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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파트너가 왔다고 했을 때, 아마테리스는 다리를 꼬며 웃었다. "새 목줄이겠지. 차라리 죽여." 작전은 간단하고 위험했다. 대충 그러한 일에 자신이 투입된다는 걸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깨달은 터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어쨌거나 효과는 확실했고 옥에티도 남기고 싶지 않은 사건에서 그는 주로 활약했다… 합법적으로 개조한 테이저건 같은 역할로. 반발...
작품실은 어두웠다. 수집가가 오래간 방치해둔 별장 같은 미로였다. 미로인 걸 깨닫는 순간은 길을 잃을 때다. 당신은 이곳에 처음 와보는데, 아주 오래 전에 와본 것 같기도 하다. 감각의 교란이다. 길을 찾지 못하도록 만든 곳이다. 긴 꿈 속을 가장 복잡하게 얽어둔 곳이므로 자아를 잃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상상할 수 있는 ...
「장마는 여름과 함께 끝났고, 낙원이라고 생각했던 대부분의 시간은 당연하게도 영영 돌아오지 않아.」 들큰한 현기증이 취기처럼 머리를 쥐어챘다. 계단을 오르던 아마테리스는 잠시 멈춰 서서 코피가 흐르는 걸 문질러 닦았다. 부어오르는 얼굴에 번진 핏자국이 남는 걸 신경 쓰지 않아서 마치 홍조 같기도 했다. 싸움 후에 흥분한다는 건 멍청한 어린애들이나 그러는 거...
박사는 이상한 이름을 가져서, 통성명 직후부터 줄곧 놀림 당하는 처지였다. 그런데도 매 점심시간마다 꾸역꾸역 나와서 샌드위치와 커피 따위를 나누어 주는 게 우스워 아마테리스는, 매번 찾아갔다. 며칠이 지나자 박사는 퍽 피곤한 얼굴이더니 툭 말했다. "너 그렇게 살다가 죽어. 안나." 아마테리스는 고결한 취향의 박사가 남긴, 찌꺼기가 깔린 커피컵을 주워 마시...
남자는 우당탕탕 기어나왔다. 보통은 '굴렀다'고 해야 적절하겠지만 기어나온다는 게 맞는 말인 게, 뒤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를 내며 키와 엇비슷한 문간을 짚고 어슬렁 숙인 채였기 때문이었다. 엘리는 기가 차서 웃지도 못했다. 저 바보처럼 덩치만 큰 녀석이 숙취에 앓을 정도면 지난 밤은 대단하다는 말로 역부족할 정도란 뜻이었다. 물론 엘리는 멀쩡했다. 술고래...
언젠가 한 어부를 만났다. 그는 고래를 잡으려고 바다에 나가 있다가 보름에 한 번씩 돌아온다고 했다. 거긴 술집이었고, 나는 소다 한 병과 맥주 하프 갤런을 시켜 그의 앞에 술을 놓아주었다. 그가 이죽 웃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뭘 원하는 거지?” 약삭빠른 이였다. 바닷바람이나 맞으며 사는 어부라 쉽게 본 것이 문제였다. 나는 약간 겸연쩍은 양 머리카...
오늘의 사연입니다. 윗물이 얼어붙었다는 걸 알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나는 꼬리를 천천히 움직이며 무른 주둥이로 차가운 얼음덩이를 훑다가 동상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막 깨어났을 무렵에는 몸이 둔해 물고기를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제고 쉬운 적은 없었지만,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장례식에서 돌아오는 날 무언가를 훔치기로 했다. 아주 작은 것이어도 좋았다. 중심가에서 먼 변두리 역사에 우묵한 상점, 반짝반짝 걸어놓은 회전식 귀걸이 진열대를 천천히 돌리다가 하나를 손에 넣었다. 작은 별 모양 귀걸이가 얼어붙은 손바닥 안쪽을 살며시 찔렀고 빳빳한 포장재의 코팅된 표면이 느껴졌다. 손가락을 움직여서 귀걸이와 종이를 분리하며 손을 주머니에 ...
