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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이 되기 전에 뭐라도 해놔야 합니다." 전 직장을 다닐 때 거래처 직원과 술자리를 함께 했는데, 자기에게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같이 해보자는 말이었다.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내레이터 모델 에이전시였을 것이다. 그때 나는 28살이었다. 동호회에 나가서 한 살 많은 형에게 "이제 계란 한 판이 됐네?" 라는 소리를 들은적 있다. 아마 내가 30이 되고...
5월에서 6월의 공공기관은 내년 예산을 어떻게라도 사수하거나 증액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다. 주무부처와도 끝없이 서류를 주고 받고 그걸로 기획재정부에 간절한 설명을 한다. 예산이란 그 공공기관이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의 원동력이기 때문에 당연히 중요하다. 이 외에 증원, 혁신 계획, 국회 업무보고, 윤리경영, 성과관리, 고객만족경영, 대외협력 처럼 뭔지는 도...
TV 시리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정명석 변호사(팀장)는 위암 3기에 걸린다. 그간 열심히 산 것 같긴 한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때 우리의 주인공 우영우가 팀장 옆에 와서 조금 전 주지 스님에게 말한 것을 멋있다고 하며 한마디 한다. "이혼당하고 위암에 걸릴 정도로 일에만 몰두한 보람이 있습니다" (정명석은 걸음을 멈춰 조금 시간을 ...
아무런 기억에 없는 대학 교수들의 수많은 말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게 하나 있다. "모르는 건 지체없이 옆의 친구에게 물어봐라. 내가 모른다고 창피할 필요가 없다. 그 친구도 십중팔구 모를 것이고, 안다 하더라도 안지 얼마 안된걸 거들먹거릴 뿐이니까." 그래서 그 이후 수십년 세월을 살면서 교수의 조언을 마음에 담고 모르는 게 있을때마다 바로바로 옆 사람에...
전주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0년이었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방문이 그 목적이었다. 그 후로도 전주를 여러번 찾았고, 그 중 대부분은 역시 영화제 기간이었다. 2000년, 그러니까 첫 방문 때는 영화를 섭렵하겠다는 끓는 피로 영화 동아리 후배들과 전주로 향했다. 정성일, 김소영, 김준양이 프로그래머로 있었던 1회에는 그야말로 신기한 영화들이 많았다. 알...
"사랑은 가도 친절은 남는다." 커트 보네거트의 말이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는 모르지만 비단 사랑하는 사람의 관계만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보편적인 관계에서도 친절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는 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읽힌다. "친절은 조용히 모든 것을 압도해. 어떤 것도 친절함을 이길 수 없거든." 이는 찰리 맥커시의 그림책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에...
한국 독립영화에 그다지 흥미가 없다.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 모니터링 관객의 점수에 좌지우지되는 상업영화에 비해 확실히 독립영화의 소재 폭은 넓다. 그들은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고 관객은 그 이야기 중에서 선택할 수가 있다. 엄청난 장점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다르게 생각하면 내게 관심 없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도 많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스펙트럼이 넓어졌는데 ...
누구였더라, 등장인물 중 누군가 섬진강변에서 기쁨의 만세를 부르는 것이 <토지>의 마지막 문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래전 박경리의 <토지> 5부작을 모두 읽었다. 수 개월 동안 서희, 길상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과 함께 살았다. 책의 마지막,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그 소식들을 들은 서희는 온 몸을 죄고 있는 쇠사슬이 후두둑 떨어지는 ...
십대 때, 팝송을 거의 듣지 않았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영향으로 클래식을 주로 들었는데 그러다 찾은 내 고유 취향의 음악은 영화음악이었다. 그것도 스코어라 불리는 영화의 오리지널 배경음악. 당연히 존 윌리암스와 엔니오 모리꼬네를 좋아했고, 교보문고 음반 코너에서 존 윌리암스의 SF 영화음악 모음 LP를 찾았을 때의 흥분을 아직 기억한다. 몇날 며칠을 벼르...
모 커뮤니티의 주류 게시판에 올라온 '바 안단테' 오픈 소식을 알려준 것은 D였다. 예비 사장은 오픈을 준비하면서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건데 꽤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위스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내용을 보니 과연 그랬다. 댓글에는 기대한다는 내용과 이 게시판에 올리면 온갖 악성 고객까지 몰려들 거라며 걱정해주는 내용까지 다양했는데, 주인장은 매우 유쾌하...
윌리엄 맥스웰의 소설 『안녕, 내일 또 만나』를 다 읽었다. 점점 독서라는 습관이 멀게만 느껴지는 요즘, 2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을 꽤 오래도 붙잡았다. 이미 절판되어 D의 도움으로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겨우 구한 책이다.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내가 모 기관에서 KMDb 영화글을 담당하고 있었을 때, 독립...
아리 애스터의 <유전>은 개봉 전부터 기다린 영화다.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가 있는데 그렇게 무섭대, 라는 소문도 소문이었지만 공개된 예고편이 내 취향이었다.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꼬마아이, 그 아이가 가위를 들고 새의 목을 자르기 직전, 혀로 내는 똑딱 하는 소리, 인형의 집, 복도를 유영하는 정체 모를 빛. 모두 현실에 있을법한 이미지인데 솜...
태양계의 가장 끝에, 제일 작은 막내가 명왕성이라는 이름으로 있었다. 눈치 챘겠지만 과거형이다. 너무 멀고 작아서 제대로 된 사진도 없었던 명왕성은 2006년 더 이상 행성이 아니게 된다. 왜소행성으로 강등되어 버린 거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수금지화목토천해, 에서 어색하기 짝이 없게 멈춰야 하는 것이다. 명왕성이 행성이 아닌 이유를 듣고 보면 또 그럴 ...
취향에 대해 열정적인 편은 아니다. 무엇을 좋아하는가, 라는 질문에 군 설명 없이 정말 좋아한다고 답한 적이 거의 없다. 그건 그런 면이 좋고, 하지만 이건 좀 마음에 들지 않고, 그래도 그만하면 괜찮은 거지. 이런 대답을 늘어놓으면 나의 취향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듣고 싶었던 질문자는 이미 실망하는 눈치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래전 일이지만 지금도 기억나는...
"형!" 아니... 오빠 였나. 대학생 때, 동아리 방에 들어가자 후배 중 하나가 나를 부르며 이것 좀 같이 보자고 했다. "뭔데?" 라고 앉아서 본 건 짧은 애니메이션이었고 제목은 <온 유어 마크>라고 했다. 차게 앤 아스카의 동명 노래를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든 거였다. 노래도 좋고 작품도 좋고, 그 당시 동아리 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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