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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강서준, 서른 여섯 오래 전 기억이 상념을 훑는다. 술냄새가 진동하는 좁은 방 안, 거친 숨소리와 함께 가슴께의 구겨진 흰 셔츠 자락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인다. 지우는 잠버릇이 착했다. 언제나 경계심에 어려있던 두 눈이 커다란 눈꺼풀에 숨겨지면 아이 같은 모습이 드러났다. 아직도 어린 티를 벗지 못한 투명한 볼과 분홍색으로 반짝이는 입술이 그를 더...
# 한지우, 스물둘, 봄 난 널 언제부터 마음에 두었던 걸까. 아니 언제 이렇게 네가 내 마음속에서 커버린 걸까. 잘근잘근 씹은 입술이 뜯겨 나갔는지 피 맛이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무릎이 부르르 떨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다. 한 시간 남짓 만에 벌써 발밑에는 반갑 분량의 더러운...
# 한지우, 스물하나, 초여름 온 몸이 닳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가방을 뒤져 담뱃갑을 꺼냈지만 구겨진 담배 한 개비에서 갈색의 연초 가루가 톡톡 떨어졌다. 시발. 욕지거리가 입술 끝에서 머물렀다. 허리 통증이 심상치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을 이렇게 몸을 함부로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지금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저 바지와 셔츠,...
# 한지우, 현재 21:15pm 삼겹살의 비계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실로 간만에 접선하는 지방의 맛은 항상 알고 있던 그 맛이었으나 알던 맛이 제일 무섭다고 했던가. 혀끝에서 살살 녹아 끊임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 그 동안 다이어트 한 거 아깝게 너무 많이 처먹는 거 아니냐?" "2인분 더 시켜." "야. 너 ...
그날은 때 이른 더위가 한창인 때였다. 3월임에도 낮에는 20도를 웃도는 기온으로 맨투맨티 하나를 입어도 빠른 걸음이면 등에 또르르 진땀이 흐르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새벽엔 제법 선선해서 청남방을 하나 걸치고 나왔는데, 결국 둘둘 말아 가방에 넣고 문과대로 향하는 비탈길을 걸었다. 칼복학을 하고 첫 학기에 전공을 마구잡이로 때려 넣었다. 대부분 같은 건...
# 2년 11개월 전, 벚꽃이 흐드러지던 밤 세상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 것을, 한지우는 오늘에야 알았을 것이다. 이별은 모든 사람들에게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우리도 그랬다. 그게 오늘일지 나도 몰랐고 지우도 몰랐지만, 그렇게, 닳고 닳아서 얇은 종잇장처럼 너덜너덜해진 사랑을 뒤로 보내고, 이별은 우리에게도 왔다. 밤 11시 넘어야 겨우 퇴근할 수 있는...
# 한지우, 06:10 AM 여느 때와 같은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났다. 순조로운 아침이다. 요새는 운동에 열중이다. 새해를 맞아 끊었던 PT 30회 중 벌써 20회를 마쳤다. 어제는 간만에 필현이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어떠냐 꼬셨다. 혹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예약해 둔 PT를 파투 낼까 한 30분은 고민했다가 결국 다음을 기약하고 외투를 챙겨 퇴근했...
날씨가 제법 풀렸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따뜻한 공기에 녹아 쌓여있던 낙엽 찌꺼기들과 섞여 비옥해졌다. 푸릇푸릇한 새싹들이 머리를 내밀고, 앙상했던 나뭇가지에서는 새순이 돋아 햇빛이 잘 비치는 양지에서는 이미 노란 산수유가 피어나는 곳도 있었다. 매년 돌아오는 계절이지만, 또 몇 개월 있으면 바뀔 계절이지만, 아이를 세상에 내어놓고 나서는 부쩍 계절의...
# 그 남자의 비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네, 카드 받았습니다." 8시 15분 정각. 오늘도 단 1분의 오차도 없다. 3일째다. 우리 회사는 자율출근제라 오전 11시까지 아무 시간이나 출근하면 되지만, 우리 팀은 암묵적으로 9시 이전에는 반드시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왜 이런 좋은 제도를 우리 팀만 누리지 못하나 화가 났다. 하지...
오랜만에 옷장 깊숙이 보관되어 있던 정장을 꺼내 입었다. 단정해 보이도록 타이도 메었다. 간만이라 메는 방법이 헷갈려 동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며 일찍부터 몸을 움직였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서준으로서는, 아이를 보낸 이후 주말에도 쓸 일이 없어진 차를 오랜만에 지하 주차장에서 꺼냈다. 법원으로 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마음을 짓누르는 긴장감에 몇 번이나 ...
여느 때와 같은 일상의 아침이었다. 정확히 오전 7시 10분, 지우는 자신의 오피스텔 현관 앞 벽에 붙은 얇은 전신 거울 앞에 섰다.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었다. 진회색의 두터운 다운점퍼를 단단히 여미고 그레이와 버건디색이 섞인 목도리를 잘 감아 묶은 다음, 허리를 살짝 기울여 천천히 얼굴을 훑어봤다. 채 못 띤 눈곱이 있는지, 오후만 되어도 거뭇거뭇하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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