오늘의 사연입니다. 제 쌍둥이 자매가 곧 죽습니다. 지병이 악화한 게 문제였고, 모두들 어릴 때부터 대비하던 일이기 때문에 가족 중 누군가 쓰러지거나 오열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가족은 어머니를 포함한 우리 셋이었고 당사자인 그 애는 홀가분하게까지 보였습니다. 괴로워한 적이 많았으니까요. 병든 몸 때문이든, 약값 때문이든. 시한부라고 해도 육 개월...
흰 깃털로 감싸인 새는 상처를 쉽게 드러낸다. 깃털에 얼룩진 핏물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 한층 끔찍해 보이고, 몸이 어린아이처럼 작은 만큼 나을 때까지 오래 걸린다. 같은 상처라면. 더욱 큰 짐승은 덜한 시간이 걸린 것이다. 예컨대 뼈가 부러지지 않고 살이 패인 자국이라던가, 그런 상처라면. 난 양소마다. 양고니는 늘 나를 소-마라고 늘여 부른다. 본인은 잘...
오늘의 사연입니다. 전 할머니의 손녀딸입니다. 이 사실이 아주 만족스럽지만, 슬프기도 해요. 그가 제게 슬픈 이야기만을 해주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인들은 각자의 이야기보따리를(노래 주머니처럼요) 가지고 있는 법이라는데, 그분께선 이야기를 잘 못 하시는 데다가, 말을 더듬고, 혼잣말을 자주 하고, 가끔 내놓는 말이라곤 온통 우울한 젊은 시절에 관한 단...
내 이름은 양고니다. 짐승 이름을 그것도 두 개나 딸자식 이름에 갖다 붙인 부모는 현재 거주지를 알 길이 없어서 원망하지 않는다. 게다가 동생에 비하면 양반이다. 동생은 양소마다. 우린 가슴에 비늘을 박고 태어났다. 옷 위로 튀어나온, 두꺼운 바늘 같은 모습은 누구나 꺼릴 만하다. 무엇보다도 모든 티셔츠에 구멍이 나는 게 보기 싫어 웃통을 벗고 지내는 걸 ...
오늘의 사연입니다. MOC-morning 관 수렵 업체에서 연락이 온 건 일주일 전의 일이다. 아침밥이 준비되었다고 했다. 앰엔엔즈라고도 불리우는 식사 알림 서비스는, ‘아침’과 ‘밥’을 하나의 어휘로 쓰는(‘옛다 아침이다’) 근래의 세상하고는 좀 맞지 않는 가치관이긴 하지만, 나는 MOC-Mornig이라고 부르는 편을 선호한다. 고루하다는 말 많이 들었다...
뜨거운 삶을 아는가? 말 그대로, 몸이 타는 것 같은. 맨발을 화톳불에 담근 채 저벅저벅 걸어나가려고 노력하는 삶 말이다. 나는 태어났을 때부터 두 발이 너무 뜨거워, 성인이 될 무렵까지도 세상의 땅이란 땅은 마그마처럼 조용히 끓고 있는 줄 알았다. 발이 새카맣게 그슬려 늘 무릎까지 오르는 양말을 착용하고 다닐 때에서야 난 다른 사람들의 발에서는 잿물이 나...
리퀘: 시몬한테 저지방우유아이스크림 먹이는 제롬 근데 이걸 대체 어떻게 써요 대충 봅시다 제롬은 아일랜드식 식탁에 걸터앉아 커피메이커를 작동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원두를 충분히 갈아 넣고 필터를 유심히 잘라 끼워도 커피는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제부턴지 말썽이었는데, 레이몬드 손이 닿을 때만 멀쩡해지더니 기계는 다시 먹통이 되어버려, 애인 없이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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