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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쳤어?” 아빠가 미쳤다. 드디어 단단히 미친 것 같다. 엄마가 쓰러졌던 현관에 선 아빠와 세 여자를 보니 어이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새로운
어느덧 시간이 흘러 탐사를 나가기로 했던 날이 다가왔다. 꽤 기대가 되는 것인지 한껏 들떠있는 아린 뒤로 무표정하게 짐을 챙기는 브라이트도 보였다. 아린이 그런 브라이트에게 표정 좀 풀어봐~! 하며 툭툭 쳤지만 브라이트는 아무 미동도 없이 네- 하고 대답만 하는 중이었다. 보미가 물자 정비를 마치곤 탐사 인원들에게 다가와 몇 가지 주의사항과 격려의 말을 건...
7. 자발적 나쁜 짓 서원은 오늘따라 괜히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화점에 가서 재연이 옷을 고르는 안목을 지켜봐서 그런 건지, 그냥 평소 입던 스타일대로 입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재연의 추천으로 샀던 자켓으로 바꿔 입었다. 가슴께에 꽤 큰 브로치가 고정되어 있었는데, 과한가 싶다가도 누가 내 옷에 그렇게 신경을 쓸까 싶어서 거울 보며 애써 웃었...
"너무 일찍 나와버렸네." 네 시 약속인데도 세 시 반에 집앞에 나온 재연은 쨍한 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며 눈으로 가림막을 쳤다. 예쁘게 보이겠다고 골라입은 흰 원피스와 하늘색 가디건 안에 조금씩 땀이 차기 시작했다. 화장 녹을 게 걱정된 재연은 미니선풍기를 챙기지 않은 걸 후회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서원은 사십 분에 도착했다. "와, 일찍 오셨네요?" "...
라면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식사를 한 서원은 도망치듯 재연의 집을 나왔다. 아무래도 다시는 저 집에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았다. 재연의 티 없는 순수함이 볼 장 다 본 서원에게는 독이 됐다. 좀 어지럽고 얼굴이 화끈거리긴 했지만 술은 한 방울도 안 마셨기에 귀갓길에 동네 마트를 들렀다. 계란이 없다고 했었지. 장바구니에 ...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하늘은 아침부터 깜깜했다. 태인은 창문을 슬쩍 열고 손을 뻗어 보더니 순식간에 손을 온통 적시는 빗물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칠월 초부터 이런 궂은 날씨라니, 섬은 섬이라며 창문을 닫았다. "아침부터 작업이라니... 잠꾸러기가 웬일이야." 은재는 새벽같이 깨더니 곧바로 작업하러 방에 들어가 나오질 않았다. 태인은 방해하지 않으려 애쓰...
6. 회색 거짓말 "재연아, 인사해. 은재 언니야." 이제 그때의 기억은 안개 같다. 목소리 정도만 기억나는, 사실은 기억보다는 잔상에 가까운 것.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놓을 수가 없었다. "안녕! 헤헤."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존댓말을 써야 한다니깐." 아저씨 뒤에 반쯤 숨어서 조심스럽게 나를 바라보던 여덟 살의 언니. "언니 키 짱 크다. 몇살이에여?...
수능 100일이 깨지면 더 불안해지고 진짜로 실감이 나게 되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그당시에 애초에 수능을 볼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시급했던 지라 100일이 깨지고 20일이
[다원고 학생회 생활 일지] - 4 * 등장인물, 학교명 모두 가상입니다. "태민아 얼른 일어나자" "아함,, 아ㄹ,,게써,," 태민이 부스스 눈을 비비며 꾸역꾸역 일어나고 민혁은 "아이고 착하다 얼른 세수하고 일지부터 쓰자 우리" 하며 마치 초딩 동생 대하듯 어르고 달랜다 사실 민혁은 외동이라 형 동생 할 사람도 없었지만 늘 귀여운 동생 하나만 있었으면 ...
어둠을 헤메다 의식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졌다. 눈을 뜨자 낯선 재진이네 집 천장이 보였고, 벨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내가 자기 전에 알람을 맞췄던가? 학교 다닐 때 말곤 거의 안 맞추고 살았는데. 손을 더듬어 협탁에 놓인 핸드폰을 찾았다. 화면을 보니 알람이 아니라 전화였다. "아침부터 무슨 일이에요..." 어머, 세상에. 나 목소리 왜 이래? 급하게 헛기...
5. 가족을 잃다 나는 태인 씨의 차를 타고 공항이 도착했다. 돌아올 거라는 말을 증명하듯 캐리어조차 안 챙겼다. 태인 씨는 그래도 뭐라도 챙기라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는 길에 필요한 것들을 챙겨올 계획이라서 간단한 필수품이면 충분했다. "조심히 다녀와요." "내가 한 말 기억하죠?" "기사 믿지 말라고." "절대로 믿지 말아요. 내가 한 말...
"나 왔어요." 숙소에 들어가자 거실에서 노트북을 두들기던 태인이 나를 향해 활짝 웃었다. "왔어요?" "왜 이렇게 해맑아요?" "보고 싶었거든요." 순간 구두를 벗던 손에 힘이 풀렸다. 저 여자는 무슨 일상이 플러팅이야. 오는 내내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얼굴 좀 봤다고 들뜨는 게 웃겼다. 나 너무 솔직하네. 적당히 설렜으면 좋겠는데 뭐 이렇게 뜨거워. "...
은재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달리 좋은 꿈을 꾸지도 않았고, 그저 푹 잤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과 함께 일어나 태인과 달리기를 하고, 힘들다고 불평하고, 씻고, 아침을 시켜 먹었다. 오늘은 태인이 좋아하는 된장국을 먹었다. 은재는 먹으면서 빌라 드 루나의 한식 서비스는 조금 별로라고 평가했고, 태인은 그래도 셰프를 자르진 말라며 다독였다. 나름 여기서 제일...
4. 예기치 못한 고백 "다녀왔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남편이 옷도 안 갈아입고 딸과 놀아주고 있었다. 나를 발견한 딸이 달려와 안기자 그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남편의 얼굴이 새삼 오랜만이라 느껴졌다. "왔어?" "...일찍 퇴근했네." "근무일 늘리는 대신 일일 근무시간 줄였잖아. 다섯 시 전에 퇴근했어." 아, 그게 이번주부터였던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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