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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탄 살결에 깃이 접히지 않은 하얀 웃옷을 입은 그는, 마치 서양인들의 여행 엽서에 찍힌 대만의 번인[*1]같았다. 언제나처럼 느긋하게 창으로 해가 비쳐드는 시간에 그는 아무도 없이--하다못해 지역에 주둔하는 장교 한 명도 대동하지 않고, 차 한 잔 하러 온 것마냥 슬그머니 영사 관저로 들어왔다. 손잡이에 화환이 걸린 커다란 고리짝을 쾅 소리가 나게 ...
문수雯琇 는 벌써 몇 밤이고 뒤척거리며, 어느 날은 그저 마당에 앉아 대문을 내다보며 한 잠도 못 자거나, 운이 좋으면 서너 시간을 자거나 하며 지냈다. 깨어서는 얌전하고 조용한 수이지만 잠버릇만큼은 날로 사나워져서, 오늘 저녁 이 곳에서 자더라도, 내일 아침 저 쪽 구석에서 깨기도 한다. 갑자기 넓어진 방 안을 몸 하나로 어떻게든 메꾸어보려는 것처럼. 형...
밤까지 이어진 시장 골목의 떠들썩함이라도 새벽쯤 되면 맥이 꺾이는 법이다. 벽시원劈柴院[*1] 은 이 동네의 유명한 시장 골목이었다.골목길 한가운데며, 중간에 난 샛길들도 낮의 요란한 본색을 새벽의 짙푸른 어둠으로 가리운 채, 누가 이런 곳에서 장사를 했냐는 듯 온 골목이 숨을 죽이고 있다.먼지까지도 얼려 붙이는 겨울 새벽의 찬공기와, 녹아내린 눈에 낡디 ...
여기선 '슐러'라고 불리우는 제르다르는, 말도 없이 담배를 피우며 창가를 내다보았다. 먹구름 낀 하늘 아래로 여러 건물이 탁한 색을 먼지처럼 뒤집어쓴 채 늘어서 있고, 그 아래로 남루한 옷을 다 적신 인력거꾼이 아마도 바쁘고 높은 사람을 태운 채 달려가고 있었다. 딱히 좋은 풍경이랄 것 없는데도 제르다르는 한참이나 그리 밖을 보았다. 그가 지내는 하숙집 창...
‘자는 모임’ 이라지만 어떻게 자느냐에 대한 규칙이 없는 것은 의아했다. 여진은 그러고 보니 자는 것에 있어선 하나도 조심하지 않았다. 만약 자식이 생겼을 경우에 이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 그것만은 부끄러워서 굳이 말하지 않은 걸까. 그냥 정조 관념이 약한 걸까? 업무는 바뀌었지만 아절은 계속 등 가게로 나갔다.처음의 죄책감이나 두려움은 그 일이 아절의...
스무 살 되던 해, 아절阿切 은 대만에서 하문으로 왔다. 천후마조가 보살핀 것인지, 건너가자마자 금방 아교阿蛟라는 동향의 아는 형을 만나 그가 운영하는 상회의 사무원이 되었다. 그는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 복도가 삐걱거리는 낡은 양옥에 하숙하며 해안의 영국 조계로 출근했다. 해안을 따라 으리으리한 서양 건축이 다투는 양장洋場 의 한 방을 무대삼아 사무...
북경의 모래먼지를 다 씻어내리는 이례적인 폭우였다. 메말라 있던 시절을 잊고 빗물을 잔뜩 머금은 벽돌이, 방 안의 모든 세간에 물먹은 공기를 내뿜었다.검은 나무로 만들어 안쪽은 붉게 칠한 멋진 책장에도, 자개를 깎아붙인, 위에서 보면 희고, 옆에서 보면 무지갯빛의 선학이 반짝거리는 장식장에도. 또 안타깝지만 어제 마련한 좋은 글씨종이에도 ‥. 스승이 쓴 유...
하 기자와 그 하인이 사는 집은 대포도[*1] 에서도 좀더 북쪽에 있는 구획이었다. 대포도에도 번화한 거리엔 2,3층쯤 되는 양식 건물이 꽤 들어섰건만, 그의 집은 아직 총독부가 쓸어내지 못한 중국식 가옥들과 함께 한적한 곳에 자리했다. 작은 사합원인데, 주변 집들은 그만도 못한 크기라 좀 눈에 띄었다. 마당이 아주 큰 편이 아님에도 제법 잘 꾸민 작은 정...
옥와玉蝸 는 침상에 등을 기대고 누워, 양 발끝을 교대로 천천히 까닥이며 비가 오는 맞은편 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비가 오면 허리 아래부터 발끝이 저릴 만한 나이가 되었다.딸이 어렵사리 모셔온 일본 의사가 약을 먹으면서 ’관절’ 을 평소에 많이 움직여두면 좋다고 하기에 별 뜻 없이 하고 있는 것이었다. 밖에서 들어왔는지 민달팽이 하나가 창살을 주르르...
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를 간다는 말도 글도 없이, 누구에게도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어디론지 없어져버렸다. 그제 일을 하고 내려오다 마주친 그는, 아름다운 머리장식이며 화장이며 이것저것을 걷어내고, 머리를 올린 채 수수한 차림이었다. 저대로라면 목이 어떻게 되어버리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주렁주렁 걸치었던 목걸이조차 한 개도 없었다. 가늘게 땋...
어느 밤에, 나는 사원의 제일 뒤편의 뒤편까지 들어가야 나오는, 가을바람의 냉기가 제일 먼저 느껴지는 방에 있었다. 아주 옛날에는, 온통 붉고 노랗게 칠해서 초를 켜 놓으면 괴물의 입 속처럼 형형한 빛이 일렁이는 근사한 불전이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이 사원에서 제일 낡고 외진 곳이었다. 칠이 벗겨지고, 군데군데는 거의 회색으로 닳아버린 나무 마루와 벽이 마...
남국이 고향인 그녀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겨울이었다. 료미療美는 물에 몸을 담근 것처럼 옷을 아무리 덧입어도 파고드는 칼바람에 몸을 떨었다. 칼바람이 몰아세워 종종걸음치는 인파 속에서 몇 번이나 같은 소릴 중얼거렸다. 추위에 떠밀려서 나오는 말이었다. 등이나 뺨을 후려맞았을 때 무심코 나오는 비명 같았다. "신이시여." 신앙심이 깊지 않아도 절로 신을 찾...
총독은 정말로 떠났다. 이런 델 다시 올까보냐 하듯 임기가 끝나자마자 잽싸게 짐을 챙겨 순양함에 처넣고는 본국으로 가 버렸다. 국가는 청년들에게 약속된 땅에 신성한 의무가 있다는 듯 식민지행을 선전하지만, 본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지로 나오는 것은 쓸쓸하고 서글픈 일이다.총독처럼 나이 들어, 몸도 마음도 메마른 군인에게 본국을 떠나 극동으로 나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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