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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 같은 바닥을 보고서도 든 생각은, 사실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내 곁에 있는 두 사람이 조심성 없게 간다, 였을 뿐. 신경은 모조리 언제 올지 모르는 경찰에게 쏠려 있었다. 그래서 생각을 못 했나. 경찰이 문제가 아니란 걸, 그래서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던 건. 언제였지? 맨 앞에서 낸시가 걷는 게, 불현듯 불안해져 허락도 없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
여름이 오면 좋겠어. 꽁꽁 언 손으로 팔을 삭삭 비비면서 걷는 여학생의 말소리를 스쳐 지나가며 늦봄의 눈을 맞았다. 언젠가 너도 그런 소리를 했었던 것 같은데. 너무 오래 되어버린 걸까. 네가 자주하던 머리스타일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세월이 많이 흐르긴 한 것 같았다. 입술 왼쪽 밑엔 작은 점이 하나 찍혀있었나. 아니면 오른쪽 눈 밑? 어쩌면 둘 다...
어.... 왜...이런 블로그에 이따금 하트가 찍히고 구독이 늘어가는지.....알 수....없어지지만 감사드립니다 ㅎㅎ.....(당황) 일상글까지 읽으시는 분이 계실까 싶ㅍ지만요 ㅎㅎ! 요즘 글을 쓰고자 하는 의욕은 많은데 막상 컴퓨터 앞에 앉거나 폰으로 메모장을 키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막막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예전엔 꾸역꾸역 뭐라도 적었던 것...
유독 황량해 보이는 나무 위에서 흩날리는 붉은 머리카락은 꼭 나무를 불태우는 화염 같기도, 높은 나뭇가지에 걸린 손수건이나 옷 같기도 했다. 꼭 어떤 것의 미련이나, 간절함처럼. 내가 기억하는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앙상한 나무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그 붉고 하얀 천사가 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는 고공에서 추락하는 새처럼 낙하했다. 네 등을...
어째서 난 너를 잡았었을까. 나를 떠난다는 것이 섭섭해서였나, 네가 내게 그정도로 특별한 존재였던가, 긴 의문 속에서 그리운 네 냄새가 났다. 오래된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 냄새가 났다. 네 눈물 냄새가 났다. 이젠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공허의 느낌이 났다. 너무 늦었다고 타박하던 네 쓴 웃음이 떠올랐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 서로가 곁에 있...
* 베도 아틀레냐의 프리체가 청룡을 짝사랑하는 이야기. * 산 제물, 버림받는 것에 대한 표현이 있습니다. 다 마을을 위해서인 거 알지? 네. 알고 있어요. ……그래. 프리체는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던 동생이 기어코 와앙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자기가 버려진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울지 마. 밖에서 울면 얕보인다고 말했었잖아. 늘 하던 말로 아이를 ...
* 명칭은 아무코라고 했지만 사랑과 거리가 멉니다. *부제목은 그냥 에필로그격입니다. (아무말임) 하늘은 그동안의 폭설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푸른색이었다. 무작정 희기만 한 뭉게구름이 그림처럼 하늘에 매달려 있었다. 꼭 뭔가를 닮지 않았나? 물고기? 아니면 물거품이려나. 난간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목이 빠져라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누군가가 옥상으로 ...
"얘, 거기 너. 삿갓 쓴 애야." "응? 나 말이야?" "그래. 할 일 없어 보이는 너 말이야. 너 혹시 그거 아니?" 그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자 얇은 나뭇잎으로 온몸이 덮인 요괴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바람도 불지 않는 들판에서 부산스럽게 나뭇잎이 떨리는 걸 바라보며 아이는 삿갓을 뒤로 젖혔다. 저 말많고 까탈스러운 요괴가 또 무슨 정보를 가져왔는...
"유이토가 마신 차에 독을 탔어요." 내려놓던 찻잔이 소리를 내서 잘못 들었을까? 멈추고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봤다. 미안, 해요. 뭐라고 했어요? 잘못 들은 것 같아요. 이비엔, 다시 한 번만 말해줄래요? 정말 못들었다기엔 내 어설프기 짝이 없는 물음에 당신은 그 입술을 다무는 것으로 내 물음에 답을 건넸다. "……이비엔?" 늘 있던 상냥한 대답은 들려...
*미와야키 유이토 고백로그 낮잠을 잤다. 현실에서 못 자는 잠을 꿈속에서라도 충족하고 싶은 건지 부쩍 잠이 늘었다. 느지막한 오전까지 잤으면서도 낮잠까지 채워자는 것이, 황망하게 느껴지면서도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 이렇게 오래 잠들 수 있는게 아이러니하기만 했다. 아침이 늘 힘들었다. 일어나면 마주하는 익숙한 과거의 환영과 다정한 목소리. 새벽에 잠들어 새...
* 100일 자축글 * 둘은 해외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 둘만의 결혼식 우리, 결혼 할까? 내 멋없는 말에 허공을 가르던 네 다리가 천천히 멎었다. 선배? 너는 늘 당황할 때면 우리가 처음 대면했을 때나 불렀던 말로 나를 부르곤 했다. 그건 긍정적인 뜻의 당황일까, 아주 약간 높아진 네 부름에 나는 아무 말 없이 네 손가락에 끼워진 꽃반지를 손끝으로 더듬...
기념일 4글자에요!
달빛 아래서 넌 참 예뻤다. 가로등 아래 봄을 상징하는 꽃잎도, 눈치 없이 삐걱이던 그네도, 그 예쁜 풍경 속에서도 유독 너만 보였다. 하늘에 차오른 달처럼 널 향한 사랑을 더 이상 부정할 수가 없었다. 외면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기에. 널 좋아한다고 고했다. 내 설움과, 후회와, 그동안의 슬픔이 담긴, 질척거리는 감정을 네게 고하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다....
* 미녀와 야수 패러디한 도미노 놀이 외전 “리오 씨.” “으, 응?” 리오는 순간 싫은 소리를 내려다가 떨떠름한 대답을 내뱉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그냥, 뭐. 너와 언제 이렇게 물리적으로 가까운 관계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할 뻔한 리오는 포크를 입에 물었다. 청년은 리오를 퍽 걱정스럽다는 것처럼 바라봤다. 방금 전 씹어삼켰던 ...
* 앤관켸페어제 AU 기반. 네가 내 소원을 이뤄줄 피터팬이라면, 나는 아직까지 잠들지 않은 웬디일 거야. 난 줄곧 피터팬을 기다려왔어. 널 기다려왔기 때문일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네가 무척, 낯설지 않은 기분이 들었어. 그림자를 찾으러 왔니? 네 그림자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아직 어린 아이구나. 네 그림자는 작디작아서 내 침대 밑에 숨어들었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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