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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 마. 다시, 내보내 줄게……." 올리비아가 자신을 감싸고 있는 내 팔을 잡으며 말했다. 무게가 확 실리는 게 느껴졌다. 내가 버티지 않으면 무너졌겠지. "이 꼴로 어떻게 내보낸다는 거야? 그리고 이제 안 가!" 우왓, 목 너무 아파! 올리비아는 내가 아직도 투정 부리는 걸로 보이겠지. 사실, 그게 맞기도 하고. 뚜렷한 해결책도 없이 되돌아온 거니까...
환술은 주술, 마술 그리고 마법으로 구분된다. 이는 기본적으로 힘의 원천에 따라 구분된다. 1. 주술 초월적, 초자연적, 초인과적, 초인간적 존재로부터 대가를 주고 힘을 빌려오는 것을 주술이라 한다. 대개의 원천은 그 존재를 일반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원천은 성신, 마신, 귀신과 같은 신적 존재나 영적 존재로 여겨진다. 즉 근본적으...
"아이헤나?" 날 부르는 부드럽고 찐한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혹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빠? 아빠랑 만날 리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떨어져 죽는다는 게 아플 겨를이 없는 정도인 건가? 아니, 속이 너무 아파서 그런가? "아이헤나?" 아까보다는 좀 더 뚜렷한 목소리. 끓어오르던 속도 갑자기 조용해졌고, 내 등에 뭔가 살포시 닿는 게 느껴졌다. 바...
"하악, 하악, 엑, 우에엑!" 나는 쉼 없이 달려, 우리 집 뒷언덕에 올라왔다. 두 다리가 찢겨나갈 듯 해도, 이 악물고 뛰어왔다. 심장이 네 배는 커진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가슴팍을, 때려 부수고 튀어나와서, 내 얼굴에다 침 뱉으면서, 욕할 것만 같았다. 제발, 나대지 마, 심장아. 도착했다는 마음에, 다리에 힘이 빠져서, 앞으로 풀썩 쓰러졌다. 심장...
레케르는 말을 마치고 씨익 웃으며 칼을 내리 꽂으려 했다. 올리비아는 여전히 온몸의 통증을 다스리는 데 전력이어서 바로 코앞에 닥친 위기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한계를 멀찍이 뛰어넘었다. 일찍이 온몸이 갈가리 찢어졌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운 좋게 형체를 유지하더라도 과열된 신체와 정신을 온전히 되돌릴 수조차 없을 일이었다. 레케르는 분명한 경이 그 자체를...
몸을 낮춰 재빠르게 파고든 레케르는 몸을 일으키며 칼을 크게 올려 쳐 뒤로 넘겨 베었다. 올리비아는 팽팽히 당긴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온 레케르의 모습에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며 호흡이 엉켰다. 올리비아는 침착하게 칼의 궤적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상체를 크게 뒤로 젖혔다. 올리비아는 코끝을 살짝 베고 지나가는 칼의 목적없는 시퍼...
좁지 않기는 해도 막힌 공간이다. 나는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뭔가 위화감이 드는 게…… 색유리가 없다? 어째 벽면을 따라 둘러쳐진 창문들도 다, 열려있는 것 같은데? "헤나?" 올리비아가 나를 불러 반사적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올리비아 뒤쪽에서 뭔가가 반짝거리며 커지고 있었다. 꿈, 어제도 비슷한 걸…… 아니, 날아오는 거잖아. 뭐지? 저 올곧게 날...
성 피란테 바드레르는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광장과 학교 사이에 자리하고 있지만 광장에 보다 더 가까웠다. 올리비아는 내 왼팔을 꼭 팔짱 낀 채로 자신의 빨개진 눈시울을 종종 비비적댔다. 콧잔등도 빨개져서는 계속 훌쩍거리는 모습이 참 귀여워. 펑펑 우는 올리비아를 달래다 보니 이미 하늘에는 옅은 남색이 걸리고 반대편에서 첫 번째 달 일리스가 어슴푸레하...
마리 수도사께서는 나보다 옅은 갈색을 띤 머리를 틀어 올려 언제나 깔끔한 용모를 보이셨다. 약간 짙고 두껍한 눈썹과 부드러운 눈매 안에 자리한 약간 탁한 우물 빛깔의 파란 눈동자. 가냘픈 몸선 때문에 자주 병치레를 하실 것 같지만 내가 아는 수도사 분들 중에는 가장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분이었다. 그런데 어제까지는 갈색이었지만 지금은 보라색이니까 나보다 옅...
참새 우는 소리가 선명해진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풀잔디가 쓰러지며 뺨에 스치는 간지럼도 진해진다. 몽롱했던 의식이 시간을 건너뛴 듯 점점 모여든다. 아직은 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아침 공기가 기분 좋아. 이대로 더 있고 싶어. 나는 몸을 바로 뉘어 숨을 천천히 크게 들이쉬었다. 참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오는 우렁찬 지저귐. 잠깐만. 참새야...
청명하고도 깜깜한 하늘. 수 천의 빛깔들이 서로 제각각 드높게 반짝이며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직 열 살 남짓이었던 소녀는 모두가 잠든 새벽에 종종 몰래 집에서 빠져나와 밤하늘을 구경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조용히 몰래 빠져나와 집 뒤의 언덕에 올랐다. 이슬 젖은 풀 내음.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벌레 울음 소리. 약간은 쌀쌀한 바람도. 모두 별구경을 ...
“왜 그랬어요?” 레베타는 계속해서 투덜대는 페이르가 슬슬 짜증이 좀 났는지 뒤돌아서 물었다. “그건 아까 다 말했던 거 같은데요.” “……그러니까 진짜 그냥 장난이었다? 매번 장난?” 레베타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프레드카스. 당신이 나한테 직접 연행되는 것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가물가물할 정도인데, 그게 전부 장난이었다 이 말씀이죠?”...
유리안 씨는 귀한 손님 직접 대접하겠다면서 주방으로 총총 걸어갔다. 실리아는 유리안 씨가 들뜬 마음에 식기를 다 엎어 깨트리거나 차를 끓이다가 다 쏟고 다칠지도 모르겠다고 뒤따라 들어갔다. 나도 가봐야 하나 싶어서 빼꼼 들여다봤다가 유리안 씨가 면박을 줘서 반쯤 쫓겨나다시피 식탁으로 돌아왔다. “이씨, 혼자 뭐 하라구.” 혼자 나무 벽에 이마를 대고 중얼거...
뒤척거리다가 잠자기를 포기한 아르웨니드는 왼발을 지긋이 몇 번 눌러보고는 붕대를 풀려고 했다. 몇 바퀴 돌리다 귀찮아졌는지 손을 놓더니 손가락 끝을 세워 발등부터 아직 남아있는 붕대에 대고 그었다. 희미한 푸른빛이 나며 그어진 선을 따라 붕대는 양끝으로 갈라져 발등을 미끄러지며 내려갔다. 으스러지기 전과 다름없이 말끔한 상태였다. “전에 받았던 약은 안 먹...
정보의 진원지는 달빛노래평원. 망루에서나 겨우 보일만한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했으니 그보다 가까이 다가갈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망루에는 다른 병사들이 근무할 테니 올라갈 수는 없고. 그 외에 높은 곳은 폴로무드 지구에 영주님께서 기거하시는 성의 첨탑이나 펜타네 광장에 있는 성자 에타리온의 바드레르의 지붕 정도려나. 어느 쪽이라도 올라갔다가 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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