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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렷한 달빛은 점차 희미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안개에 젖어들 무렵이었다. 도토리는 누워있었지만 그다지 편한 자세도 아니고, 넓은 방 안에서 추위에 웅크리듯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딘가 처량하다, 는 느낌 보다는 따스한 온기가 응어리 진 것 같아 감싸주고 싶을 그런 형태였다. 도토리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으나 항상 우울에 빠졌던 여느 밤들과 다...
너한텐 그게 그렇게 쉬웠어? 아니면 그냥 그것밖에 안 됐던 거라고 차라리 그렇게, 직접 찾아와서 말해줬으면 좋겠어. 제발. 보고 싶어. 자연에 어우러지면 내가 무슨 물아일체를 추구하는 유배 간 선비라도 되는가 싶었다. 맑은 공기에서 깨끗한 정신으로 공부할 수 있겠지, 였달까, 그런 새로운 마음가짐에 대한 환상 같은 거, 다들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나? 아니...
“사랑해” 행복감에 겨워 벅차오르는 그 황홀한 마음을 담은, 사랑한다는 말이 도토리는 그게 그리 가슴을 짓밟아 찢어놓는 잔혹한 말로 변할 줄 몰랐다. 도토리는 사랑을 했다. 아니, 하고 있다. 금지된 사랑이란 생각 따위 하지 않을 정도로 도우리와의 사랑은 눈부셨고 항상 안락한 느낌을 안겨주곤 했다. 그의 품에 있으면 맨바닥에 있어도 포근한 감성을 느낄 수 ...
모두가 잠들어 있는 깊고 어두운 밤,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선 때 아닌 거친 추격전이 벌여지고 있었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머리 둘레까지 오는 보랏빛 머리를 하고 있었다. 어린 청년으로 보이는 그의 왼팔은 날카롭게 새겨진 상처에서 토를 하듯 핏줄기를 뿜어 댔고, 그의 새하얀 셔츠까지도 피 칠갑이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떨어지는 핏 자국마저도 놓치지 않겠다는 ...
팬·구독자와 소통하고 홍보하는 6가지 노하우
“도토리!!” 그렇게 붙잡은 어깨를 돌렸지만, 전혀 본 적이 없는 낯선 이의 놀란 얼굴. 죄송합니다, 잘못 봤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멋쩍은 사과를 하고는 도우리는 다시 걸어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을 보았다. 이제 보니 포니테일을 하고 있는 것 말고는 전혀 그와 닮지 않은 길거리의 사람. 그곳에 멍하니 서서 발을 뗴지 못했다. 어깨를 붙잡았을 때, 난 무슨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 “뭐가?” 심드렁하게 누워있는 도우리에게 빌리는 침착하게 물었다. 너 말이야. 캐나다로 돌아온 너. “뭐가, 나 학교도 여긴데. 하키 팀도 그렇고 계속 해야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빌리의 질문이 어떤 뜻인지도 알고 있었다. 참, 내가 어쩌다 자리를 오랫동안 비웠지. 그깟 사촌 동생 때문에. 다시 입술을 잘근 씹었다. 요즘 ...
“뭐야, 이 사람.”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 줘? 딱히 불편한 건 아니었지만 그에게선 순수한 호의가 느껴짐에 토리는 혼잣말을 중얼댔다. 도토리는 딱히 게임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자주 옆에 있는 지팡이가 욕을 하고 또 소리도 지르며 뭘 하든 간에 그 매체에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저 시간에 차라리 책 한 권을 더 읽지, 완전 범생이 같은 마인드로만 생활하...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_[울토] 별 진짜 예쁘다, 그치? 그의 물음에 나는 자연스레 싱긋, 웃기만 했다. 너는 별을 닮아서, 너도 예뻐. 아니다, 네가 더 예뻐. 그렇게 중얼거리던 내 속을 너는 읽었을까. 아니, 아무래도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만약 그랬다면, 너 자신도 지금의 너를 감당하지 못했을 지도 몰라. 토리야, 이제 그만하자. 잔인한 마지막 말...
젠장, 미쳤다. 정신 차려. 아니, 나 뭐하려고 했지? 아니다, 무슨 생각이지? 급하게라도 데리고 간 곳은 다름 아닌 지팡이 집. 삼촌이야 늘 연구실에서 눌러 사는 편이라 집에는 늘 혼자였기에 토리네 집에서 지내는 와중에...우리 집이 토리 학교에서 제일 가까우니까... 상황은 보이다시피 지팡이네 집이다. 토리는 물론이고 팡이 본인까지도 제 집은 오랜만이었...
“...너 어디가?” “아, 선배 만나러. 학생회 일 때문에...” 일하러 간다면서 그렇게까지 치장할 일인가. 팡이의 얼굴빛은 달갑지 않았다. 그 이유는 웃기다시피 토리가 너무도 예뻤기 때문에. 저와 있을 때는 교복에, 단순한 생활복에...아, 예전엔 더한 꼴도 많이 봤었지만...아무튼 간에 저런 휘황찬란한 코디는 웬만해선 보일 수가 없는 모습임에다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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