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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 퇴근하자마자 청과점에 들러 과일바구니를 하나 샀다. 구성이 좋지도 않았는데 더럽게도 비쌌다. 윤은 현찰도 두둑이 챙겼다. 일부러 회사 로고가 인쇄된 봉투는 피했다. 흔하디흔한 황봉투에 돈을 넣으니 뇌물 같기도 했다. 윤이 국밥집에 들어서자, 사장은 놀란 눈으로 윤을 맞았다. 어색하기 짝이 없는 환대를 받자니 몹시도 불편했다. 윤은 소란을 피워서 미안하...
안녕하세요. 저의 첫번째 BL소설 '호가호위(狐佳虎危) - 아름다운 여우와 위태로운 호랑이'가 리디북스에 런칭되었습니다. 동양풍의 한 권짜리 소설이니 금방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껄껄껄. #동양풍 #성장물 #인외존재 #능글공 #미남공 #절륜공 #다정공 #얼빠공 #미인수 #까칠수 #상처수 #무심수 금기를 어긴 화영을 상제 앞으로 인도해야 하는 태헌과 스승님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지 모두가 적대적인 상황에서도 김진희와 연준만은 윤에 호의적이었다. 연준이야 언제나처럼 무뚝뚝하다고 느껴질 만큼 최소한의 감정만 드러냈지만, 김진희는 달랐다. 아망떼에서 새벽 늦게까지 보냈던 시간이 그녀가 갖고 있던 서윤이라는 인간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은 듯했다. 윤을 보는 눈빛부터 예전과는 그 온도가 다르다. 오늘 아...
도원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을 벗어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상처 입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윤을 위해서. 그러면서도 방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붕대와 연고를 간추려 윤의 발치에 정리해 놓았다. 제가 직접 보살펴 줄 수 없다면 그가 스스로라도 치료할 수 있도록. 작은 흉터 하나 남기지 않고 아물길 바랐다. 그렇게 돌아서려는데. "가지마요....
윤은 외투를 입고 지갑을 챙겼다.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제설 작업이 모두 끝났는지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출퇴근길에 오갔던 기억을 되짚어 큰길이 나왔다. 윤은 잠시 고민했다. 왼쪽으로 가다 보면 광업소가 나온다. 윤은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길은 녹다 남은 눈으로 질척질척했다. 바짓단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 양손으로 바지를 추켜올렸다. 오른쪽에는 윤의 ...
윤은 머리통이 동서남북으로 갈라지는 듯한 통증에 눈을 떴다. 술이 덜 깼는지 아직도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았다. 입안이 텁텁하고 목구멍이 간질거렸다. 시원한 냉수 생각이 절실해서 냉장고를 열어보았지만 애초에 넣지 않은 물이 있을 리 없었다. "죽겠네." 윤은 대충 수돗물을 틀어 입 안을 헹궜다. 그것만으로도 갈증이 달래졌다. 그 뒤로 찾아온 것은 요의였다. ...
정수는 마치 흥미로운 일이라도 벌어졌다는 듯 도원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었다. “이야, 생긴 건 저래도 깡다구가 보통이 아닌가 본데? 눈 뜨고도 코 베어 가는 서울에서 온 사람이라서 그런가? 그런 일을 당하고도 태연하게 웃으면서 술을 마시네. 거기다 진희 씨에 미스김까지 있네. 이야, 기가 막힌다.” 정수가 빈정거렸다. “믿을 수가 없군.” “내 말...
연준은 아침이 되자마자 병실을 찾았다. 윤이 며칠 더 입원한다고 해서 짐을 바리바리 싸 왔건만 하룻밤 새 마음을 바꿔버렸다. 쓸모를 잃은 물건들은 도로 트렁크에 실렸다. 연준은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짐을 챙겼다. “그 물건들은 그냥 버리고 갈래요.” 고작 한 번밖에 쓰지 않아 새거나 다름없는 물건들이었다. 연준도 그걸 모를 리 없지만 군말 없이 쓰레기...
의사는 원하면 지금 당장 퇴원해도 된다고 했지만, 윤은 며칠 더 입원하기로 했다. 그럴 이유는 많았다.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기도 했고, 차디찬 사택 방바닥 위에 몸을 뉘고픈 마음도 없는 데다 지금 상태로는 광업소와 관련된 건 꼴도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진희는 막차가 끊기기 전에 먼저 일어났고 그녀와 교대하듯 본부장이 나타났다. 접대가 있었다는 말이 ...
윤은 인차에서 내려 그들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그들은 말이 없었고 윤도 감히 입을 열 수 없었다. 그곳은 흡사 지옥과도 같았다. 희미한 안전등 몇 개로는 감히 맞설 수 없는 암흑세계였다. 어둡기만 하면 다행이겠다만 불지옥이기도 했다. 바깥은 입김이 나올 날씨인데 끔찍하게도 더웠다. 밤처럼 깜깜했지만, 한낮의 이글거리는 직사광선을 맞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황태철은 안전모만 내려놓고 방을 나갔다. 진희는 얼이 빠져 있는 윤에게 견학은 말 그대로 견학이니 어려운 것도 없고, 새로운 직원이 오면 관례처럼 하는 일이라고 말해주었다. “견학용 막장이 따로 있어요. 정부 관료들이 오거나 손님이 오면 가는 데라서 그리 험하지 않아요. 인사 나누고 사진 찍고 금방 나오실 거예요.” “그런가요?” 곡괭이를 쥐여 주고 탄이라...
“그러니까….” 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답을 기다리던 도원이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 “이번에도 지낼 곳 하나 없이 내려온 건 아니겠죠?” 윤이 대답을 못 하고 있자 김진희도 의아한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어머, 아까 짐가방을 보내시길래 집도 확인하신 줄 알았어요.” “어딘지 압니다. 걱정 마시고 들어가세요.” 둘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까 정말...
도원은 작업장 식구들과 삼겹살집에 모였다. 내일부터는 근무조가 바뀐다. 이제 좀 낮 근무에 적응하나 싶었더니 을방으로 바뀌게 되었다. 석 달마다 바뀌는 게 근무조지만 딱히 여가 활동이랄게 없는 탄광에선 그것조차 술을 마시기 위한 좋은 사유가 되었다. 그 김에, 폐에 낀 탄가루도 좀 걷어 내기도 하고…. “딱 나 도착하는 시간 맞춰서 다 구워 놨네.” 안정수...
*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기관, 기업, 지명, 사건 배경 등은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내려야 할 역에 가까워질수록 윤은 막막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이 꿈같기도 했다. 차승현이 건네준 가방 안에는 윤이 작성한 적 없는 서류들이 한 뭉텅이 들어있었는데, 그중에는 회사를 소개하는 팸플릿도 있었다. 양쪽으로 한 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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