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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음습한 적막이 유령처럼 떠다녔다. 올해는 장마가 조금 일찍 시작된다는 모양이었다. 창문에 부닥치는 빗소리가 묵직했다. 이 계절의 어둠은 차고 눅눅하다. 맨살에 공기가 불쾌하게 들러붙는다. 하나가타는 벌써 닷새 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연락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오전 아홉시에는 약 챙겨먹어, 밤 열시 경에는 먼저 자. 때 되면 휴대전화 알람같은 문자...
후지마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았다. 다른 것들이 생각날 여유도 없이 그저 쾌락에 빠져있고 싶었다. 당장 자신을 안아줄 체온이 필요했고, 센도는 거부하기에는 지나치게 매력적인 사람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었다. 어차피 하룻밤 몸만 나눌 상대다. 자주 만날 사람도 아니고, 센도가 함부로 입을 놀릴 사람도 아니다. 둘만 입을 다문다면 비밀은 무덤까지 지켜질 것...
“늬들... 뭐하는 거야?” 마키는 금방이라도 달려올 듯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후지마는 저도 모르게 주춤 물러섰다. 네가 왜 여기 있어. 끝나지 않는 악몽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꿈 속에서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다 새벽녘 잠에서 깨어났는데, 침대 옆에서 그를 내려다 보고 있던 죽은 연인의 유령과 눈을 마주친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비명을 지르고 싶기...
누가 그랬더라. 스포츠의 꽃은 이적 시장이라고. 리그 전체가 소문과 소문과 소문의 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고, 하루가 머다하고 충격적인 이적 기사와 가십과 찌라시들이 터져나왔다. 썬더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스기야마 쇼타가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후지마의 바이아웃 협상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협...
그날은 특히나 몹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침부터 이상하게 짜증스러운 일이 자잘하게 겹쳤던 것이다. 출근하려는데 자동차 배터리가 나가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출근 시간 차가 밀려 보험 회사 직원은 제 시간에 오지 못했으며, 택시를 타고 회사 앞에서 내리는데 오토바이 한대가 갓길로 지나가며 그의 바지에 흙탕물을 튀기고 사라졌다. 자켓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
정오의 햇살이 게으르게 늘어졌다. 하나가타는 길게 기지개를 폈다. 손이 천장에 닿았다. 오랜만의 망중한이었다. 이직 준비에 계절 바뀌는걸 몰랐다. 인수인계를 하고, 인수인계를 받고 정신을 차려보니 겉옷 입는 날씨가 지나가고 있었다. 어느새 공기에 따스한 기운이 섞였다. 벚꽃이 언제 다 떨어졌나 싶더니 등나무에 달큰한 향이 쏟아지게 피었다. 꽃을 좋아하지도 ...
삶은 뺨을 후려치듯 매섭게 흘러갔다. 아침에 혼자 눈을 뜨는 것에 외로움을 느낄 여유도 없었다.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연습장으로 향했고, 졸음이 눈꺼풀을 누를 무렵에야 겨우 집으로 돌아왔다. 바쁜 일상이 지루하게 연속되었다. 봄 꽃이 피는 듯 하더니 어느새 파릇한 싹이 돋았고, 순식간에 옅은 수채화같은 녹음이 번졌다. 시즌은 적당히 마무리 되었다. 마키의 ...
봄은 시끌벅적한 환영을 받으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아늑한 바람에 꽃잎이 떨리면 어김없이 바람 끝에 향기가 묻어난다. 꽃받침 위에 흐는히 고였다 흐르는 햇살이 공기를 느긋하게 데운다. 성기고 작은 봄들은 곧 햇빛과 봄비를 먹으며 매끄럽고 탄탄한 푸른 잎사귀로 피어오를 것이다. 봄이 온 것을 깨닫는 순간, 여름은 이미 한발치 앞에 다가와 있다. 후지마는 아직 ...
성공적인 여름이었다. 인터하이 준우승이라는 타이틀은 강호 카이난의 역사에서도 최고의 성적이었다. 몇 개의 대학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고, 가장 좋은 조건을 고르는 일만 남았다. 방학 끝자락을 조금 남겨두고 마키는 종종 서핑을 하러 갔다. 하체 균형을 잡기에는 서핑 만한 운동이 없기도 하거니와, 무엇보다도 가끔은 주장의 의무를 내려놓고 혼자 즐길 시간이 필...
나쁜 일은 한꺼번에 몰아 닥친다는 우주의 법칙 같은 것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시작은 물병이었다. 느지막히 일어나 냉침 아이스티 한 잔을 따르려다 뚜껑이 열리는 바람에 모조리 쏟아 버린 것이다. 황급히 물걸레를 가져와 닦은 후 허리를 펴다 열려 있는 냉장고 문에 뒷통수를 찧었고, 짜증을 내며 냉장고 문을 쾅 닫다 물병을 깨 먹었다. 유리 파편을 치우다 손등...
"수겸아? 김수겸, 맞지?!" 며칠동안 쌓인 눈인 퍼석하게 녹기 시작하는 공원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수겸을 불러 세운다. 외근이 있었고, 바로 퇴근할 요량으로 짐을 다 싸서 나왔으나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나는 덕에 낯선 동네를 발길 닿는 대로 걸어 다니며 시간을 때우는 중이었다. 근처에 알 만한 사람이 없을텐데. 뒤를 돌아보니 벤치에 앉은 정장 차림의 남자...
후지마가 없는 처음 일주일은 놀랍도록 잘 굴러갔다. 그는 여전히 여섯시 반이면 눈을 떴으며, 가볍게 아침 조깅을 했고, 지방이 적은 육류를 구워 샐러드와 함께 먹은 후 체육관으로 나갔다. 훈련 사이사이의 시간들은 체육관 창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의 편린처럼 덧없이 사라졌다. 전술 회의를 하고, 밥을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집으로 들어오면, 한층 더 ...
손 끝에서 볼이 가볍게 떴다. 이건 들어갔다. 그는 득점을 직감했다. 왼손을 떠난 공이 가볍게 그물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20점 째!" 벤치의 동료들이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를 올렸다. 후지마는 가볍게 머리를 흔들고는 백코트했다. 머리카락 끝에 매달린 땀방울이 시원하게 튀어 올랐다. 오싹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경기 시작 후 9분 여 남짓한 시간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은지 벌써 이틀이나 지났다. 기자회견이 있던 날에는 거나하게 회식을 하고 인사불성이 되어 센도와 함께 근처 사우나에서 잤고, 그 다음날은 센도의 집에서 하루 신세를 졌다. 이틀이나 들어가지 않았지만 후지마에게서는 연락 한 통 없었다. 밥은 제대로 챙겨먹고나 있을까. 차마 먼저 전화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국가대표 차출이 확정되자, 기쁨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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