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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자 없는 모든 것을 주워 되파는 방물장수 '고야'의 귀에 엄청난 소식이 들어가고 마는데...
왕실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무덤에, 그리고 혼은 사당에 간다고 믿었다. 따라서 종가(宗家)를 고른다는 건 사당을 관리하고 제사를 지내 줄 이를 찾는다는 뜻이었고, 반대로 종가를 찾기를 미루는 건, 요절한 왕자군의 혼을 창덕궁 안에 묶어두겠다는 이야기였다. 망할 놈의 자식. 금은 습관처럼 상소리를 중얼거리며 향에 남아있는 불씨를 털어냈다. 불꽃이 사그라...
또 몇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윤이 스물아홉에서 서른셋이 되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군인이었던 금은 그 사이에 전역하고 복학했다 또 졸업을 하는가 싶더니, 곧장 대학원에 입학했다. 스물일곱, 어느새 20대의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금은 석사과정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단연, 그때까지 평생을 몸담았던 동...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수군거리는 소리가 따라붙었다. 익숙한 일이었지만 유독 노골적이었다. 금은 새끼손가락으로 귓구멍에 가득 들어찬 말을 후벼 파냈다. 시답지 않은 일로 시답지 않은 사람들이 시답지 않은 말을 보태고 있을 터였다. 최근에는 육군본부의 계룡대 이전이 연잉군의 전역을 기다리느라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용산에 있는 육군본부...
중희당이 모처럼 조용했다. 사실 근래엔 흔한 일이었다. 영원히 어린 아이일 것만 같던 훤은 어느새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야간자율학습까지 마치고 환궁하면 밤 11시가 넘었고, 동생과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던 금은 군 복무 중이었다. 따라서 요즘의 중희당은 주인 없이 비어있는 때가 더 많았다. 서울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낸 지 1년 가량이 지난, 89년 여...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억지로 눈을 부릅떠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고개가 자꾸만 앞으로 떨어졌다. 안 되는데. 자면 안 되는데. 자면 안 되... "금아, 졸면 안 된다. 아버지 보시면 경을 치신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헤매는 금을 현실의 세계로 끌어오는 이가 있었다. 윤이었다. 금은 윤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잠시 눈을 떴으나, 그 뿐이었다. ...
도망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멀리. 아니, 코 앞이라도 좋으니까 잠시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틈이 없었다. 창덕궁이 아니라면 사관학교일 것이었고, 관물헌이 아니라면 내무반일 것이었다. 심지어 이젠 주형이 없는. 책을 펼쳐 들고 있었으나 글자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고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눈은 뻑뻑하고 뒷목은 뻐근했다. 잠이나 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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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도 보기 싫으니 썩 물러가라! 예, 아버지. 소자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윤은 아버지 앞에 허리를 숙이고 나와,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군화를 신으려면 그렇게 해야 했다. 발끝에 대강 힘을 주어서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아니었다. 윤이 끈을 단단히 조여 매는 동안, 주상궁은 그저 옆에 서 있었다. 이제 윤은 댓돌 아래로 신을 떨어뜨리지도, 아버지한테 혼이 났...
꼴도 보기 싫으니 썩 물러가라! 치. 불퉁스러운 콧바람 소리가 요란했다. 윤은 쿵쿵거리며 툇마루를 걸어 내려와 신경질적으로 신에 발을 꿰어 넣었다. 발끝에 지나치게 힘을 준 탓일까, 하얀 운동화가 댓돌 아래로 맥없이 굴러떨어졌다. 주상궁이 얼른 신을 주워다 신겨 주었다. 윤은 발뒤꿈치를 신발 안쪽으로 밀어 넣으면서 투덜거렸다. 그냥 가라고 하시면 되지, 꼴...
※※ 매우매우매우매우 긴 글입니다. 시간이 여유로울 때, 천천히, 차분히 읽기를 권합니다.※※ 1. 들어가며 인생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몸담은 강물의 - 혹은 작은 시냇물이나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의 - 줄기를 스스로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인간은 오만하다. 오만하고 어리석다. 고래로부터 수-많은 ...
해는 한참 전에 떨어졌지만, 경복궁은 아직도 곳곳에 불빛이 환했다. 특히 상왕전에서는, 궁인이며 근위대원이며 할 것 없이,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다. 자그마치 닷새 동안이나 의식 없이 사경을 헤매던 상왕이, 자정이 넘은 시각에 별안간 정신을 차린 탓이었다. 또 일어나자마자 배가 고프다고 어찌나 성화를 부리던지, 수라간에서 급하게 흰 죽을 쑤어 올리느라, 한바...
"어허, 어명을 무시하는가!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짓이 모두 불경임을, 정녕 모른단 말이냐!" "미욱한 소신이 보위를 잇는 것이 더 큰 불경이옵니다, 전하!" "시끄럽다! 과인이 힘이 부쳐 그만두고 싶다는데, 무슨 말들이 이렇게 많아!" _ 그러니까, 이건 모두 한 편의 연극이었다. 살아생전에 왕위를 내려놓으려면, 이 정도 연극은 해 주어야 했다.
바스락. 바스락바스락. 바스락바스락바스락바스락. 발밑에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계절이었다. 걸음을 빨리할수록 낙엽도 더 빠르게 바스라졌다. 동심을 일깨우는 소리는, 부러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곳만 골라 밟게 했다. 어디선가 휭, 을씨년스러운 바람이 불어왔다. 으, 추워. 윤은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대전 상궁이 다가와 두꺼운 외투를 걸쳐주고는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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