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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 얼굴에 뜬 웃음기를 감추지 못하고 폭 안겨드는 너를 안으며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럼 매번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빨갛게 얼굴을 붉히는 네가 참 사랑스럽다. 간질거려오는 설렘을 참지 못하고 쪽 하고 뽀뽀하자 나의 품을 파고드는 너를 꼭 끌어안고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행복이었다. 그 행복을 지키고 싶었다. 아니...
난 변화보다는 유지를,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미 익숙해져 나에게 딱 맞는 세상을 마다할 이유도, 굳이 힘들여 변화시킬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당연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 또한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세상은 이미 익숙했고, 안정되어있으며, 완벽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리 완벽하지 않은 삶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완벽...
모두가 그러더라 상실이 너를 좀 더 굳건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그러니 상실을 미워하지 말라고 받아들이라고. 너는 그 상실로 인해서 더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으니 그것은 너에게 좋은 일이라고.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굳건한 나도,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도 아닌 그저 따뜻한 품이었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은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꼳꼳하게 앉아서 차가운 ...
넌 나의 일상에서 특별이 되었고, 그 특별은 또다시 나의 일상이 되었다. 너와 나의 첫 만남은 그리 특별하지도, 로맨틱하지도 않았다. 그저 옆자리 짝꿍. 평범하디 평범한 그것이 너와 나의 첫 시작이었다. 사람에게 그리 관심이 없던 나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던 네가 서로 그리 많은 교류를 하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우리의 교류는 의외...
세상이 종말을 맞이했다. 방송국에서는 정부를 믿고 집에서 대기하라는 뉴스만 반복해서 흘러나왔다. 반짝이던 도시들은 빛을 잃었고, 건물들은 무너져 원래의 형체를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정적이 내려앉은 도시 사이로 이따금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가 여기저기에는 건물의 잔해와 망가진 차, 그리고 사람들의 사체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엄마 나 텐텐 사줘!!" "안돼. 저번에 산 거 아직 다 못 먹었잖아." "하윤이요~" "아, 네!" "이 약은 1일 3회 밥 꼭 먹이고 먹이시고요, 이 약은 해열제에요. 열 오르면 바로 먹이세요. 약 3일 치에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엘레나는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마녀였다. 물론 확실한 통계가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으로 엘레나와 교류가...
죽음을 피하며 살아온 지 27년, 도끼 든 저승사자와 만났다.
태초에 신께서 세상을 창조하셨다. 신은 가장 먼저 천사를 창조하였고, 그들에게 자신을 도와 세상을 다스리고, 인간들을 이끌며 자신을 찬양하라고 명하였다. 천사들은 그런 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따르고, 순종하고, 존경하며 사랑하였다. 그중에서 유난히 신을 따르고 사랑한 천사가 있었다. 그 천사의 이름은 스틸레. 스틸레는 나서서 천사들을 이끌고 인간들을 돌...
"거기들 앉아 보시게. 내 오늘은 그대들에게 아주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지." 백발의 머리와 길게 기른 흰 수염이 마치 구름을 닮았다고 하여 '구름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할아버지는 가끔 오일장에 나타나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로, 어디서 무얼 하면서 사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솜씨 하나는 최고였다. 구름 할아버지가 오면 그날은 마을...
'끼이이익-!' 고막을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밝은 빛이 눈을 찔러온다. 나는 반사적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아 이내 닥쳐올 아픔을 대비하며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퉁명하고 차가운, 그러나 그리 나쁘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그만 일어나서 앉아."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자 익숙...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만큼 다양한 삶들이 살아지고 있다. 그런 삶을 살아가다가 그 삶의 끝에 서 있을 때 사람들은 나에게로 온다. 난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야기지기이다. 오늘도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여기는 어디죠? 또 당신은 누구인가요?" "여기는 이야기들의 방입니다. 정확히는 그 앞이죠. 저는 그런 이야기들을 지키는 이야기지...
사람들은 누구나 하루 중에 자신이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퇴근 시간인 6시만을 기다리고,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 시간인 10시를 기다리기도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네가 마들렌을 구워오는 오후 3시를 기다린다. 나는 어릴 적부터 다양한 약초로 약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랬던 나였기에 흘러 흘러 산속의 마을에 자리를 ...
아주 옛날 깊고 어두운 숲속에 한 마을이 있었어요. 그 마을에는 저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하는 한 아이가 살았어요. 숲을 궁금해하는 아이에게 마을 사람들은 말했어요. "검은 숲을 조심하렴. 그 숲속에는 괴물들이 살고 있단다." "너 같은 아이는 그 괴물들에게 잡아먹혀 버릴 거야. 그러니 숲에 들어가서는 안 된단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 보이는 그 숲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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