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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와의 인터뷰 (5) 인터뷰가 끝났다. 나와 PD는 촬영한 영상을 보며 편집점을 찾았다. 나 혼자 시청각실에서 돌려보던 영상 자료를 보여줬더니 PD도 통탄스럽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둘의 인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아니면 이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까 난감한 모양새였다. 우리가 타협을 본 건 에스퍼 그 자체에 초점을 두자는 거였다. 둘도 에스퍼...
내가 좋아하던 죽은 애 누구나 가슴 속에 첫사랑은 있기 마련이다. 또, 첫사랑을 끝까지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내 첫사랑은 기억나지 않을 때부터 시작해 30살인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혹자는 순애라며 동경의 눈빛을 보냈고 반대로 지고지순한 꼴값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내 첫사랑의 시작이 언제인지 모르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부모님들...
에스퍼와의 대화 (4) "저도 힘들지 않지는 않았습니다." 홍가람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살아야죠. 잠시 카메라를 바라보던 시선이 허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시선을 떨궜다. 살아지더라고요. "우리의 세상이 무너졌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큰 존재가 아니었던 겁니다. 늘 모두가 착각하듯 이 세상의 주인공은...
에스퍼와의 대화 (2) "……해서, 두 분의 이야기도 더 다루기로 했어요." 나의 이야기에 둘의 반응은 상극이었다. 홍가람은 그럴 줄 알았다는 시선이었고 이홍위는 눈을 가만히 굴렸다. "저희 이야기가 막 그렇게 재밌는 건 아닌데……." "영화고등학교 사건도 그렇게 다루면 자연스러워질 거 같아서요." 사람들은 개연성이 없어도 러브스토리라면 환장해요. 내 말에...
아이스 브레이킹 나는 방송작가다. 방송국에서 자리 잡으면 웬만해서는 부서 이동을 하지 않는다는 시사•교양국의 3년 차 작가.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면서 지적으로 즐거운 다큐멘터리 장르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서 시사•교양국에 발령 난 이래로 꿈쩍도 하지 않아 웬만한 메인 작가 저리 가라 하는 고난과 시련을 맞고 정신력만 짱짱해진 작가. 아닌...
민형이에게. 안녕, 잘 지내? 늘 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이렇게 쏟아 내보지를 않아서 무슨 내용을 써야 할지 모르겠네. 민형아, 나는 여기 와서 너 같은 아이들을 많이 만났어. 친구일 때도, 동생일 때도, 혹은 나보다 연장자인 사람도 있었어. 죽음이라는 건 생각보다 가까이 있고, 그걸 두려워하지 않는 이보다 두려워하는 이가 많더라. 나는 그 사람들을 너...
제로만은 평범한 중산층 집안에서 평범하게 자랐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었고, 특별히 못 하는 것도 없었다. 나중에야 제 집안이 좀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별히 잘난 것도 못난 것도 없는 것이 큰 재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제로만의 삶은 이렇게 조금은 느리고 더딘 것의 연속이었다. 제 누나와 닮아 있었다.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본...
그 이후로 유세계가 꿈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강민형은 그게 못내 야속했다. 간만에 나타났으면서 그 말만 하고 간 당신이 미웠다. 잘 지내고 있냐고 묻지도 않고 제멋대로 내가 잘 지내는지 판단하고. 강민형은 이불을 덮어쓰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딱히 유세계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결국 무뎌지더라. 나에게도 나의 삶이 있어 그걸 살아 나가다 보니 네 생각...
강민형이 정신을 차리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퇴하는 것이었다. 학교는 간만이네. 강민주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로 교정을 바라보는 강민형의 낯은 이상하리라 만큼 초연해 보였다. 세상이 모두 흑백으로 보였다. 이분법적이네. 제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는 자조하는 웃음을 지었더랬다. 그런 사고를 겪고도 학교에 다닐 수 없을 거 같다는 강민형...
2학년 때 둘은 잠시 헤어져 다른 반에서 머물렀다. 강민형은 유세계와 같은 반이 된 제로만을 거의 잡아먹을 듯이 굴었다. 제로만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강민형의 속을 뒤집었다. 살벌한 분위기가 오가는 중, 유세계가 식은땀을 흘리며 둘을 떼놓았다. 제발 좀 그러지 마. 민형아, 내가 자주 찾아갈게. 로만이 너도 민형이 자극 그만하고, 응? 그렇게 유난을 떨어놓고...
강민형은 1998년 3월 26일,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들어 꽃샘추위가 기승일 때 태어났다. 누나의 이름인 민주를 따라 지어진 민형의 이름은 하늘 민에 향기 형을 써 하늘의 향기라는 뜻이었다. 강민형은 딱히 자신의 이름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본 적 없었다. 그저 평범한 이름이라 마음에 들었다. 딱히 튀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강민형은 강씨 집안의 막...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했던가. 해프닝이 있은 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유세계는 그동안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고, 곧 졸업 작품을 앞두고 있었다. 이쯤 되면 전화가 올 때가 됐는데. 유세계는 귀에 이어폰을 끼고 버스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양반은 못 되는 듯 휴대전화에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뭐야, 버스 타러 갔어? 태워준다니까.]...
사람이 어떻게든 살아지더라. 유세계와 제로만도 다른 학교로 흩어졌다. 유세계는 비로소 혼자가 되었다. 와르르 무너진 세계 속에는 아무것도 없이 공허했다.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너무 많은 이의 사정을 고려해줄 수 없는 무정한 신처럼. 유세계는 여전히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좋았다. 부모님은 유세계 더러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다. 아낌없는 지원을...
2학년 반 배정은 실패였다. 그래도 다행인 건 유세계는 제로만과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 마음에 걸리는 건 강민형과 다른 반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잘 챙겨서 데리고 다니면 되지. 다정한 제로만의 말에 유세계는 배시시 웃어 보였다. 그렇겠지? 셋은 여전히 점심을 같이 먹었고, 쉬는 시간이면 서로의 반을 찾아가기도 했으며 도서관에서 종종 모이기도 했다....
유세계는 1998년 4월 23일,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지는 시기에 태어났다. 세계의 어머니는 당신의 딸이 유 씨라는 걸 떠올리고는 너무 짓고 싶었던 이름이라며 뒤에 두글자를 써 내려갔다. 세계. 너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라는 뜻이었다. 울음을 그치고 입을 오물거리며 어머니의 품에 잠든 아이는,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것처럼 곤히 잠들어 있었지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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