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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100일이 깨지면 더 불안해지고 진짜로 실감이 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당시에 애초에 수능을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시급했던 지라 100일이 깨지고 20일이
선우와 고운은 카페로 향했고, 내내 고운의 손을 잡고 걷던 보라는 카페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은정과 민에게 세 번이나 전화가 오고, 욕으로 점철된 메시지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보라는 아쉬운 마음에 고운의 손끝을 한 번 쥐었다 놓기까지 했는데, 오는 길에 보고도 못 본 척하던 선우가 참다못해 손 좀 놓으라고 말을 할 지경이었다. 선우가 어쩐 일로 짜...
“장미를 좋아하지 않으세요?” 이서주가 불쑥 물었다. “네?” “장미를 볼 때마다 설희 씨 표정이 좀, 그래서.” “……제 표정이, 어땠는데요?” 설희가 조용히 물었다. “글쎄요…….” 이서주는 표현을 고르듯이 천천히 말했다. “쓸쓸한 것 같기도 하고, 괴로워 보이기도 하고, 공허해 보이기도 한 표정이라고 할까.” 장미 향이 가득하다. 도처에 ...
※ 해당 글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역사, 기관, 사건, 인물, 지명 등은 모두 실제와 연관이 없습니다. 〈 소실점 〉 천공이라고도 불리는 균열은 그 역사가 길지 않은 이상 현상이었다. 고작해야 오십 년도 되지 않은 과거, 최초로 나타난 균열은 도심지 한가운데를 초토화했다. 하늘이 열리고 갈라진 틈 사이로부터 쏟아져 나온 괴수는 그 외견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연화는 침대 밖으로 목을 주욱 뺀 채 누워서 시계를 보고 있었다. 백수의 전형이라고 할까, 극세사 수면바지에 실없는 무늬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그는 이 순간, 격렬하게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 세계가 방의 문 틈새로 삐삐거리는 현관문 도어락의 소리로 점철되어 사라지자 그는 문 쪽으로 능청스레 고개를 돌렸다. 시간은 오후 5시 13분...
“나한테 연락을 하지.” 지훈은 재민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웃으면서 기본 안주로 나온 과자를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날 영화 보고 들어가는 길이었는데 뭘 연락을 해.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 정도는 나도 해결할 수 있거든?” 그 말에 재민이 지훈의 손목을 들었다 놓으며 “이 손목으로?” 하고 지훈을 놀렸다. 가느다란 손목이 힘없이 툭...
06. 쓰개치마를 붙잡고 있는 손의 떨림이 멈추질 않았다. 그새 따라왔단 말인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우두커니 서 있던 것도 잠시, 곧 배가 출발할 예정이니 얼른 타라 소리치는 뱃장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여기까지 왔다 해도 아직 들키지 않았다. 두 남매는 짧은 시선 교환 후 무거운 걸음을 떼었다. 한발짝 한발짝이 마치 다리에 쇳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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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알아? 감정은 마약과도 같다는 걸 말이야. 마약도 한번 손대면 끊기 어렵고, 감정도 마찬가지로 한번 맛보면 끊기가 어려워. 자꾸만 감정을 내지 않고 싶어도 자꾸만 비집고 나오는... 그런 거야. 슬퍼하고 싶지도 않지만 슬픈 감정... 끊어 낼 수 있겠어? 아마 못끊을 거야. 감정이란, 마약과도 같거나 아니면 더 강할 수도 있지. 마약은 한번 끊고 치료만...
초코케잌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블에 올려둔 이서는 초코케잌을 한입,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쭉 마셨다. 음- 달고 쓴 바쁜 현대인의 맛. 한참 맛을 음미하던 전~혀 바쁘지 않은 현대인 이서는 톡톡 핸드폰을 두드려 우아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우아 뭐해? 오후 5:20 제가 저지른 일은 잊은지 오래다. 띵-, 울리는 알림 소리에 우아가 핸드폰을 확인했다...
난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그래서 내 인생은 Open Ending이다. “혹시 꽃이세요?”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본 그녀를 주의 깊게 쳐다보는 로화. “꽃?” “아직 꽃잎이 빛을 내뿜지 않는 것을 보면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겠네요.” “이 세계에도 계급이 있나?” “계급은 아니지만 배워야 할 게 많다는 말이에요....
위탁물과 수탁자의 관계라 하더라도 어쨌든 신 앞에 맹세한 사이다. 그것을 증명하는 반지이니 찾아야 했다. 유리시온이 던진 방향을 생각해보며 바닥을 뒤졌다. 몸을 숙이려고 하니 뒷구멍이 욱신거려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결국 아델이 방을 기어 다니며 반지를 찾아냈다. 손가락 위의 반짝이는 다이아몬드를 보자 세브린의 마음이 놓였다. 세브린은 침대 기둥을 끌어...
마치 모두가 들으라는 듯 자기소개를 마친 오스카라는 남학생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하고서는 자신 있게 고개를 숙인다. 그런데 오스카라고 자기를 소개한 이 남학생, 심상치 않은 기운이 풍긴다. 악의를 품고 있다든가 음침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무언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을 숨기고 있는 것...
완벽한 거리를 찾아서 이백우 거리 좀 둡시다 인어의 말 지금 인어는 아주 심심하다. 인어는 몇 번이고 물 아래로 자맥질을 하다 반짝이는 수면을 향해 물장구를 친다. 수면에 가까워 질수록 자신의 얼굴, 어깨, 콧등에 짠물이 거세게 쏟아지듯 스치는 걸 느낀다. 그 묵직한 저항을 이겨내고 수면 위로 떠올라 신선하고 차가운 공기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면 모든 감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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