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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 영화 <몽상가들> 결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꺼려지시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뒤로 가기 눌러 주세요. 나는 어릴 적부터 약간의 우울감을 동경했다. 우울이란 예술가가 될 내게 숙명과도 같을지니, 구질구질한 영화 속 비련의 주인공에 남몰래 나를 대입해 보곤 했다. 하지만 우울하게도 나는 예술가가 되지 못했고, 우울감만 남은 그저 그...
나는 원래가 뻔뻔하다. 태생부터가 그랬다. 배신의 산물인 주제에 죄책감 하나 없이(겨우 젖먹이가 뭘 알았겠냐만은) 아비란 자의 조강지처 안방을 떡하니 차지했다. 친모는 미처 그러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계모는 나를 제법 예뻐했다. 제 자식처럼 사랑을 베풀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가 배 아파 낳은 자식들 중엔 나만 한 인물이 없었다. 늘 어딘가 말썽이던 배...
나는 평범한 아이였다. 발육도 고만고만, 성격도 고만고만, 학교 성적도 고만고만, 평범하기가 그지없었다. 연애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들처럼 적당히 마음에 차면 연애를 하고, 남들처럼 적당히 시간이 흐르면 키스하고 섹스하고, 남들처럼 적당히 지겨워질 즈음 이별을 했다. 시시하다고? 글쎄, 지금부터 하는 얘기 들어 보면 그렇지도 않을걸? 평범하기만 하던...
- 진짜 갈 거야? “벌써 가는 중이에요.” - 그럼 오늘만 가고 가지 마. “왜, 내가 이민우 씨 만나는 게 싫어요? 과거 다 캐고 다닐까 봐 겁나?” - 그래. 그러니까 이제 가지 마. “그 말 들으니까 더 가야 되겠는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끊어요. 나 운전 중이야.” - 응. 조심해서 가고, 진료만 보고 바로 와. “싫은데? 과거 다 캐고 다닐...
- 그럼 지금 주차장이야? “응. 맛있는 거 사 줄게. 내려와요.” - 나 직원들이랑 밥 먹으면 어쩌려고? “왕딴 거 다 알아. 잔말 말고 얼른 내려와요.” 그 말만 하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더니 오 분도 채 되지 않아 그가 환한 미소를 띤 채 나타났다. 저 봐, 좋으면서. “웬 서프라이즈?” “오늘 마지막 날이잖아요. 일 년 동안 고생했으니까 맛있는...
“빌콤멘 인 코리아!” 이제 막 게이트를 나서는 혜성이에게 나름대로 준비한 환영 인사를 건넸더니 혜성이는 대번에 코웃음을 치며 손을 휙휙 저었다. “넌 어떻게 된 게 인사도 안 해. 우리 한 달 만에 보는 거야.” “제발 그딴 거 좀 들고 흔들지 마. 쪽팔려 뒤지는 줄 알았네.” 혜성이가 내 손에 들린 종이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미소천사가 뭐 어때...
얼굴 위로 내려앉은 아침 해에도 여전히 밤인 것처럼 앞이 캄캄했다. 밤새 운 탓에 눈썹이 말라 붙은 눈을 손으로 몇 번 비비고서야 겨우 눈꺼풀이 열리며 시야가 터졌다. 아직 몽롱한 정신을 붙잡으려 눈을 몇 번 세게 감았다 뜨고, 벽면 가득한 창밖을 응시했다. 이제 눈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대신 왔다 간 흔적을 온 세상 위에 소복이 남겨 놓았다. 이를 멍...
이민우 씨가 뭘 좋아하는지 다 까먹었다는 그를 대신해 저녁 메뉴는 내 마음대로 참치회로 정해 버렸다. 그와 나란히 앉아 정원을 내다보며 이민우 씨가 오기를 기다리기를 십여 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열리는 문틈으로 이민우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이민우 씨가 이를 제지하며 맞은편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잘 지냈어...
다음 날 아침 회진 때는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교수라는 사람의 입을 통해 나는 또다시 ‘이민우 선생의 친한 동생’이 되어 그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눠야 했다. 그러다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는 바람에 어제 미처 다 맞추지 못한 퍼즐 조각들이 떠올랐다.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앉아 흩어진 퍼즐 조각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우선, 남자는 그의 전 애인이다...
“왜, 또 왔어?” 나도 모르게 내쉰 한숨에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대답을 않자 그가 손에 들린 휴대폰을 뺏더니 액정을 노려보았다. “진짜 미친 거 아니냐. 사람이 기본적인 예의란 게 있어야지, 퇴근하고도 괴롭히면 어쩌자는 거야. 그냥 내가 답장해 줘?” “안 돼.” 그의 손에서 도로 휴대폰을 뺏어 버렸다. 우리 반 개구쟁이 두 녀석은 그날 한바탕 ...
시간이 어찌나 빠른지, 두 달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지난달에는 그와 함께 북한산에 다녀왔다. 작년에는 그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려 올랐던 곳을, 올해는 그와 함께 단풍을 보기 위해 오른다는 게 새삼스러워 두 시간에 달하는 등반 시간에도 미처 힘든 줄도 몰랐다. 하산하는 길엔 작년 석가탄신일에 그와 우연히 마주쳤던 절을 지나쳤다. 그날 절에 들린 이유를 ...
결실의 계절이 왔다. 형형색색으로 온 교정을 뒤덮은 단풍과 이에 질세라 뽀얀 감나무 열매마저 시시각각 얼굴을 붉히고 있다. 가을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학교에 오고선 해마다 보게 되는 진귀한 풍경에 가을이 제법 좋아졌다. 이를 내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옆자리 골드 미스 박 선생님이 의자를 끌고 내게 다가왔다. “이 선생, 그 치과 의사 분...
꿈같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기약 없이 미루고만 싶던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제발 철 좀 들길 바랐던 우리 반 개구쟁이들은 그런 바람일랑 알지도 못하고 학기 첫날부터 나를 힘들게 했다. 특히나 속을 썩이는 건 일 학기부터 앙숙이던 두 녀석이었다. 첫날부터 이 주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티격태격하는 통에 제주도에서 완충했던 체력은 순식간에 방전되고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날씨부터 확인하곤 곧장 항공사에 전화를 했다. 다행히 태풍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오후에는 운항이 재개될 예정으로, 우리 가족은 밤 아홉 시 마지막 항공편이 배정됐다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기쁠 수는 없었다. 대기 순으로 좌석을 배분하다 보니 한 명은 내일 아침 항공편을 배정받아야 했다. 이에 출근도 안 해도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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