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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놀고 싶었는데. 태형은 정찬 자리에 미리 와 있던 이안을 보며 김빠진 웃음을 지었다. 지금이라도 다시 모르는 척을 해볼까 싶어 어깨를 비틀었다. 정국과 맞잡은 손을 살며시 빼내려 했지만, 정국은 사선이 된 태형의 몸을 금세 바로잡았다. 손은 여전히도 얽힌 채였다. 이안은 함께 들어오는 둘을 보며 환하게 웃다가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귀빈이 어떻...
황실은 지독한 곳이었고 황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다. 평생 먹고 살 장소와 음식, 허울뿐인 찬사와 존경을 얻고 기본적인 모든 인권을 박탈당했다. 멍청하면 멍청할수록 칭송받았다. 마치 소나무를 빨아먹고 사는 송충이처럼. 추잡한 핏줄은 고귀한 욕망을 막았다. 선택받은 자라는 칭호는 억울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추앙받는 것은 더부룩...
취약한 부분을 건드리면 그대로 터져버릴 사람.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 제 한 몸 내다 버릴 사람. 사랑한다는 말 하나로 인생을 틀어잡을 수 있는 사람. 원하는 것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결정된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 무너져도 아름답고 순응하면 빛이 나는 사람. 제 품에 안아 눈을 가려주면 언제까지고 떠나지 않을 사람. 정국은 태형을 바라보는 제 시...
함께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는 둘 뿐이었다. 서로의 등을 기대지 않으면 버틸 수 없었다. 기대고 있었기에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쫓아 온 힘을 다해 달린대도 제자리였다. 실패하고 돌아온 네 곁엔 언제나 내가 있었다. 여전히 등을 맞대고 같이 울었다. 고통을 나누어 배로 불렸다. 말라가는 팔목을 보면서도 여전히...
거울 속의 제 모습은 평소에 받던 화장과는 사뭇 달랐다. 본판이 같은데도 반짝이 하나 없이 단아하게 꾸며진 얼굴은 자연스레 청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평생 화려하다 칭송받았던 이목구비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에 태형이 놀라 볼을 매만졌다. 멍하니 벌어진 입에 정국이 살포시 웃으며 다가와 어깨쯤에 얼굴을 놓았다. 태형은 몸을 긴장한 채로 움츠렸다. 볼이 발갛게 ...
모든 것이 여느 아침 같았다지만 나른함은 여전히도 거부할 수 없었다. 태형은 잠에 취해 푹신한 침대에 머리를 묻었다. 일어나셔야지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포근하고 따뜻한 목소리에도 딱 오 분만 더 달라며 투정을 부렸다. 그에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지각하십니다. 간단한 안부를 나누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대화에 태형이 살며시 눈을 떴다. 매니저라고 생...
시간선을 공유한 합작 작품입니다. 위 작품을 먼저 읽고 감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겨울은 금연하기 좋은 계절이었다. 윤기는 입김 하나에 환상처럼 흩어지는 연기를 바라보았다. 귀에서 방금까지 들은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새로 소복하게 쌓인 눈을 밟았다. 뽀득거리는 소리가 옅어질 때쯤에야...
#1 bullshit 병풍은 쉽다.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생긴다. 그러나, 동시에 가만히 있어야 의미가 있다. 친구란 그런 것이고 김태형에게 박지민이란 그런 것이다. 지민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태형을 진득하게 바라본다. 녹아내리고 잡아먹을 것처럼 응시하다가도 눈만 마주치면 꼬리를 사르르 접는다. 분위기를 푼다. 지민이 ...
드라마 촬영장은 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이 옷 다섯 벌씩을 들고 뛰어다녔고, 누군가는 전선에 걸려 넘어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태형은 그 가운데에 멍하니 앉아서 누군가가 두드려주는 화장품 가루를 들이마셨다. 이어 팔을 들고 입혀주는 옷을 몸에 걸쳤다. 분 단위로 짜였다는 일정표는 옷 갈아입을 동선의 시간조차 포함하지 않아 나열이 제멋대로였다. 태형은 ...
안녕하세요, 위드인입니다. 제목을 보고 놀라셨을 것 같아서 본론부터 말하자면, 제가 작게 트친들과 합작을 하게 되어서 뷔총(민뷔, 홉뷔, 슙뷔, 진뷔) 글을 조금씩 올리게 될 것 같아요. 뷔총은 합작 글 이외에는 올리지 않을 예정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벌써 제가 탈주한 지 2달이나 지났네요. 내일은 연말연초를 맞아, 드디어 준비가 끝난 입헌군...
세간과 삼류 뉴스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좋아했다. 굴러떨어진 먹잇감과 타오른 이슈를 포기하는 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불나방처럼 정국에게 달라붙었다. 인터넷엔 출처를 알 수 없는 불화설과 찌라시가 돌았다. 사실과 섞여 교묘하게 진실인 것처럼 짜깁기 당했다. 전정국이 김태형 소유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산다더라. 뒷방 정부 신세가 되어 사랑도 못 받는 다더라...
안녕하세요, 위드인입니다. 이젠 후기를 남기는 게 꽤 익숙해진 밤이네요. 의문문으로 무언가를 남기는 게 어색해질 정도로 혼잣말이 많아지게 된 것도 그 탓일까요. 다들 잘 지내셨는지 묻고 싶어요. 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국뷔를 너무 사랑하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요. 무료한 날들이지만 즐겁게 보내고 있어요. 드디어 완결이네요. 정략 부부...
태형이 이토록 급히 진인에 온 건 정국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누나에게 해야 할 말이 있어서였다. 게다가 그건 꽤 기쁜 소식이어서, 태형은 회의실 문을 열자 제 앞에 보인 광경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정말 황당했다는 뜻이었다. 정국은 태형을 보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어있는 모양...
태형은 차 안에서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되어서야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섰다. 아버지 보기가 껄끄러워 월차를 밀어 썼다. 앞으로 일주일은 회사에 가지 않아도 되니 부담이 좀 덜어졌다. 절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엘리베이터에 탔다. 유현에게 갈 때와는 너무 다르게, 하염없이 느린 기계가 야속했다. 정국은 식탁 그 자리 그대로에 앉아 잠든 채였다. 태형은 그 안...
사랑을 말하는 정국의 목소리는 태형이 기대하던 것보다 훨씬 뜨거웠다. 멀리 돌아온 결과였다. 태형은 정국의 대답에 제 오기를 버렸다. 사랑에 궁핍했던 시절에 눈을 감았다. 믿지 못하는 데도, 이게 단순히 그 플라스틱 택 반지처럼 달콤한 독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도, 속절없이 흘러들었고 스며 감겼다. 태형은 그 황홀경 사이에서 하나 남은 이성을 끌어 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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