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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는 서함의 집에서 살다시피 지낸 적이 있다. 보통 휴일의 서함과 함께 놀거나 서함이 없는 평일의 집에서 누워 놀기를 반복했다. 그게 아니면 밤 늦게 친구들과 함께 클럽이나 파티를 가는 걸 좋아했다. 서함은 집착하는 성격도 아니었고 로즈도 그런 사람들과는 맞지 않아 둘은 갈등이 없었다. 로즈에겐 1년이면 오래 사귄 편에 속하기도 하고. 어느 휴일, 서함의...
평소 같았으면 이 지긋지긋한 회식이 끝나자마자 당장 집으로 돌아갔을 텐데, 택시를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정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함은 마침 A대학교 근처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에 택시를 세우고 내린 다음 그에게 답을 계속했다. 마침 술을 사 주기로 한 적이 있는데 제가 일하던 곳에 있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답의 모양이 좀 이상했다. [○○포차용]? 정...
"최악이다." 재찬이 젖은 안경을 벗어 닦으며 하는 첫 번째 소리였다. 하필이면 야외 촬영 일정을 잡은 날에 이렇게 비가 내리다니. 서함의 표정도 침울했다. 빌려 온 조명과 카메라, 장비 모두 가방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이렇게 공원 난간에서 기다리게 생겼다. 루는 첫 번째 과제로 '서로를 가장 아름답게 찍으라'고 했으나, 이 환경에서는 보통이면 그런 결과물을...
"박재찬 학생? 박재찬 학생 없나요?" 2019년 취업을 마지막으로 약 3년만에 다시 온 학교에서 서함의 동기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말았다.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아무 지식 없이 이름만 보고 넣은 수업은 교양치고는 꽤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그렇다고 해서 수강정정을 할 정도로 서함에게 시간이 많은 건 아니었다. 개 같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른 회사로의 이...
세계적인 사진작가 마리 루의 제자 박서함이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루는 제 젊은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그를 진작부터 알아보았고, 그가 마치 스폰지와 같은 하드웨어와 심해 같은 잠재력을 가진 인재라고 평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제자들에게 모두 레벨을 매겨 순위를 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기본적으로 견습생에게도 친절했고 사진을 제대로...
※트레이터 본편의 공식적인 외전이지만, if시리즈의 연장일 수도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대입하여 읽어주시면 됩니다. 또한 본편의 스포일러가 존재하며, 읽지 않으시면 이해가 어려우실 수 있습니다. 하늘에 꽉 낀 먼지가 태양을 희미하게 가리기 시작한 지 오십 년 만에, 세계에서는 무수한 전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경에서의 전쟁, 틈을 파고드는 침략,...
상쾌하게 일어나면 당장 시계를 봐야 한다. 지각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으니까. 재찬은 몸을 일으키며 기지개까지 광고처럼 편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제 옆에서 기절잠을 자고 있는 서함의 옆에 놓인 탁상시계를 봤다. AM 8:37. 이런 씨발! 새벽까지 있었던 사건을 되새기고 할 것도 없이 재찬은 황급히 서함의 몸을 흔들었다. "선배님! 선배님! 서함아! 형!...
기대를 하신 분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그날 밤이 역사적인 밤이 되진 못했습니다. 그날은 월요일이었고 우리는 직장인이고 화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심지어 박서함 씨는 다음 날 또 면접장에 끌려가야 했기 때문에 단정하지 않은 용모로 급하게 회사에 갈 수 없어 새벽부터 일어나 단장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누구긴 ...
조선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임금이 여성이 아닌 이상 남자 후궁을 들이는 일은 없다. 그와 비슷하게, 조선에는 남자와 남자가 혼인하거나 여자와 여자가 혼인하는 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 조선의 임금은 세 아들을 두었다. 앞선 둘은 중전이 낳은 아들이고, 막내는 후궁이 낳았다. 법도에 따라 당연히 장자인 권이 왕세자가 되는 것이 이치겠으...
원래 게이새끼들은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 특히나 친절을 베푸는 남성은 더 믿으면 안 됨. 한 번 자고 말 생각으로 다가온 남성에게 별 거리낌이 없다면 상관 없을 수도 있지. 그러나 그게 아니라 정서적인 교류를 원한다면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재찬에게 박서함은 그러니까… 예쁘게 포장된, 남의 선물 상자 같은 존재다. 안을 뜯어보기 전엔 그 안에 뭐가 ...
[학력 : 대졸(4년제) 이상(예정자 가능)] 구인구직 사이트를 찾아보는 사람들 중엔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박재찬 학생이 있다. 졸업 조건을 동기 김정원의 도움으로 잊지 않고 열심히 채우고 지독한 첫사랑(무려)의 아픔까지 이겨낸 그는 코스모스 졸업을 목표로 두고 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막학기에 12학점만 듣고 미리 취준을 해야겠다...
'[단독] A대학교 정문 앞에서 경영학과 학생 한 명 넘어져… "쪽팔리니까 기사 쓰지 말고 좀 꺼지세요"' 검은 모자에 검은 마스크까지 쓰고 검은 옷으로 무장한 재찬은 이렇게까지 그림자 같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배로 넘어져서 숨이 안 쉬어지는 건지 너무 부끄러워서 숨이 안 쉬어지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수준이었다...
재찬이 어릴 때 그의 모친은 그에게 종교의 자유를 만끽하도록 두었다. 예를 들어, 교회에서 크리스마스라고 선물보따리를 주면 그곳에 가서 선물을 받아와도 그러려니, 불교 믿는 친구 따라서 석가탄신일에 생채비빔밥 얻어먹기를 해도 그래라 등등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두셨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재찬은 열 살때 어머니가 다니는 성당에 따라와서 그간의 모든 종교수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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