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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꾸만 흘러내리는 자신을 느꼈다. 언제 의자의 품 안에 쓰러져 의식의 동아줄을 놓치고 만 것인지, 또 언제 저 두꺼운 암막 커튼을 비웃듯 눈을 찌르는 무수한 바늘에 깨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어디선가 참새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기지개를 켜려고 했다. 아니나다를까, 온몸의 뼈마디가 뒤틀리는 불길한 소리가 났다. 허리, 어깨, 목덜미, 어디 하...
1 이 밈이 지금보다 잘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아마도 없었다. 세카이의 어떤 악역을 마주했을 때도 이보다 뜨거운 격노로 가슴이 울렁거린 적이 없었다.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던 콧수염 시노노메 화백의 전횡을 보았을 때도, 하루미치 선생의 뒤틀린 자식 교육의 경과와 그 끝이 어떠했는지를 알았을 때에도. 그 두 중년과 이번의 얼굴도 모를 - 모르는 편이 나을 ...
은빛으로 밝은, 눈이 쌓인 밤의 품에 널찍이 누워모든 것은 졸고 있다.걷잡을 수 없는 슬픔만이누군가의 영혼의 고독 속에 잠 깨어 있을 뿐.너는 묻는다, 영혼은 왜 말이 없느냐고왜 밤의 품속으로 슬픔을 부어 넣지 않느냐고-그러나 영혼은 알고 있다. 슬픔이 그에게서 사라지면별들이 모두 빛을 잃고 마는 것을. - R. M. Rilke 당신은 태어난 것을 축복이라...
우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다. 많은 두부들이 스무 명의 아이들과 버추얼 싱어들이 씨줄과 날줄로서 엮는 아름다운 촉금蜀錦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하늘의 주재가 지상에 거하는 우리들의 삼베, 무명, 혹은 비단천을 방직하듯 그들의 이야기는 사람이 짜내리는 것. 그렇기에 선역이 있는 한편 악역도 있다. 혹은 무엇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들이 ...
별다방에 앉아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카오리는 도로 헤집어진 머릿속을 가까스로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해머로 정수리를 가격당한 것 같은 느낌에 그녀는 가장 기초적인 어휘력과 청각마저 잃은 것 같았다. 코우메가 또박또박 내뱉은 말을 카오리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맨 먼저 카오리가 한 것은 일단 자신이 들은 말...
*이 글은 '언젠가 절망의 밑바닥으로부터' 이벤트의 스토리(이벤트 스토리, 카드 사이드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서문 필자는 고등학생이었던 때로부터 이미 십 년을 넘겼다. 아직은 젊다고 말할 수 있는 나이이나, 이제 이 낡아 마모되어 가는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중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세카이의 아이들이 알고 있는 것과 강산이 달라질 만한 간극을 두고 있...
그러잖아도 피곤에 찌든 것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몰골이건만, 그 주 토요일까지 카오리는 밤마다 몇 시간도 채 잠들어 있을 수 없었다. 갑자기 찾아온 옛 친구는 그녀를 심금의 근섬유 마지막 한 가닥까지 잡고 뒤흔들어 놓았다. 그 정도의 충격을 주는 데에 많은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달이 밝은 수요일 밤에 두 소녀가 주고받은 메시지는 다시 시작하지 않겠냐는...
Special thanks to Francis Jammes (2.12.1868-1.11.1938) 이렇게 알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것 따위 겪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배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알아야만 했다. 겪어야만 했다. 배워야만 했다. 나는 떠나지 않는 고통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나는 마침내 고통을 존경하기에 이르렀다. 행복도 존경도 사...
*이 글은 '카네이션 리컬렉션' 이벤트의 스토리(이벤트 스토리, 카드 사이드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Abstract [카네이션 리컬렉션] - 직역하자면 '카네이션 회상' - 이벤트는 카나데를 주인공으로 한 니고의 네 번째 유닛 이벤트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열렬한 카나데 팬인 필자로서는 이벤트 시작 이전부터 지대한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기대...
십 분 정도 걸어서 마후유가 예약했다는 식당에 도착했다. 정말로 젊은 연인들이 자주 찾을 것 같은 – 실제로도 조금 닫힌 자리마다 한 쌍의 연인들이 자리잡고 있는 – 그런 장소였다. 밝지 않은 조명, 어쩐지 아늑하고 고즈넉한 인테리어의 양식집이었다. 뻔질나게 들르기엔 조금 비싸지만 그렇다고 파인다이닝 수준으로 눈이 튀어나올 가격은 아닌, 파스타도 팔고 피자...
*주의* 이 글에는 비판적인 논조의 문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주의* 이 글은 금번 '고민 들려줘! 두근두근 피크닉'의 전체적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Abstract 지난 '시크릿 디스턴스(이하 디스턴스)' 이벤트에 이어, 이번 혼합 이벤트인 '고민 들려줘! 두근두근 피크닉(이하 피크닉)' 이벤트는 미즈키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따라서 이벤트...
이쯤이면 됐겠지. 아키토는 자기도 들어가려다 말았다. 괜히 멋진 척이나 하려고 눈물바다에 나서 봐야 저 감동의 도가니를 깨뜨리는 꼴밖에 안 된다. 그렇게 사방팔방 나서는 짓은 우리 친애하는 텐마 츠카사 선배 정도나 할 법한 일이다. 우여곡절이 좀 많이 심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결말에 속할 것이다. 저 요이사키 씨도 무슨 죽을병이 아니라 피로에 스트...
…… 30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자기 자신에게 환멸이 났다. 역시 햇빛은 싫었다. 슬슬 날도 더워지기 시작하는데다 확 내리쬐는 열기 때문에 꼭 달궈지는 것 같았다. 누가 날 노릇하게 구워 먹으려고 작당이라도 하는 걸까. 덥다, 더워, 기껏 깼던 잠인데 도로 몽롱해진다. 정신 차려라, 정신 차려, 카나데. 길거리에서 드러누우면 안 돼. 안 ...
평범한 외출이라면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 대강 지갑만 챙겨서 나갔을 카나데였다. 그러나 이번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서도 안 되었다. 마후유는 분명히 데이트를 하자고 했다. 이런 일상과 상관없이 지내 왔다는 건 변명거리가 될 수 없었다. 아무리 갑작스러운 일이라도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해야 한다. 마후유를 구하겠다고 했으니까. 그 마음을 찾을 때까지...
카나데는 지금 자기가 느끼는 감각이 무언지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헤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것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건반을 두드리는 손의 감각이 붕 뜬 것만 같았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오른손에 쥐고 있는 샤프펜슬을 놓칠 것 같았다. 소리가 왕왕 울리는 것 같은 느낌에 헤드셋을 눌러써도 음이 귀에 머무르지 않고 구름 위를 떠다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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