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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남산으로 들어가던 주에는 내내 안개가 짙게 끼었다. 1. 짙은 안개 속에 차를 몰고 남산을 오른 것이 용한 일이었다. 나는 택시를 선호하지 않았다. 낯선 이의 공간에 선뜻 발을 들이는 것은 늘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이어서, 대신 한 시간쯤 일찍 일어나 출근길에 나서곤 했다. 동호대교를 넘어와, 신라호텔 근방을 지날 즈음부터 안개는 스멀거리며 끼었다. ...
0. 자다 깨면 당신이 항상 머리맡에서 내 숨을 살피고 있다. 1. 그리고 그것을 새삼스레 떠올린 날 아침, 나는 당신이 내미는 토스트를 받아들어 씹으며 또한 새삼스럽기 짝이 없는 사실 몇 개를 적당히 구워진 빵과 함께 곱씹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빵을 태우는 법이 없었다. 빵은 금세 물크러져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러나 같이 곱씹었던 몇 가지의 사실들은 ...
0. 박평호는 김정도가 꽤나 피학적인 면이 있다고 여겼다. 1. 그것은 세간의 통념과는 다르게, 딱히 침대 위에서 일어난 일을 이유로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이전, 그들이 안전기획부의 부장실 앞에서 평온을 가장한 얼굴로 첫 악수를 나눌 때부터의 단상이었다.(이전의 열흘에는 악수가 없었으므로,) 박평호의 오른손에 김정도의 시선이 머물 때마다 박평호...
0. 국가안전기획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에게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운 수집벽이 하나 있었다. 1. -이게 다 뭡니까. -보면 몰라. 김정도는 황당함을 별로 감출 생각도 없다는 표정으로 앉으려던 소파를 지나쳐 박평호의 책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박평호의 책상은 이런저런 서류더미나 내용물을 짐작할 수 없는 온갖 서류봉투들로 어지럽던 평소와는 달리, 박평호가 현재...
0. 박평호는 길고 진득한 정사를 끝내고 나면 버릇처럼 눈을 감았다. 방 안의, 아직 열기가 남아있는 공기에서 유리된 존재처럼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박평호의 눈가에는 역시 버릇처럼 거친 손끝이 와 닿았다. 내리감긴 박평호의 눈꺼풀을 쓸거나, 콧대를 따라내려가는 손길은 조심스러웠다. 마치 박평호의 죽음과도 같은 휴식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메시지처럼...
0. -박 차장님께서는, 나중에 은퇴하시면 뭐 하실 겁니까? 불현듯 내밀어진 질문에 박평호의 미간이 의문으로 찌푸려졌다. 김정도가 제안한 저녁 식사 자리였다. 집사람의 실수를 사과드리고 싶어서요. 그런 것 치고도 시일이 꽤 지난 다음이라, 박평호는 집사람이 아니라 너 때문이겠지. 하고 대거리하고 싶은 마음을 한켠으로 밀어 두고 마음 속에서 피어오르는 의구심...
0. 여기저기서 고문용으로 전기를 끌어다 대느라, 서빙고 분실의 조명들은 죄다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답답하게 깜빡거리는 조명을 누구도 굳이 고칠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높으신 분들은 심문받는 자들의 인권이나 심문하는 자들의 근무환경, 그 중 어느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 탓이었다. 보안사 대공과 소속, 소령 김정도는 사나운 중정의 인심을 탓하는 대신, 눈...
1. 강림은 숲 속을 걷고 있었다. 길게 이어지는 산책길에 발자국은 남지 않았다. 검수림의 나무들은 이승의 것들과는 다르게, 제각기 의식을 가진 듯 물결쳐 강림의 발자국을 지웠다. 그래서 강림은 망자들을 내려보내고, 다음 적패지가 손에 쥐어지기까지 잠시의 짬이 생기면 검수림을 제일 자주 찾았다. 천륜지옥의 천고사막이나 살인지옥의 화탕영도도 비슷한 이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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