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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냐.” “비.” “올 거면 좀 시원하게나 오든가, 웬 부슬비.” “이거대로 간질거리고 좋잖아.” “간질은 발작이 간질이다, 인마. 아, 어젯밤에 빨래 널었는데 안 마르게 생겼네.” 금주 내로 장마가 시작될 거라더니 아까부터 창밖 너머 보슬보슬한 빗발이 흩날리고 있다. 최 선생은 불만만 늘어놓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좋다. 장마철처럼 쳐지던 몸이 도...
좆 같다. 하루아침에 기분이 좆 같아졌다. 휴대폰도 없이 담배와 차 키만 덜렁 챙겨 집을 나섰다. 차에 오르자마자 담배부터 입에 물었다. 창문을 안 열었더니 희뿌연 연기가 금세 차 안을 메운다. 혹시 이런 걸로도 질식할 수 있으려나. 멍청한 생각을 비웃으며 연기가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그래, 니가 생각해도 멍청하지. 나조차도 자조했다. 뒤늦게 창문을 열었...
“안녕하세요.” 너 이놈 잘 만났다. 안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게 지금 안녕하는 걸로 보이냐? “아, 예. 안녕하세요.” “선호는 먼저 갔어요.” 그래서 어쩌라는 거? 니들 사귄다고 나한테 자랑이라도 하는 거냐, 지금? “아, 예.” “선호랑 같은 과 친구예요.” 참 나. 씨씨다, 이거냐? 어린놈이 넉살이 좋은 건지 입이 가벼운 건지, 원. “아, 예...
제발 꿈이길 바랐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억은 점점 선명해져 갔다. 비록 심하게 훼손되어 화면도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필름 영화처럼 제대로 이어지는 건 없지만 주고받은 대화의 내용만큼은 빼박이었다. 여봉이는 그렇다 치고 뽀뽀가 웬 말이냐, 뽀뽀가. 미친 거 아니냐고. 알코올성 치매가 아닌 것에는 몹시 다행인 마음이지만 불현듯 머리를 내려친 그 기억에 알코올성...
“안녕하세요.” “어, 그래. 학교 가니?” “네.” 그러고 보니 오랜만이다. 많이는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두 번도 마주쳤었는데 정작 이놈 정체를 알아차린 후로는 처음이다. 한 일주일만인가. “이선호.” “네?” 빙고. 큰 눈을 끔뻑이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양 입꼬리가 씨익. 근데 아무리 봐도 매치가 안 된단 말이야. 안경 하...
“안녕하세요.” “어, 그래. 학교 가니?” “네.” 오늘도 인자한 척 웃었다. 사실 아직도 이놈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도 며칠 연속으로 마주치다 보니 왠지 모를 친밀감은 생겨서 잘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 “학교는 여기 앞에?” “네.” “다닐 만하고?” “네.” “그래.” “…….” “…….” 하지만 그게 다다. 암만 친밀감이 생겼다 한들 이...
“안녕하세요.” 누구더라. “……어, 그래. 오랜만이다.” 일단 아는 척 인사는 했다만 당최 누군지 모르겠다. 곁에 나란히 서며 곁눈질로 슬쩍 훑어보니 분명 낯이 익긴 한데 얼른 번뜩이지는 않는다. 나한테 존댓말을 쓰는 걸로 봐선 우리 학교 학생이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 정도만 겨우 추측 가능. “여기 사나 보네?” “네.” 에이씨, 하필이면. 이사 오자마자...
아직 여름인데도 유난히 하늘이 높은 날이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기만 한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얼굴을 의식하는 것도 벌써 오래. 어제부터 생각이 많아진 게 한눈에 보이던 선호였다. 몹시 당연하게도, 이를 정혁이 눈치 못 챘을 리가 없었다. 하여 벌써부터 드높은 하늘을 핑계로 선호를 끌고 나들이에 나선 참이었다. 하지만 기분 좋게 나들이 길에 오르고도 괜히...
해가 바뀌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혜성이는 독일로 떠났다. 역시나 잘 가라는 인사는 하지 못했다. 물론 혜성이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작별 인사도 없이 혜성이가 떠나 버리고 난 후에는 몸속 장기가 죄다 빠진 것처럼 마음이 허했다. 그 허한 마음이 어떻게 해도 달래지지 않아 한동안은 정신까지 빼놓고 살아야 했다. 생전 겪어 본 적 없던 불면증에도 시달려야 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벌써부터 구름 한 점 없이 공활하다. 아무렴 구월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들 아직 가을은 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저 혼자 저만치 앞서갔다. 성미 급한 하늘을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으니 어쩐지 마음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버렸다. 이에 작게 한숨을 내쉬자 그도 뒤이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쥐고 있던 핸들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
“이 샘이 올해 몇 년 차지?” “사 년이요.” “벌써 그렇게 됐어?” “네.” “그래서 학교생활은 할 만해?” “그럭저럭이요.” “애들은 말 잘 듣고?” “네, 뭐.” “이야, 이 샘 이제 다 컸네. 나 없이도 이렇게 잘 지내고 말이야.” 짓궂게 놀리고는 너털거리며 웃는 김 선생님을 따라 나도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전근을 가고도 종종 안부 확인차 전화를...
그대로 세상이 멈춰 버린 것처럼 더디게도 흐르던 시간은 내가 미처 자각하지 못하는 새에도 쉬는 법 없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봄을 깨웠고, 간들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여지없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그리도 염원하던 삼 학년을 드디어 맡게 되었다. 교실 가득 순한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새 학기부터 예감이 좋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또 하나...
시곗바늘이 뾰족하게 귓속을 파고든다. 현재 시각은 새벽 네 시. 결코 잠들 수 없는 신새벽의 공기가 몹시도 차다. 그에 반해 머릿속은 곧 터질 활화산처럼 뜨겁게 끓어 대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해답은 좀처럼 번뜩이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왜 하필 나일까. 아니, 어떻게 나일까. 혜성이가 내게 품은 마음을 납득하기란 이 세상...
드디어 종업식을 했다. 그간 나를 힘들게 했던 우리 반 개구쟁이 녀석들과 드디어 안녕할 생각에 아침부터 그리도 홀가분할 수가 없더니, 막상 마지막 인사를 하며 돌아서는 순간에는 미운 정이 들어서인지,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려는 걸 겨우 참았다. 그러다 오늘을 끝으로 전근을 가게 된 김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할 때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찔끔거렸다. 이에 ...
“이 샘 오늘 어디 좋은 데 가?” “아뇨.” “근데 오늘 왜 이렇게 신경 써서 입었어? 설마…… 프러포즈?” “아우, 아니에요! 그냥, 날씨가 많이 풀렸잖아요.” 사실 오늘 그의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다음 주 설날 연휴에 맞춰 미국에 가시는데, 두 달 정도는 그곳에 머물 예정이라 그 전에 내게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 하셨단다. “그나저나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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