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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외출 후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그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지르는 모양새의 고함을 들었다. 근처 마트에서였다. 집에서 오래 생활하는 다른 누군가들 또한 그리 하듯이, 앨런은 어딘가 허전한 잠옷 비슷한 차림으로 우유 한 팩을 사러 외출한 참이었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그는 주목받을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 왔다. 정확히는 그럴 만한 명성...
. ※자극적인 묘사 및 자살묘사를 다수 포함하고 있습니다. 1. Rehello. 네가 들어도 알 수 없는 나의 인사법에 일렁이는 너의 실루엣은, 이내 눈물을 지움으로써 또렷해진다. 2, 나는 네 자살을 막고 싶었다. 건물 위로 올라가려는 시도도 했었다. 다만 옥상에 다다르는 순간마다 내가 저격수에게 총살당하거나 총살의 기억조차 없이 다시 건물 아래로 끌려내...
(※. 범죄 및 고어씬 묘사가 있습니다.) . 실패다. 너는 이번에도 온전치 못한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몸 구석구석을 우리의 체액으로 난도질당하고 너는 끝끝내 내가 미쳤다고 말했다. 미약해진 너를 보다 보면 그것이 우리 맞잡은 손에 들린 한 자루 칼 따위에 그런 것이었는지. 떠올리게 돼서. 그저께는 십수 년 전이었고 어제는 수십 년 후의 너를, 오늘도 ...
없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짧다면 짧은 생을 살고서 같은 외형으로 허나 더 작아져 눈을 뜬 곳은 도사나 무사 따위가 없는 평안한 세상이었다. 일면식조차 없는 부모는 전생의 내가 잊어버린 얼굴을 하고 있었고, 기나긴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나는 짧은 팔다리를 뒤척이며 가는 소리를 내었다. 여리디 여린 새 생명. 허나 꿈이 아니라며 질책이라도 받는 듯한...
셜록. 나지막하게 존이 그의 이름을 읊는다. 두 사람을 따돌리고 텅 빈 병실은 종이에 낙서한 모양새처럼 하얗다. 덩달아 창백한 낯빛이 걱정스러운지 존은 링거 주사를 잔뜩 꽂은 그의 손만 애꿎게 어루만진다. 입마개마냥 달아놓은 호흡기와 뜨일 기미 보이지 않는 눈꺼풀에 이미 익숙해진 존은 하염없이 두렵기만 하다. 그 날로부터 어림잡아 2년 정도가 흘렀다. 저더...
다정함에 한 번 이끌린 뒤로는 그 온기에 뒤섞여 빠져나올 수 없을지니, 나 또한 그랬으므로. 하루는 그가 등을 더럭 끌어안고 나를 사랑한다 말하는 것으로 로지와 나를 당혹스럽게 할 심산인 듯 보였다. 조촐하게나마 아침 식사를 준비하던 도중이었다. "로지가 보고 있어." 속삭이는 말에도 옥죄어 오는 팔은 하여금 이전의 감각을 느슨했다고 여기게 한다. "알고 ...
"의사시잖아요!" "조용히 해, 애송이! 이래 봬도 여기는 병원이야. 내 은신처이기도 한 장소고. 갓 스물도 안 먹은 어린애 하나 때문에 차 한 잔 마음 놓고 대접할 수 없다니, 이것 참. 또 묶이기라도 하고 싶은 거냐?" 스승, 제자 간이나 다름없는 사이에 소소한 언쟁이 벌어지는 것은 환한 대낮, 어두컴컴한 실내에서 미약한 등불만을 의지하는 좁은 방에서의...
태어날 적부터 회갈발이었던 나는 시선을 한 몸에 집중받으며 세상을 보았다. 금빛 눈동자는 세상에서의 0.1%의 희소성을 자랑했고, 왜소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다소 높은 키는 받았던 러브레터에 꽤 있던 내용이었다. 인생을 통틀어서 말이지만 그뿐만이 아닌, 중점적으로는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평범한 외모라고 생각했건만 남들이 주는 호의를 같이 따라해도 같은 학...
날이 다가오기 전까지 많은 예고가 있었다. 마침내 마른기침으로 턱끝까지 올라오는 눈물을 해치우는 아침까지. 채우지 않은 달력에 눈대중으로 X자를 그리던 모든 날이 이를 증명했다. 오래 전 잊을 수 없는 이름의 '그'가 정해준 날짜였으므로, 일자가 돌아오기까지 발자취의 나날을 그는 버텨왔다. 시간이 흐르는 데에는 예외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기 가신 눈꺼풀을 ...
사랑을 시작했다고 하면 좋을까. 이제 우리는 완전히 망가져 버렸는지 모른다. 그것이 셜록의 지독한 고집 탓이었는지는 모른다- 헌데 온 카메라와 조명이 베이커 가 스트리트, 221B호에서는, 적어도, 완전히, 끊겨 버렸다. 몇백 미터 내에라도 헬기 한 대 날아올 낌새를 보이면, 며칠 전부터 예측해 내는 두뇌의 그였다. 조명의 전선이 끊긴 것은 이 주쯤 전부터...
이렇게 또 펜을 쥔다. 언젠가 지나가던 생에서는 그것이 깃털 달았기도 하였으며 전쟁통 속 쓰던 팔이 불구가 되어 울부짖기만 하던 때가 있었다는 것을 애런, 당신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이번 생에서는 또 어떠한 해괴망측한 이름표를 달고 내 앞에 나타날지 도무지 궁금하지 않다. 그러니까 아주 먼 옛날의 얘기다. 대지를 절반 정도 어지럽게 덮은 이 별에서 살다 보...
* 부가 설명을 드리자면, 연재가 끝나고 약 2018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작가님께서 완결작 '심심한 마왕'의 후속작 '이세계의 마왕'의 샘플 3화 분량을 작업하시고 그 작업 과정을 유튜브 생방송으로, 면접에서의 탈락 후에는 전체 완성된 분량을 블로그로 공개하셨습니다. -지금은 작가님 블로그의 전체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이나 그 때 그 자리에 있었...
또 하나의 세상을 상실하는 듯이 네게 죽임당하고 난 후의 일이다 나는 인간의 탈을 쓰고 비겁하게 너를 잊지 못한 채 기억을 끌고 와서는 어리숙하게도 군다 너를 생각하느라 정신을 잃고 쓰러질 것 같아 정신병 약을 먹으면서 지낸다 신이여 그대는 어찌 그리도 자만스럽게 나를 백 년 채 될까 말까 하는 짧막한 삶과 못다 둘러볼 넓이의 땅으로 나를 버리고 갔는지 왜...
무심코 들이닥친 소동에서 발견한 것은, 보통의 아이들이 그렇듯 생의 끝을 먼 훗날로 기약하고 살았어야 할 어린아이였다. 그런 식의 평화는 20년이라는 단적인 기간 내로 손쉽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의 삶으로써 증명되었음을 알았다. 이미 죽음을 목격으로써 맞았을 아이는 다시 많은 생명이 무력하게 스러질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났을 뒤였다. 이에 ...
"아니요, 저희는 커플이 아닙니다." 존이 달고 사는 말이었다. 야릇한 셜록의 눈매와 장신의 체구에 어울리는 검은 코트를 죽 훑고는 촉 좋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붙어다니는 존을 더러 홀린 마냥 애인이라 말했다. 아니라고 해명하기에도 무안해질 정도로 끊임없는 확신이 이어져 왔으나 존은 참 꿋꿋하게도 동거인이다, 조수다 하는 변명 같은 호칭들을 늘어놓기 십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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