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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Gottes Zeit ist die allerbeste Zeit', BWV 106 피에타 (PIETA) 행성에서 가장 유명한 푸른 동산은 온 몸에 붙은 피 냄새를 구석구석 씻어낼 수 있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다. 손가락 틈 사이로 흐르는 바람을 고스란히 받으면 붉은 잔향이 씻겨 내리는 듯해 이 곳을 자주 찾아오곤 했다. 각종 비명이 사라져 들리는...
※ 201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3을 시작하는 첫날, 한솔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창고로 바뀐 3층 컴퓨터실이었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있었는지 문이 활짝 열려 있었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컴퓨터와 학생들로 가득하던 좁은 방은 조용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한솔에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한솔은 이 학교에는 컴퓨터실이 과하...
연애라는 게 사실은 불치병이라든가, 혹은 답도 없는 전염병인가? 아니면,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그라운드에 서기 전 무조건 행해야 하는 징크스가 100개 정도 있다던가? 아니면 사랑이라 인정하는 순간 죽는 그런 저주가 걸려있나? 무슨 지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야? 물레에 손 찔리면 잠들어버리는 그런…… 공주보단 왕자 과이긴 하지. 생긴 것이나 체격이나. 살짝 ...
가볍게 즐겨주세요. 완전 유치함! “밥도 좀 먹고, 네? 발정 났어요? 아니, 그렇게 섹스만 하다간 뼈 삭아요.“ ”…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레스토랑 도착 하자마자 솔직히 스테이크 먹었어요, 아니면 내 얼굴 봤어요? 나 진짜 얼굴 너무 따가웠잖아. 부리부리한 눈으로 계속 바라보고만 있으면 엄-청 부담스러워요, 알아요?“ 대꾸 ...
아, 미치겠네. 저 인간 또 시작이다. 업무 전화를 받는 목소리와 프린터의 소음, 그리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의 덩어리 사이로 들려오는 어떤 소리가 있다. 탁탁탁, 하는 가볍지만 둔탁한 소리. 이 거슬리는 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이 어디 사는 누구네 집 자식인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최한솔 주임은 높은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건너편 자리에 앉아 있는...
어느 날, 반려 햄스터가 내 손톱을 먹고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구매 1팀의 최한솔 주임에게 있어 김민규 대리란 조금 미묘한 존재였다. 물론 그는 같은 부서의 직장 동료고, 동시에 애인이라는 명확한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긴 했다. 두 사람이 사귀게 되기 전에도 김민규는 한솔에게 편한 상대였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실없는 장난을 치는 그 때문에 (기가 막혀서) 웃게 되는 일도 많았다. 그럼에도 한솔이 민규를 어쩐지 미묘하다...
지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니터 좌측 하단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적어도 네 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시계는 세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훈은 이미 몇 번이고 확인한 검수서를 괜히 띄웠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남은 업무는 회계팀의 것이다. 적어도 이번 주에 지훈이 전담해서 처리해야 하는 업무는 없었다. 하지만 업무가 없는 ...
※ <솔른합작: Cloud9>에 참여한 글입니다. ※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 폭력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판도라의 신화는 다들 잘 알고 계시죠? 올림포스의 신들의 축복과 선물을 잔뜩 받고, 인류의 조상인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이자 타이탄 신족인 에피메테우스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 ...
장은 나 혼자 보러 다녀올게. 민규는 그렇게 말했다. 한솔은 한솔대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솔은 마지막 수술을 받기 전에 광학 입방체 조형물을 완성시키고 싶어했다. 요즈음 한솔이 유일하게 취미를 붙인 것이었다. 침대 위의 탁자에 놓인 노트북을 보며 이리저리 민규는 잘 모르는 프로그램으로 모델을 돌려보는 한솔을 보며 민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버논은 계단을 오른다. 마치 처음으로 계단을 오르는 사람처럼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중력과 피로가 발목을 잡고 쑥 꺼져버리는 느낌이다. 짐이 가득 든 배낭의 끈이 어깨 피부가 다 쓸릴 정도로 압박해온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이 무너진 뒤로는 오를 일이 없던 높이를, 버논은 오른다. 숨이 턱 끝까지 차 올라와 목구멍에서 뜨겁게 터진다. 그 뜨거움은, 아마도 묘한...
그날따라 유독 민규는 한 테이블에 신경이 쓰였다. 주방에서 카운터 테이블 너머를 힐끔힐끔 내다보았지만, 눈에 힘을 주고 곁눈질을 해야만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규는 온 정신이 그쪽으로 팔렸고, 그 탓에 하마터먼 손가락을 베어먹을 뻔 했다. 다행히 주방장은 물론이고 아무도 민규가 칼질을 이상하게 하는 꼴을 본 사람은 없다. 민규는 고개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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