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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가 엄마 손에 이끌려 서울로 이사를 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1992년 4월. 날씨는 계절감을 잊은 듯 마냥 추웠다. 동주는 소매 끝을 끌어 당겨 찬 손을 소매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 순간 도착한 열차의 출입문이 열리고, 사람들은 두서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낯선 그 모습이 무서웠는지, 동주는 자신도 모르게 엄마 손을 꽉 붙잡았다. 그런 동주를 돌아...
또각또각 이른 아침 동주의 병실이 여자 구두 굽 소리로 울렸다. 무릎까지 오는 검정 미디스커트에 검정 코트를 걸친 단정한 얼굴의 혜영이 남들 눈을 피하려는 듯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동주는 마치 이 만남을 예상한 얼굴로 혜영을 보았다. 혜영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있는 동주를 보자,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때 아무것도 안 받고 헤어질 때 알아 봤어야 했는데...
"기자님이 어떻게?..." 란 말을 내뱉었지만, 뻔히 자신의 뒤를 밟았다고 생각하자 동주는 불쾌했다. 하지만, 지금 자신뿐만 아니라 영재도 함께 몰게 분명한 상황이었다. 정기자가 어떻게 나올지 기다려야 했다. "이젠 대답해 주실 수 있으시겠네요." 동주 가까이 다가오는 정기자의 손에 든 폰은 아마 녹음 버튼이 눌려 있을 것이다. 그가 원하는 대답은 오직 하...
오랜만에 만난 사이지만 인사도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는 건, 영재다웠다. 문성그룹의 이영재는 겁이 없었고 배려도 없었다. 동주는 입을 달싹 거리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 동주를 보자, 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테이블에 내려 놓고, 손바닥으로 소파 옆자리를 탁탁 두드렸다. 자신의 옆으로 오라는 영재의 손짓에 동주는 그냥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이펀스...
따르릉 따르릉 병실의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렸다. 어쿠스틱한 기본 벨소리로 되어 있는 동주의 휴대폰으로 저장되어 있지 않은 낯선 번호가 화면으로 떴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YQN 뉴스 기자 정기남입니다." 뚝. 동주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다시 베개에 머리를 뉘었다. 창밖을 볼 수 없게 블라인드가 쳐진 병실에는 모두 각자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동호대교 위에 위태롭게 서 있는 한 남자가 지난 폭우로 물이 불어난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강에는 거친 흙탕물이 세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남자는 마른 체형으로 옷이 많이 낡아 보였다. 대교 난간에 서 있어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처럼, 눈은 초점을 잃은 지 오래였다. 결심한 듯 대교 난간을 힘주어 잡을 때였다. "서동주!" 검...
[플라밍고] 카페 앞을 서성인다. 도착한 지는 2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카페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 서서 안을 살피고 있었다. 창가 쪽에 앉아 있던 그를 본 순간 나는 돌아서서 숨어버렸다. 왜 그랬을까? 왜 피했던 걸까? 뭐가 두려웠던 걸까? 그가 플라밍고 카페를 찾아올 줄 몰라서? 잠시 후, 그가 카페를 빠져나오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좀 전까...
"그때, 우리 사고 난 날 얘기해봐. 우리가 어쩌다가 같은 차에 타고 있었지? 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그래. 난 왜 여태 그걸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깜깜한 집 안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첫 순간은 어두워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잠시 벽에 기대어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눈이 곧 어둠에 적응하고 창문 너머의 옅은 빛들만으로도 충분히 방안에 자리한 사물을 볼 수 있다. 나는 냉장고 앞으로가 물 대신 우유를 꺼낸다. 엎어진 식기류 중에서 컵을 꺼내어 우유를 따를 때였다. "띵똥"
컵에 따르려던 우유를 잘못해서 엎지른다. 인터폰 화면으로 반가운 얼굴을 보자 서둘러 현관문으로 달려가 문을 연다. 열린 현관문으로 녀석의 얼굴이, 녀석의 눈빛이 나를 응시한다. 마음과 다르게 무신경하듯 물어본다. "왜?" 나는 왜 그랬을까.
손에서 땀이 난다. 녀석이 아무렇지 않게 옆에 앉아 있는데, 난 왜 긴장하고 있는 걸까? 한두번 학교에서 마주치다가 같이 밥 먹기도 했었고, 그러다가. 어쩌다가. 우리 집에 와서 이렇게 단둘이 영화를 보고 있다. 알 수는 없다. 수정이에게 거짓말을 하고 시간을 비워둔 마음을. 중요한 건. 지금 함께 나의 방에서 다운받은 영화를 어깨가 닿을까 말까 하는 거리...
다르다는 건 어떤 걸까. 수군거리는 사람들 틈에 그 녀석이 보인다. "쟤잖아.." "정말? 정말 쟤 게이야?" "그렇다니깐." 그래. 멀리서 지켜볼 때는 그냥 다른 사람. 선입견이 놀랍게 자리해서 가까이 오면 더 관찰하게 된다고 할까. 그래서, 승찬이가 수정이와 만나는 자리에 그 녀석을 데려왔을 때,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온 신경이 곤두서서 그 녀석 행...
"그래서, 계속 이렇게 현관에서 얘기할 거야?" "곧, 갈 거야. 가야 돼." 신발장에 기대어서 녀석을 위아래로 살폈는데, 역시 고집불통이다. 이렇게 젖은 상태로 계속 서서 얘기하겠다는 거야? 고. 집. 불. 통 "후회한 적 없어. 내가 왜 후회해.." "..." 다른 말이 듣고 싶었나? 이 대답이 아닌가? 네가 너무 좋아. 그래서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어...
"그래서, 정말 안 탈 거야?" 내 질문에 망설이는 눈빛인데, 대답은 단호하게 나왔다. "응, 오늘은 집에 갈래" 한 번 더 잡으면 옆자리에 앉힐 수 있을 거 같지만, 내일 부르자는 생각이 자리했는지 난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았어, 잘 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백미러에서 사라질 때까지 힐끔 거리며 본 거 같다. 집에 도착해서는 평소에 읽고자 사 두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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