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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으음- 익숙한 클래식 허밍 소리가 차 안을 나지막이 맴돌았다. 정국은 정면을 응시하며 차를 몰았다. 조수석에 탄 태형은 평소와 다름없이 두 발을 끌어안고 무릎에 볼을 기댄 채, 정국의 얼굴을 보며 살랑살랑 웃다가 노래까지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나 내내 기대했어.” 정국은 대답 대신 좌회전하는 신호를 따라 핸들을 돌렸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도 아...
“사랑하는 척을 하라고?” 정국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소파에 누워 잠든 태형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사랑하는 척을 하라니. 그렇게 말하면 기꺼이 속아주겠다니. 태형은 걸핏하면 저를 사랑하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건 마치 ‘키스해.’와 같은 말투였는데, 그렇게 말하면 쉽게 무언가가 되는 것처럼 굴었다. 그리고 당연히도, 그게 쉽게 될 리 없었다. 애초에 누군갈...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서 태형은 말하고, 정국은 들었다. 우선 정국은 태형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었다. 게다가 태형이 건네는 말들을 듣고, 무시하는 것도 꽤나 에너지를 요하는 일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건네는 말들의 겉모습은 한없이 가벼웠지만, 정국은 알고 있었다. 태형이 건네는 말들은 허튼 것이 없다는 것을. 그 함정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정국은 매 ...
점점 몰려드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태형의 검은 세단에 올라탄 정국은 말없이 저를 바라보는 태형의 시선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미동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세단 안에서 둘은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적이었다. 게다가 운전석과 뒷좌석이 투명한 판으로 완전히 분리되어있었던 탓에 단 둘만 존재하는 느낌이었다. 보자마자 주먹을 꽂아줄 거라 했던 그 다짐은...
정민의 첫 번째 수술은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추가 수술이 필요했다. 혈액도 계속 구매해야 했고, 다음 수술 전까지 중환자실에 머물러야 했다. 정국에게 의사는 다음 수술이 필요하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적절한 사회 지원 프로그램이 있을 거예요. 창구 직원에게 가보세요.’ 당장의 수술비는 국가에서 우선 대납해 준다고 했다. 12개월에 나눠서 갚으라는 ...
까만 만년필을 가지고 손장난을 치듯 빙글빙글 돌리는 태형의 시선은 긴 테이블 너머 커다란 빔프로젝터에 있었다. 지난 일주일 내내 태형은 하루도 빠짐 없이 미술관에 들렀다. 한 시간을 머물더라도 반드시 하루에 한 번은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는 태형을 보며 직원들은 정말 보기 드문 손자라고 떠들어댔다. “그리하여 이번 전시의 주제는 생(生)입니다.” 멋들...
TV에서 김수한 회장의 사망 소식이 특보로 전해졌다. 정국은 넓고 황량한 거실에 앉아 어둠 속에서 화면을 응시했다. 고인의 업적에 대해 연신 떠들어대는 화면 속, 병원에 도착하는 김남준 HWH 반도체 사장의 모습이 보였다. “.......” 남준이 내린 차 바로 뒤에 도착한 검은 세단에서 내리는 것은 정확히 한시간 전까지 저와 섹스하던 김태형이었다. 재단한...
정국은 펜을 다시 한번 고쳐 쥐었다.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다. 도서관 1층에 마련된 널찍한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태형은 아까부터 꽤나 잘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 하루였다. 내일 마지막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났던 그날이 떠올랐다. 남준과 밥을 먹으러 간다는 태형에게 어찌나 서운했던지. 혹시나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으면 홀로 상처받을까...
정국이 먼저 다가오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 제 첫사랑을 깨달았던 그 여름밤조차, 두려움에 그저 피하던 저를 기다리고 결국 제 품 속으로 뛰어든 것은, 정국이었다. 그러니까, 그야말로 웃기는 일이었다. 너무 좋아하는 그 마음을 들킬까 봐 먼저 다가가지 못했던 주제에, 이제는 제가 먼저 연락하는 의미에 대해 혼자 정의하며 또다시 비겁한 변명을 하는 게....
태형은 지민이 떠난 그 자리에 여전히 서있었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렸다. 지금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바보 같지만 모르겠어서, 습관처럼 연달아 핀 담배에 목이 칼칼하게 아파왔다. 지민은 적당히 피고 들어가라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태형은 손가락 사이에 담배를 낀 채 핸드폰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이왕이면 네가 가. 늘 전정국이 너한...
여름이 시작됐다. 6월의 캠퍼스는 녹음으로 푸르렀고, 아름드리나무들은 잎사귀가 제법 진한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아주 이른 새벽이 아니고서야 한낮의 기온은 모두를 지치게 했다. 나무그늘 아래가 아니면 땀이 나곤 했다. 지민은 도서관 앞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장소는 도서관이었지만 기다리는 이는 의외로 태형이 아니라 정국이었다. 그러니까, 시험기간이 시작된 ...
지민은 노트북을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다. 독박 팀플이었지만 정말 지민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부지런히 움직이던 터치패드 위의 손이 뚝 멈췄다. 어쩌지. 고민하던 지민은 결국 발표 자료 첫 번째 페이지에 외국인 학생 세 명과 팀플을 포기한 두 명의 이름을 남겨뒀다. 어쩔 수 없지. 지민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탁자 위에 올려놓았던 캔 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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