변이증상에 혼란과 괴로움으로 몸부림쳤다. 인간을 물어뜯는 괴물이 되고 싶진 않다며 대신 제 팔뚝을 물어뜯고 버티던 그는 이런 모습으론 가족 앞에 나설 수 없다며 스스로 피했으면서도 늘 가족을 그리워했다. 그런 사람이었는데, 얼마나 괴로웠으면 죽음을 택했을까. 방에만 틀어박혀 있던 카일이 사라졌다...
“됐어, 말하지 마. 안 그래도 무너져 가는 종족인데, 쓸데없는 세력 싸움으로 없는 머릿수 더 줄일 거 있나. 그래도 그 이름을 들으면 짜증 날 거 같으니, 넌 그냥 모르는 거로 해.” “하? 알고 있는 거면, 큰 싸움 되기 전에 잡으면 되잖아. 왜 그냥 둬? 배후를 치는 게 근본적 해결책 아냐?” “스토커한테 일일이 반응해주는 건 낭비야.” “스토커라니,...
싫어도 고통과 친해지며 견디는 것을 습관으로 뒀다. 얼굴 한 번 보기 더럽게 힘든 쥴란에게 따져 물은 적도 몇 번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분수도 모른다는 폭언과 매질뿐. 도움이 되진 않았다. “네 반항은 지치지도 않는구나.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 쓸 곳 하나 없는 애들한테 돈까지 주는데. 뭘 더 바라? 빈민가에 있을 때보다 훨씬 나은 거 아니니?” “지랄...
팬덤 관리 마스터의 포스타입 채널 활용 꿀팁을 공개합니다.
< Case by 루엘 >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많은 것을 포기한 시기가 있었다. 내가 죽는다 해도 떨어지지 않을 꼬리표 하나가 그리하도록 만들었다. 빈민가 출신의 뭐가 어떻게 섞였을지 모를 잡종. 그 빌어먹을 과거 하나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얼굴도 모르는 부모를 두고 악에 받쳐 원망하며 억울함에 몸부림치는 것으로 맹...
한 공간에 있던 사람이 빠지고 아주 조금, 난 자리가 티 나는 공간에서 데인의 시선은 한참 동안 닫힌 문에 머무르다 느지막이 내게로 돌아왔다. “에덴, 네가 봤을 땐 어떻지? 제대로 적응하고 있던가, 아니면 이번에도 또 뭔가를 혼자 숨기고 있던가.” “이번엔 전부 조사한 거 아니야? 시에라 벨루스의 거처부터 빚의 규모, 주변 관계까지.” “맞아. 지난번 같...
“그래서, 나더러 찾아서 데려오란 말이야? 애도 아니고 왜 그래야 하지?” “부탁 좀 할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그래. 루엘이 찾으러 나간 지 꽤 됐는데도 소식이 없어. 솔직히 루엘이 제대로 찾고 있긴 한 건지도 모르겠고. 알다시피 요즘 이 일대 거리 분위기도 흉흉하잖아. 그 때문에 데인도 신경 쓰고 있고.” “지금 일부러 데인을 들먹이는 거지?” “그...
데인은 예상대로 상실을 겪은 채 외진 곳에 자리한 작은 나라로 거처를 옮겼고 함께 살펴보려 다녔던 폐가의 양식들을 적절히 취합해 거대한 저택을 세웠다. 크게 눈에 띄지 않을 부지에 주변엔 환각 트랩까지 설치해가며 낯선 문화를 가진 거리로 자리를 잡았다. 필요한 인력은 데인의 최면 능력을 십분 활용하며 인간들 틈에서 최대한 끌어왔기에 거대한 요새와 같은 수용...
“허면, 뭔가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오늘은 부탁하러 온 거야.” “부탁이라 하시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지요.” “갑작스러운 세대교체에 주변이 요동치고 있어. 이런 분위기에선 내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믿을 사람을 골라내기 어려워지거든.” “그 말씀은….” “내 사람은 내가 직접 겪어가며 천천히 고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
< Case by 에덴 > 사명을 지키는 것은 내 삶의 원동력이요, 유일한 존재 의의다. 이제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을 제일 처음 심어준 것을 다름 아닌 나의 아버지였다. 그는 순혈이었지만, 혈통보다 신념을 더 중시하는 성향이었다. 권력을 좇기보다 당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에 더 치중하는 편이었단 말이다. 언뜻 욕심이 없어 보였지만, 누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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