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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몸으로 어디를 가는가 갈고 갉아 폭발시킨 기폭약의 기세와 무엇이든 뚫을 것 같던 그 폭발음은 어디갔는가 나아갈수록 덥쳐오는 압력을 견디고 견디다 사과조차 뚫지 못할 위력이 되어 어디를 향하여 바쁘게 날아가는가 달릴수록 쇠약해지고 멀어지는 막막함에 누군가 없는지 목 놓아 울어보는 신이 쏜 오발탄.
몰락하여 버려진 성곽을 거닐다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짙고 깊은 저 메케한 밤하늘 속, 별들은 하릴없이 빛나고 있었다. 강탈당한 보석만 수만 개, 셀 수 없는 별들은 수억 개, 전부 세어보자- 라며 담아내었던 희망들이, 하늘에서 무참히 흩어져 하릴없이 빛나고 있었다. 흩어진 희망들은, 저 넓은 밤바다에 잠겨, 누군가 저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며 방황하...
타자에 대한 혐오는 끝내 자신을 향하고 도려내야할 환부가 되어, 불순물의 썩은 내에 가슴이 시큰거린다. 낙관을 간구한 비관주의자가 자기연민으로 심장을 자위하고 허무주의의 품에 안겨 잠듦에도, 껄떡대는 영혼의 쓰레기는 더 많은 비난을 갈망한다.
무거운 기압에 행했던 방치 오려붙인 추억이 사진에서 떨어지자 해변을 내달리던 소년이자, 바다에 발목 잡힌 사나이가 바다를 떠나려던 소녀이자, 바다를 붙잡는 여인의 눈에 가득 찼다. 함구에서 흘러나온 기나긴 침묵 어스름 짙게 깔린 두 존재의 암시엔 추억없는 괴리만이 파도를 일그러뜨리며 해수면을 높이고 있었다.
추레한 것에 날 선 시선이 닿는다. 시선의 끝에는 망탄한 이상이 담겨있고 허상에 닿으려 한 몸이 뭉그러져 있다. 뭉근 핏줄 위엔 업화가 개화하고, 수긍할 수 없는 실지의 비에, 번뇌와 회한의 한숨이 분분한 꽃잎으로 흩날린다. 피부 위로 드리우는 주름들과 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는 과거들을 보며, 누가 볼 새라 꽃들을 뜯어내어 입 안에 욱여넣고 씹지 않은 채 ...
나에게 바다란 것은, 모든 것이 탄생하고 다시 돌아가는 곳이다. 숨만 겨우 쉴 숨구멍을 가지고 태어나, 바다 깊은 곳에서 웅크려 가끔 발버둥만 치다가. 시간이 지나고 점차 몸을 키워, 마침내 수면 위로 드러나 바다 밖으로 걸어나올 때, 우리의 삶은 시작된다. 처음 수면 위로 올라온 이들에게는 모든 게 새롭다. 해변으로 걸어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발가락 아래...
바다의 부름에 답해, 바닷물로 발을 뻗는다. 발 끝 신경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저릿하고도 아찔한 감각과, 도망치듯 내 발을 감싸는 추억의 잔해들이 번져나간다. 나는 바다를 불렀다. 바다는 나를 받아주는 듯하다 제멋대로 침입해오는 나를 살랑거리며 반겨주는 듯하다. 심장아래에서부터 아릿해지는 이 감각, 그 전율에 잠시 멈추었다가도 다시 바다를 부르며 다가가는 건,...
눅눅해진 추억과 뒷날을 꺼내어 찌그러지고 그을린 통에 욱여 넣고 그 안에 불을 떨구었다. 시원스레 타지 못하고 매운 내와 연기만 가득 피어올라 내 얼굴이 덮었다. 그렇게 태울 자신도 간직할 자신도 없어 매운 연기가 개화한 통을 들여놓았다. 매운 연기와 잊지 못할 내음. 그 가운데의 사활은 회한과 괴리의 무덤이었다. 눅눅해진 소망과 이상을 꺼내어 찌그러지고 ...
태어난 것만으로 부모를 울린 이에게 자질이란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다. 그렇게 손에 쥐어지는 것 하나 없이 맘 편히 누릴 수 있는 것 하나 없이 신이 잊은 아이로, 신뢰하지 않고, 버림받으며 자라왔으니, 이런 나를 만난 당신의 현생이 애석할 뿐이다. 그렇기에 다음 생에도 내가 이런 모습이라면, 내세에는 남과 남으로, 서로를 모르고 지내는 것이 좋겠다.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하늘은 그 구름을 하얗게 태웁니다. 하얀 하늘의 재가 제 눈으로 떨어집니다. 하얀 하늘에 눈은 데입니다. 구름이 타는 매연에 폐는 숨을 게워내고 뇌수는 아래로 떨구어집니다. 끝없는 부정과 노출된 긍정, 검은 눈이 하얀 눈들로 보일 때 나의 부정은 긍정됩니다. 구름은 하늘을 가리고 자욱한 백야의 황혼이 하늘을 불태웁니다.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겉을 바라본다. 점점 가열되는 라디에이터가 꼬여버린 내 뇌를 녹여줄 것 같다. 잠을 자려 메마른 눈을 감았다. 감각이 멍해진 것이 따뜻하게 데운 시체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시체가 누워있음에도 매도가 없다는 건 무관심이다. 그러니 나만이 시체같은 날 혐오한다. 이대로 자면 내일이 온다. 내일이 오면 오늘의 난 죽고 다시 태어난다. ...
부끄러움을 치사량만큼 삼켜내었다. 다 내 잘못이니라. 경외감을 엮어내어 목에 걸고 조이니 방 안의 공기는 더욱이 무거워라. 숨이 막히고 공허한 배가 불러 구역질이 난다. 그대가 흘린 동정의 눈물은 닦아내고 매도와 증오를 모조리 받아 마셔 연명하리다.
밤이 웁니다. 끔찍했던 밤이 웁니다. 혼자 모든 걸 견뎌야 했던, 그런 밤이 웁니다.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부서져서 웁니다. 순수한 아이들의 손가락질을 견뎠던 날들과 서로 밀치고 쥐어뜯으며 싸우는 병신 가족들 사이에, 허락된 기둥 하나 없이, 짓무른 발로 서 있어야 했던 그날이 서러워 밤이 웁니다. 허공에 부딪힌 파도가 부서집니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
기다리는 자의 슬픔을 그댄 아는가 항상 기다려준다며 사람들은 좋아하지만 기다리는 자는 기다리는 모든 순간이 슬프다 기다리는 자는 두렵다 말없이 떠난 그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 뛰쳐나가고 싶어도, 벗어나고 싶어도 그대가 떠나버릴까봐, 그대가 미워할까봐 두려워한다
어떻게든 뒤엉키려 발버둥쳐도 파도 한 번에 흩어지고 떨구어지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다. 거센 파도가 몰아치면, 아래가 위가 되고, 위가 아래가 되는, 그 필사적이고 아득한 멀미 속에 상존하는 무거운 안정감이 날 바닥으로 끌어당긴다. 거대한 삶의 힘 앞에 나는 한없이 약한 존재가 되어, 남들이 서 있을 자리를 짓밟히며 내어준다. 약한 물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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