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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학교를 혼자왔다. 그리고 흥민이 형도, 백승호 둘 다 내 집 앞을 찾아오지 않았다. 매일 아침마다 다른 목소리로 '자두야' 하고 연이어 부르는 사람들이 없으니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오늘따라 더 더운 것 같았다. 이렇게 더운데 나를 두고 간단 말이야? 반 안에 들어가니 시원했다. 그리고 내 옆자리에 엎드려 있는 백승호가 보였다. "야, 뭐해." "....
귀 옆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듣고 놀라서 깼다. 알람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뻑뻑한 눈을 부비며 자리에 앉았다. 눈을 뜨고 나서야 흥민 형 집이라는 걸 알았다. 그새 잠들었나 봐. 영화를 보다가 그 상태로 잠이 든 모양이다. 소파 위에 베개가 놓여져 있었고 내 위로는 얇은 이불이 덮어져 있었다. “혀엉!” 형을 힘껏 불렀다. 핸드폰을 보고 오늘이 주말이 ...
내 어릴 적 별명은 자두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자두로 불린다. 엄마가 날 임신했을 때 자두 몇 백개가 엄마의 품 속으로 굴러 들어왔다고 했다. 입덧이 심해 아무 것도 못먹었을 땐 자두를 먹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자두를 좋아한다. 그 덕분에 집에서 ‘자두’ 라고 불린다. 가족들 말고도 나를 자두라고 부르는 인간 둘이 있다. 유치원 때부터 ...
- 4시. 중앙 분수대 왼편 주차장. 무미건조하게 쓰인 메시지에 승우가 얕은 한숨을 뱉어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동기가 그 소리를 듣고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눈이 마주친 순간 승우는 상냥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까딱였다. ‘나 먼저 갈게.’ 입모양으로 인사를 건네곤 책상 위에 펼쳐둔 책들을 민첩한 동작으로 정리했다. 열람실의 침묵에서 벗어나서야 승우는 다...
승우는 침대에서 잠시 뒤척이나 싶더니 이내 눈을 번쩍 떴다. 또 이 꿈이다. 언제부터인가 꿈에서 자꾸 나타나 자신을 찾아달라는 목소리를 들은 것도 어느새 한 달 째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몰라 제 주변인인가 싶어 근 한 달간 학교에서 들리는 온갖 소음들에 집중하고 살았더니 어지러워 머리를 부여잡는 날들만 가득했다. 물론 아직 그 목소리의 주인공...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더이상 사계절이 아닌, 두계절만 남았습니다. 아주 극심한 더위와 극심한 추위만 남은 이 세상 속에서 저희가 살아갈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야 합니다.” 흥민은 오징어를 입에 넣어 질겅질겅 씹으며 티비 속 대단하신 작자들이 하는 것들을 아무 감흥없이 쳐다봤다. 지금 지구는. 아니, 대한민국은 티비에서 말한 것처럼 사계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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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과 꼭꼭 함께 들어주세요,,,! 안예은-파아란 https://youtu.be/Lp1K4CJ68lg 승우는 카페 안으로 들어와 제일 구석진 창가 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음료를 시키기 전, 제 약지에 걸린 금색 반지를 빤히 쳐다봤다. 사귄지 12년이 다 되어가는 제 애인 흥민과 6년 전 맞춘 커플반지였다. 그리고 제 애인은 자신의 시선의 끝에 있었다...
나는 형이랑 나랑 인연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지. 이 인연을 혐오하는 한편으로는 사랑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지. 승우는 매일 밤마다 소리없이 울부짖었다. 이미 이 관계는 저에게는 약점일 뿐이었다. 그렇지만, 이 관계가 저를 죽지않고 살아가게 하기도 했다. 승우는 흥민을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게 좋아하고 있었다. 가늠할 수 없을정도로. 승우와 흥민이 서로 알...
“아우.. 속 아파.” “일어났냐?” 책상에 앉아 레포트를 쓰고 있던 승호가 승우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머리에는 부스스한 새집을 지은 채 제 배를 문지르고 앉아있는 모습에 승호는 실소를 터뜨렸다. 흥민을 만나고 온 날이면 만취한 승우가 저의 집에 신세지는 날이 잦다는 걸 승호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것을 묻지는 않는 까닭은 승우가 흥민과의 관계...
‘형, 겨울이에요.’ 그 애는 겨울을 참 좋아했다. 겨울에 태어나서 그런가, 여름보다 겨울이 더 좋다고 했었다. 그리고 여름에 태어난 나는 네가 참 좋았다. 헤어진 지금도, 겨울이 왔다고 느끼는 지금도, 어제도, 겨울이 왔을 즈음에도 그렇게 꾸준히 아직도. 이렇게 좋아하면서 왜 헤어졌냐고? 그러게. - 흥민은 정신없이 울리는 알람을 껐다. 오전 6시 48...
- 어디야? 5교시 펑됨ㅠㅠ - 좋은 거 아니냐? 집에 가ㅋㅋ - 오늘 여섯시까지 수업임.. - 헐 님 불쌍 - 그니까 놀아줘. 너 오후 수업 없잖아. - 흥민이 형 만나기로 했어. 쏘리 버디. 승우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카톡이 끊겼다. 승우는 울림 없는 자신의 핸드폰을 내려다보다 폭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를 ...
7년, 자그마치 7년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장장 7년간 승우는 흥민을 짝사랑해왔다. 대학의 부속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때, 재능기부를 한답시고 축구부 동아리 활동 강사로 나온 흥민에게 첫눈에 반했더랬다. 과거 청소년 국가대표로 인기몰이를 했던 흥민은 대입 직전 십자인대가 파열되어 선수생활을 접고 지도자 수련에 들어간 상태였다. 축구부 활동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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