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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찬은 종종 악몽을 꾸곤 했다. 자신의 능력으로 인해, 세상이 망하고, 주체할 수 없는 힘으로 더는 파괴될 수 없는 세상을 파괴하면서, 홀로 서 있는 꿈. 발현 이후, 서함을 지키지 못했던 그날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꾸던 꿈이었다. 그 꿈속의 재찬은, 무표정이었다. 모든 걸 체념한 듯한, 텅 빈 무표정. 꿈속의 풍경보다 자신의 표정이 더 ...
일주일이 지났다. 서함이 이자카야에 가지 않은 지 일주일. 정확히는, 멀리서 갈등만 하다 발걸음을 돌린 지 일주일. 괜찮을까? 이자카야는 변함없이 문을 열었다. 손님을 배웅하려 얼굴을 내민 재찬도, 언제나처럼 웃고 있었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다. 당연한 거겠지만. "어? 서함 씨!" 서함이 매니저에게서 슬슬 돌아와도 되겠다는 문자를 받은 날이었다. 예정...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5시. 'CLOSED'라고 적힌 팻말을 내려다보던 서함은 입 안의 사탕을 혀로 굴렸다. 보통, 이 시간에 열었던 거 같은데... 좀 더 기다려야 하나? 져가는 햇빛에 물들어가는 골목을 보다가, 조심스레 문을 두들겨보다가, 핸드폰을 다시 보았다. 오후 5시 4분. 기다림에는 불만이 없었다.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열린다는 보장만 있다...
재찬에게 파트너가 생겼고, 그게 서함이라는 사실은 둘이 사이좋게 씻고 한숨 자는 사이 퍼졌다. 미친 듯이 울리는 진동 소리에 재찬이 부스스 일어났다. 품 안에 있던 재찬이 움직이자 서함도 따라서 눈을 떴다. 둘의 핸드폰이 동시에 울리고 있었다. 서함의 긴 팔이 침대 옆 탁상으로 뻗어졌다. 서함의 핸드폰엔 수많은 사람들의 메시지가, 재찬의 핸드폰엔 열 개가 ...
온다고 하던 비는 오지 않고, 어두워가는 하늘은 맑기만 했다. 속도 모르고 밝게 떠 있는 달을 원망스레 보았다. 시선이 알림 없이 깨끗한 핸드폰으로 향했다. 충동적으로 보낸 문자긴 하지만, 후회는 없었는데. 1만 사라지고 답이 없는 상대에 불안감이 커져갔다. 30분 전부터 입고 있던 외출복을 내려다본다. 예뻐보이겠다고 제일 자신있는 조합으로 입은 건데. 벗...
나, 박재찬. 군대를 핑계로 한 학기만에 휴학계를 내고, 매일 밤 동네 뒷산에 별을 찍으러 출석하던 스무살. 밤길 무서운 줄 모른다던 부모님의 잔소리를 무시한 게, 후회되기 시작했습니다... 보름달이 구름 뒤로 숨던 밤, 항상 비어있던 정상에 일렁이던 한 형체, 커다란 늑대가... 사람이 되어가던... 나도 모르게 눌러버린 셔터, 터지는 플래시, 천둥같은 ...
구름이 다시 달을 가리웠다. 재찬은 아직 밝음이 남은 하늘을 바라보다가, 제 옆의 서함을 보았다. 눈을 가렸던 검은 천을 풀어내자 곤히 잠든 얼굴이 보였다. 변하다 만 흔적인 귀를 만져보았다. 자신의 손에 반응해 움찔거리는 것을 보곤 거두었다. 혹여나 깰까 싶어서. - 보름달이 언제 기우려나... 재찬의 집은 빛이 잘 들었다. 노을이 지는 저녁까지 불을 켜...
무더운 나라의 어느 지역, 이 곳의 종교는 인간의 몸을 빌려 신이 내려와 저들을 지켜준다고 믿는단 특성이 있다. 대대로 신을 모시는 집안에서, 100년에 한 명씩. 몸을 빌리는 과정에서 생긴다는 어깨의 흉터가 그 증거. 재찬은 100년이 넘도록 신이 나타나지 않던 때에 태어났다. 저들의 종교가 힘을 잃을까 겁이 났던 가족들은, 막 태어난 그의 어깨에 상처를...
인간을 사랑하게 된 인어는 바다로 돌아오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경고. 그렇기에 재찬은 수면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다. 아무리 친구들이 위에서간 구경 하자고 해도,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다들 잘만 갔다오는데, 왜 너만 유난이냐고, 수면에 올라간다고 다 인간을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니라고, 그런 말을 들어도 고개를 저을 뿐이었...
우리 언니는, 태어나기를 마음이 약하게 태어났다. 잘 지내다가도 곧잘 죽을래 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그런 언니에게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건 저 선산의 높은 나무였다. 그 나무는 언니를 수호해주는 나무라서, 언니의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잡아줄 거라 했다. 그는 그것이 언니의 병을 키웠다 했다. 선산의 저 나무는 악신인데, 할머니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오...
임상시험이 끝났다, 성공이랜다. 포크들은 더 이상 달달한 냄새가 저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했다. 케이크들은, 별 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일주일 간 매일같이 있어왔던 부작용이 없음에 안도하는 이는 있었다. 미아는 사람들의 말을 믿기로 했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일반인이 된 건 분명해보였으니까. 기뻐했다, 더 이상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어서, 원하...
인정할게, 난 요즘 신경이 예민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단 말은 거짓말이야. 의식적으로 무의식으로 밀어넣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뿐이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난 견딜 수 없어. 난 버스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도 버스 사고를 상상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어. 그러니까, 다 인정할 테니까, 제발, 제발 그만. 그만 벗어나게 해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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