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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열음 특유의 건조한 표정이 있다. 남들보다 부족한 멜라닌 색소가 뜻밖의 분위기를 자아내서는, 그 밝은 갈색 눈동자에 안광은 일체 없고 늘 반쯤 감긴 듯한 눈꺼풀이 저도 모르게 사람을 홀리는 것이다. 나 역시 그 홀린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된 대학 생활은 기대 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으나, 기대 이상으로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자리였다. ...
오늘 그는 일찍 잠든다. 늘 새벽 세 시 넘어 잠자리에 들던 그가 오늘은 자정도 안 됐는데 눕는다. 오늘 그는 바빴다. 새벽 여섯시에 일어나 동네 한 바퀴 돌며 가벼운 유산소 운동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일곱시 즈음 집으로 돌아와 개운하게 목욕을 마쳤다. 이후 된장찌개와 계란말이, 시금치무침, 고사리무침, 깻잎장아찌, 소시지 야채볶음을 만들어 정갈한 아...
"나와서 좀 도와줘." 수연이 낑낑거리다 겨우 한 마디 뱉었으나, 조수석에 앉은 인호는 듣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수연은 그의 뒤통수를 째리며 다시금 큰 짐을 차 트렁크에 실으려 미간에 한껏 힘을 주었다. 그가 실으려는 짐은 두꺼운 책이 가득 든 상자 네 박스였다. 모두 인호가 어릴 적부터 읽어오던 것들인데, 올해 스무 살이 된 인호는 더이상 이런 책들은...
본문의 모든 내용은 실제와 아무 관련 없습니다.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연속재생 해주세요.> 인영의 휴대폰 플레이리스트에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벌써 8년 전 노래다. 처음 들을 당시 약 3개월 가량을 이 노래만 들었을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인영은 이 노래를 부른 가수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지 걱정했지만,...
카페에서 이별 통보를 받았다. 특별히 화나거나 슬픈, 또는 기쁘거나 후련한 이별은 아니었다. 헤어질 때 돼서 헤어졌으니 달리 느껴지는 감정조차 없었다. 나름 산뜻한 끝맺음이었다. "잘 지내." 먼저 자리를 뜨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통유리너머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쫓자니, 순간 몸이 반응해 덜컥 발을 박찼다. 카페 출입구에 달린 ...
카일은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끈질긴지 하루하루 깨닫는 중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끈질긴 생물이라함은 단연 바퀴벌레겠으나, 사실 웬만큼 눈에 띄는 몸집으로 웬만한 동물들보다 느린 속도를 가진 인간이 이만큼 살아남는 것은 바퀴벌레보다 더한 생명력을 가진 존재임에 분명했다. 지능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라, 그냥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말이다. 그 바퀴벌레보...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나는 할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다. 할아버지와 한 집에서 같이 산 까닭이다. 뒷산에 토끼풀을 뜯으러 오르거나 사탕 하나를 두고 서로 먹겠다며 투닥거리고, 할아버지가 술안주로 구운 은행을 옆에서 받아먹기도 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틀니가 신기해 할아버지가 식사 후 빼놓은 틀니를 종종 구경했다. 할아버지 이게 뭐예요? 물으면 할아버지는, 내 ...
단독주택의 장점은 이 주변에 사는 사람이 우리 가족뿐이라는 점도 있지만, 떠돌이묘나 떠돌이견에게 먹이와 잠자리를 제공해도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1층 내 방엔 작은 테라스가 딸려있는데 종종 새까만 털에 노란 눈을 가진 고양이가 밥을 먹으러 온다. 내가 컴퓨터를 하든 침대에 누워있든 고양이는 내가 창문을 열 때까지 그 앞에서 내내 운다. 뒤늦...
* 크툴루 신화를 기반으로 한 창작 소설입니다만, 룰북의 모든 설정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았습니다. * TRPG COC룰의 메타적 요소가 약간 포함되어있습니다. 예전부터 세상 일은 우연의 연속이라면서도 미래는 정해져있다고 하는 것이 모순으로 느껴졌다. 우연이 여러 번 겹쳐 필연이 됐으니, 미래는 정해져 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우연이 우연히 만들어...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수면의 별들이 일렁인다. 은하수는 노를 저을 때마다 파편처럼 부서졌다가 다시 합쳐진다. 이따금 물 밀려오는 소리, 나룻배가 항해하는 소리, 그리고 밤을 가르는 노 젓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그는 바다 한 가운데서 낭만적으로 길을 잃었다. 언제든 성난 파도와 위협적인 생물이 나룻배를 덮칠 수 있음에도 무...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언제나 웃고 있었다. 정확히는 내 앞에서만 항상 웃었다. 그 때 나는 유치원생이었는데, 엄마는 아마 내 정서 발달과 안정을 위해 그랬던 것 같지만 나는 엄마가 나만 보면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엄마랑 있을 때면 자주 웃었다. 엄마의 웃음을 따라한 것도 있지만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니까. 초...
2052년 8월 12일. 지구는 죽었다. 약 20년 전에. 그런데 인류는 아직 살아있다. 어떻게?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죽음은 예견된 일이었다. 30년 전인 2020년,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지구온난화는 심각했고 때문에 각종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2050년 즈음엔 남·북극의 모든 빙하가 녹고 해수면...
어릴 때부터 늘 의문이었다. 길고양이는 왜 나비라고 부르는지. 나비처럼 날개가 달려있지도 않고, 날지도 못하고, 하물며 곤충과도 아닌데.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노랑나비 색과 비슷하다고 그렇게 부른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내가 보기엔 딱히 샛노랑도 아니었다. 애초에 고양이가 노란 고양이만 있지도 않고. 그런 나도 정작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나비야"라고 불렀...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초승달 걸리는 밤이면 아리아는 그 곳에 걸터앉아 피아노를 연주했다. 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연주하지만, 정작 지상으로 퍼지는 피아노 선율은 골목서 울리는 귀뚜라미 소리 보다도 작았기에 알아채는 이는 없었다. 아리아 역시 그 사실을 알았음에도 달이 초승달 모양이 될 때마다 빠짐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내일 뜨는 해가 어제와 다른 해라는 걸 알았다면 난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소중히 다룰 수 있었을까. 갑자기 모든 것이 무너진 세계에서 중심을 못 잡는 건 당연했고, 나는 나조차 자신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미시감이 목을 졸라 밥 한 번 삼키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렀으며, 심한 날에는 숟가락 잡는 것마저 낯선 감각에 연신 손에서 놓치고는 했다. 그나마도 억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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