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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유독 붉은 빛의 달이 뜬 날 이었다. 어수선한 성 안의 분위기와 달리 청명한 밤하늘에 뜬 달은 지상의 일 따위와는 상관없이 유유히 자신의 빛을 드리웠다. 그 누구도 쉬이 잠들지 못하고 그 누구도 편히 쉴 수 없는 밤은 뒤숭숭한 연주성 내의 모든 이들을 괴롭혔다. 붉은 달이라니, 불길한 기운에 하늘이 노한 것이라고 수근거리는 소리가 파다했다. 그러나...
1. 검붉은 액체가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은 대리석 바닥에 흩뿌려진다. 순심은 그것이 마치 깨어진 거울의 파편 같다고 생각했다. 거칠어지는 기침소리와 달려오는 사람들, 이내 온 성이 떠나가도록 울리는 쉰 목소리 사이에서 순심의 시선은 이내 그 한가운데에 있는 사내에게 향했다. 제각각의 욕망과 충정과 분노가 그를 중심으로 여기저기 난무한다. 모두가 같고도 ...
주의사항: 역사상에 등장하지 않는 후부인의 이름을 후설헌으로 창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합작 주제인 꽃과, 불꽃을 오마주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주최님께 허락을 받았습니다. [지아비를 업신여기는 것을 절제하지 않으면, 꾸짖음이 뒤따를 것이며 侮夫不節, 譴呵從之, 忿怒不止, 楚撻從之 분노가 그치지 않으면 지아비의 매가 따를 것이다 忿怒不止, 楚撻從之] -반소의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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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하태후의 이름을 임의로 하영련으로 창작해서 지었음을 유의해주세요. 역사와는 다른 날조가 있습니다. “황상, 아니 개새끼야. 이제 죽어. 죽어 죽어!!” “흐억 꺼억, 끄억!” 영련은 악을 쓰며, 대전 침상에 누운 황제의 목을 졸랐다. 여린 황후에게 저항할 힘 하나 없는 황제는 끅끅대며 바르작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오늘 이 무능하고 개 쓰레기 같은 ...
내가 처음 궁에 들어갔을 때는 아직 젊다못해 어린 나이였습니다. 아마 열 여덟 살이었을 것입니다. 집은 가난했지만 운 좋게 하급 관리와 연이 닿았지요. 먼 친척뻘 되는 이로, 상인 출신임을 인정받아 창고 일을 맡아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양친은 미관말직도 감지덕지하니 일자리만 마련해달라 그 사람을 설득했습니다. 해서 친척은 일감 하나를 물고 왔습니다. 궁녀 자...
부득이하게 후 씨의 이름을 후화로 표기하였습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공기를 가르고 지나가 정확히 홍점을 꿰뚫었다. 벌써 몇 시간 째 날카로운 쇠촉이 나무판자 따위를 푹푹 괴롭히는 소리가 연무장을 가득 메웠지만 바쁘게 지나가던 식솔들은 그것이 일상인 듯, 눈길 하나 주지 않는 제 소주인을 향해 자연스레 고개를 두어 번 주억거리고는 그가 방해되지 않게 더욱더...
자네는 무섭지도 않나? 한쪽 눈에 흉터가 있는 청발의 어린 병사는 대답이 없었다. 그는 그저 기계적으로 칼을 갈던 손을 잠시 멈추고 평소 같은 무던한 얼굴로 제게 질문을 던진 동료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그저 다시 바쁘게 숫돌을 움직일 뿐이었다. 질문을 던진 사람은 그런 반응에 괜히 멋쩍한 기분이 들어, 제 목덜미만 두어 번 긁적이고는 칼을 다듬는 데 집중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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