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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번기의 아침은 빨리 밝는다. “야들아, 이제 인나거라.” 자영은 시어머니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손길에 눈을 떴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새벽 다섯시였다. 하지만 밖은 환해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일을 시작하지 않으면 오늘의 일을 다 끝낼 수 없다. 일모자를 쓰고 호미를 쥔 시어머니가 자영을 깨우고는 나갔다. 동수는 자영이 깨우라는 뜻이었다. 언제 나갈 채비를...
강렬한 첫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작가의 숙명이다. 라고, 그는 알고 있다. 그는 생각했다. 자신은 딱히 작가라고 불릴 만한 공식 창작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자신이 문예창작학과 졸업을 겨우 여섯 달 앞둔 예비 사회초년생임을 감안하면, 과제로 제출한 창작물만 모아놓고 보더라도 웬만한 아마추어 작가는 뺨친다고. 그래서 그는 종류를 불문하고 어떠한 글을 쓸 때...
맞붙은 서로의 향이 섬유유연제 냄새로 가득하던 그날들을 기억하나요, 나는 한 번을 앓은 뒤 기억력이 나빠져 그날들이 선명하지 못한데, 그대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만, 어찌 되었든 우리가 맞잡은 두 손 틈에는 적어도 알코올 향 대신 은은한 비누 향이 맴돌던 것만은 기억합니다, 그래야만 하니까요, 기억해야 하는 순간이니까요, 나는 그때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하고...
현아가 이사를 간다고 했던 그 날 하교 시간이었다. 평소의 나였더라면 현아와 같이 하교했겠지만,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 현아와의 마지막 대화 이후로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현아와 친구가 되기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에어팟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홀로 걸어갔었다. 그 전에는 분명 혼자여도 외롭진 않았었지만, 그때는 무척 외로웠다. ...
방과 후에 집에 도착한 심온이가 아빠품에 안기며 말했어요."나 이 옷 안 입을래요.""왜? 이거 편하고 색깔 이쁘다고 좋아하던 옷이잖니?""남자가 핑크색 쫄쫄이 입었다고 친구들이 놀린단 말이에요!"심온이는 밝은 분홍색의 긴팔 수영복을 입고 있었어요. 그 옷은 수영을 좋아하는 심온이가 옷이 잘 늘어나고 편안해서 평소에도 자주 입는 옷이었어요."남자도 분홍색 ...
* 작품 내 등장하는 지명은 실제 장소가 아니며 작품을 위해 구상한 가상의 도시일 뿐입니다 시간은 언제나 잡을 새도 없이 흘러갔다. 드라마 해외 로케에 나갔던 홍엽이 국내로 돌아옴과 동시에 지한의 개인 스케줄도 시작됐다. 선우는 딱히 운전에 자신이 있지는 않았으나 딱 세 명뿐이라는 의전팀에 본인의 일을 떠맡길 배짱이 있지도 않았다. 결국 내리쬐는 여름의 햇...
이전에 작업했던 콘돔 화상소재보다 조금 더 가벼운 채색으로 제작했습니다. 개당 가로 300~600px정도의 사이즈입니다. 콘돔 화상소재4+로고가 삽입된 버전 총 8개의 콘돔을 한장
“젊은 사람들은 혈기왕성하구려.” “우리 대장님은 아무래도 불같으신 면이 있죠. 사람 험하게 부리시기로는 특무부대 제일이실 겁니다, 정말.” “그래. 그래도 그만한 혈기가 있으니 사람도 부릴 수 있는 것 아니겠누.” “수습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야기가 완전 다릅니다. 뼈가 녹아요, 진짜.” 메나리스가 껄껄 웃으며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러면 그럴수록...
세 사람의 시선이 벤자민에게 몰렸다. 특히 그의 수술을 집도한 유라스의 얼굴은 그야말로 괴이보다 흉악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벤자민의 상태는 급소만 비껴갔을 뿐 그리 좋지 않았다. 발견하는 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 탓이다. 로비를 촬영하고 있던 감시 카메라에 따르자면, 그는 습격당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말레이에 의해 발견됐다. 도대체 뭘 사용했는지, 자연...
학기 초에 신입생들이 백도율 선생에게 과도한 관심을 쏟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 무면허 운전하다 가로등 들이받은 선배 있었잖아." "그런 선배가 있었어?" "전치 3주가 나왔대." "사고가 크게 났나 봐? 그래도 사람 안 받은 게 어디야." "아니. 미친개한테 맞아서 3주가 나왔다고."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악명이 높기도 했고, "이 사람이 ...
적어도 너는 나에게 소중한 순간은 아니었다. 너에게도 소중한 순간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중학교 친구들 무리에서 혼자 다른 고등학교로 배정받았다. 아는 사람이 정말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인사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이러면 범생이 코스프레라도 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자리는 뽑기였다. 속으로 안심했다. 혼자 앉지 않아도 된다. 짝은 친구가 ...
붉은 안개가 만들어낸 형상이 눈을 부릅뜨자마자, 그의 오른손 곁에 또 다른 붉은 안개 무리가 모이기 시작했고, 이내 그 안개 속에서 작은 붉은 입자가 여럿 빛나며 새로운 스쿼드 메달 모습을 비춰 일행에게 보인다. 그 스쿼드 메달이 바로 자기들이 찾던 물건임을 눈치챈 스쿼다이저, 에드워드, 그리고 유로파는 조금 긴장한 표정으로 유적의 수호자를 바라봤고, 이윽...
우리는 술에 꼴았다. 정확히는 난 술에 절여진 정도 강민희는 술에 떡이 된 정도.교양 수업 조별 과제 팀원들이 뒤풀이를 하자며 의사와 상관없이 끌려온 결과 시끄러운 대학가 술집에 앉아있게 되었다. 강민희랑 같은 조여서 다행인가 싶다가도 어제부터 혼자만 어색해진 느낌에 결국 하루 종일 이상하게 굴고 있음을 얘가 눈치채지 못할 리 없었다. 강민희는 딱히 어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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