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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팠다. 팔다리는 끊어질 듯 쑤셨고 손발은 차가웠다. 비몽사몽 중에서도 온 몸이 비명을 지르는 게 느껴졌다. 어느 한 군데 성한 부분이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통스러운 곳은 가슴이었다. 이 통증이 물리적인 상처로 인한 것인지, 혹은 쓰라린 배신감에서 비롯된 것인지 유라테는 알 수 없었다. ‘너는 내 딸이다.’ 아버지의 음성이 두개골 안에서 울렸...
가장 먼저 자리를 뜬 것은 브로니우스였다. 대공이 나가자, 더이상 볼 일이 없어진 좌중 또한 하나 둘씩 알현실에서 나왔다. 알비나와 유라테는 손을 꼭 잡고 함께 대공비의 처소로 돌아갔다. 잉그리다와 얀도, 너무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로 두 사람을 따라갔다. 아마 오늘 밤은 늦도록 자지 않고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우리라. 유라테가 원래의 지위를 되찾았음을 축...
끼이익-. 미늘창을 들고 서 있던 위병들이 문을 열었다. 문지방 너머로 소녀의 인영이 나타나자 웅성거리던 알현실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대공녀는 평소보다 초라한 옷차림에 해쓱한 낯을 했다. 그럼에도 친어머니의 미모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던 명성은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큰 방 안을 꽉 채운 사람들을 보고 잠시 머뭇대던 그녀는, 곧 고양이처럼 조용하고 우아...
‘전 대공비 안카는 휘하 기사와 간통했다. 안카의 딸 유라테는 대공의 친자가 아니라 그 기사의 자식이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 발이 없으니 속도는 더더욱 빠르고, 형체가 없으니 잡아챌 수조차 없다. 이틀. 유라테가 사생아일 수도 있다는 수군거림이 그 거대한 성 안에 퍼지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이틀이었다. 일주일 후에는 나라의 절반이 대공가에서 ...
논쟁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못하고 장장 4시간에 걸쳐 이어졌다. 참석자 중 과반은 유라테의 편을 들었고, 일부는 그녀가 사생아가 맞다고 여겼다. 하지만 어느 쪽이나 유라테에게 상처를 입히긴 매한가지였다. 아무리 생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 해도 면전에서 친어머니의 불륜 여부가 파헤쳐지는데 유쾌할 리가 없었다. 특히 그녀의 진짜 혈통과 신분이 걸려 있는 문제라면...
유라테는 어머니를 사랑했다. 하지만 가끔씩 모친과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다고 느꼈다. 유라테가 뭐라 말하건 간에 동생에 대한 알비나 대공비의 신뢰와 우애는 굳건했다. 때문에 대공녀는 비클라우 백작에게서 풍기는 기묘한 느낌을 혼자서만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저 인간의 얼굴을 마주봐야 하다니.’ 그나마 다행인 사실은 대공비 또한 회의...
앞선 글에 인프피의 가식에 대해서 좀 다뤘는데, 갑자기 “착하지 않은 인프피, 가식적 인프피”에 꽂혀서 돌아옴. 저번 글에 뭔가 인프피 관련 생산적인 글을 들고 온다고 했으나, 갑
해당 작품은 네이버 시리즈 챌린지리그와 조아라에서도 연재 중입니다. 단, 시리즈/조아라와 달리 포스타입에서는 일부 회차가 성인 관람가로 제공될 예정입니다. 쏟아지는 비는 차디찼고, 나무가 우거진 숲속이라고 더 따뜻하지는 않았다. 거세게 내리는 가을비가 세상을 온통 진창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흙을 적시는 것이 꼭 물이라는 법은 없다. 서서히 번지는 피 웅덩이...
2. 공식적인 일정은 오전과 이른 오후에 몰려있었다. 정신없이 일정을 모두 소화한 후에야, 기한서는 조금이나마 편안해진 마음으로 대표실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편안히 앉아만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보고받은 서류들을 확인해야 했고, 그 외에도 할 일들이 많았다. 수면 부족 때문인지 지끈대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대던 기한서는...
마음껏, 수백만 곡을 무한정 스트리밍. 차창 바깥으로 버스 옆면에 대문짝만하게 붙은 음악 앱 광고가 보였다. 우강현은 고등학생 때 자신이 작사한 음악을 흥얼거리며 차창을 끝까지 내렸다. 학교 축제를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이태성과 하이경이랑 함께 머리 싸쥐고 만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작사란 걸 했다. 시집만 열댓 권 넘게 읽었다. 즐거웠지. 그런 단순한 어...
"그대는 환생이란 것을 믿습니까?" 달빛이 어슴프레하게 뜬 밤. 낮에 만나고 온 법사의 말이 문득 떠오른 염이 그녀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잔으로 목을 축이려고 한 초희는 평소답지 않은 지아비의(옛날에 남편을 이르던 말) 물음에 의문을 표하기도 잠시 고민에 잠겼다.흠.대답을 해드려야 하나.그녀가 술잔을 기울이며 생각했다.그러다 마침내 결심과 함께 잔을 내...
"은오 나와." 저를 호명하는 아버지에 은오가 최대한 덤덤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나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은 감출 도리가 없었다. 은오는 아버지에게서 별도의 지시가 떨어지기 전에 알아서 제 바지를 걷어올리고 매 맞을 준비를 마쳤다. 바람 잘 날 없이 사고란 사고는 죄 치고 다니던 제 첫째형, 아니, 거기까지 갈 것도 없이 귀여운 말썽쟁이 동생인...
히스는 무척이나 경악스러웠다. 감정 변화가 크지 않은 그였지만, 말문이 막힐 만큼 놀랐다는 것은 옆에 있는 새미도 쉽게 알 수 있었다. bl, 군부물, 판타지, 학원물, 선후배물, 형제, 배틀호모, 주종관계 “이드. 너 대체 누구를 납치한 거야?” 당황스럽기로는 새미도 마찬가지였다. 이드가 납치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은 한 눈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미소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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