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한 컷씩 넘겨보는 카툰 포스트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휘파람을 분다. 어디선가 들어본 음계를 흥얼거리는 소리에 기억이 날 듯한 오래된 노래를 더듬 더듬 이었다. 휘, 휘이, 휘- 바람소리가 섞인 노래가 뚝 끊겨서 고개를 드니 표정 없는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왜? 입모양으로 물으니 할 말이 뭐예요, 한다. "오랜만인데 왜 이렇게 급해, 서운하게." "안 반가워서요." "와, 쌀쌀맞은 말투." "무슨 일인데요 ...
비 들어온다. 랩탑을 두드리던 남자가 말했다. 저 동그란 뒷통수엔 사실 눈이 하나 더 숨겨져 있는게 아닐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거실 문을 닫았다. 유리 밖의 세상은 밤처럼 어두웠다. 나는 살짝 열어 둔 창문 사이로 손을 뻗어 비를 맞는다. 손바닥 위로 떨어지는 빗줄기를 잡아 보다 가사가 기억나지 않는 옛날 노래를 흥얼거리면 비에 젖은 손을 잡아채는 네가 ...
샐러드 ‘생명을 죽이고 싶지 않아서요.’ 샐러드를 뒤적거릴 때 생각난 건 어째선지 그 남자의 목소리였다. 식물도 넓게 보면 생명 아닌가? 그때 그렇게 물었던 것 같기도 한데. 입안에 양상추 따위를 넣는 손길은 재현의 속과 다르게 느리고 조용했다. "재현씨, 채식해?" "... 아뇨? 그런 건 아니고." "요즘 비건이 유행이잖아요." 저 대신 대답하는 동기의...
"재현이, 무슨 일이야?" "정재현. 너 왜 그래?" "야, 너 오늘 좀 이상해." 부르는 호칭과 묻는 말이 달라도 그 애의 대답은 늘 같다. 별일 아니에요. 충분하지 못한 대답에도 다시 묻지 못하는 건 정말 괜찮다는 듯 웃고 있는 저 얼굴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둥글게 휘어지는 눈과 양 볼에 자리한 보조개가 깊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저 별일 아니라는 ...
섬 “매일 이런 풍경을 봐서 좋겠어요.” 가벼운 진심과 적당한 칭찬을 담은 말에 남자는 그런가요? 하고 되물었다. 처음으로 웃지 않는 얼굴을 한 채 시선을 맞춰오는 투명한 갈색 눈. 꼭 하늘에 걸린 태양의 조각을 훔쳐다 박은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잖아요. 바다 보이고, 조용하고.” “작가님은 바다 좋아하시는구나.” “영호씨도 바다 ...
여름이 돌아왔다. 귀를 괴롭히는 매미의 소리가 그렇듯 불쾌한 시간이 반복됐다. 이 생동감 넘치는 계절이 즐겁지 않은 것은 나뿐인 게 분명하다. 목 뒤로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습관처럼 욕을 뱉자 식탁 의자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던 정재현이 못마땅한 얼굴이 되어 나를 본다. "뭐. 왜 그런 표정이야?" "험한 말 좀 하지 마." "너야말로 고상한 척 좀 하지...
잘 지냈어? 묻는 얼굴엔 세월이 묻었다. 특별한 대화 없이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짙은 남색의 교복을 입었던 남자애가 검은 양복을 입는 남자가 될 정도의 시간이 흘러왔음을 알 수 있었다. 이모, 여기 소주 하나요. 익숙하게 손을 들어 주문 하는 남자, 서영호와 나는 유행이 지난 노래가 흘러나오는 좁은 가게에 앉아 예전 이야기를 꺼냈다. "어떻게 지내?"...
"형, 이제 경기 보러 오지 마." "내가 보는 게 싫어?" "맞을 때 마다 손톱 뜯을 거잖아. 손 상해." "... 봤어?" "형처럼 입고 오는 사람 없어서 숨어도 다 보여."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하면 멋쩍게 웃는다. 시선을 피하려 얼굴을 덮은 긴 손가락 끝이 엉망이 됐다. 그 손가락 끝을 가만히 보다가 글러브를 벗어도 손에 밴 땀의 흔적이 신경 쓰여 괜...
손 끝이 텄다. 추워진 날씨 탓을 하기엔 사시사철 그러니 핑계로 댈 것이 못되었다. 형은 사거리 골목의 제일 큰 화원에서 흙을 가는 일을 했고 나는 다리 밑 헌책방에서 책을 파는 일을 하기 때문에 여상 있는 일인데도 서로의 손을 보며 마음 상하기가 일쑤였다. 우리 둘 다 고운 손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랬다. 연인의 그림자만 보아도 마음이 간질거린다던 이군의...
“재현아.”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다시 한번 혀끝에 힘을 주어 정재현, 하고 불러본다. 여전히 돌아오지 않을 답을 기다렸다. 그 목소리가 예전처럼 내게 말을 건넬 일이 없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답이 명확한 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이게 내 예외인게 분명했다.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너의 얼굴을 보면서 천천히 ...
[ 여기옛촌ㅃㄹ ] 짧막한 문자를 보고 뛰어나간 주점엔 익숙한 얼굴과 낯선 얼굴들이 섞여 있었다. 다들 취기가 도는지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얀 얼굴 하나가 벌떡 일어나서 손을 흔든다. 얼른 달려가서 흔들거리는 손을 잡으니 영호혀엉, 하고 늘어지는 목소리를 낸다. 재현아, 재현아? 정신차려야지. 어린애 어르듯 말을 거는데 옆에 있던 도영이 고...
야. 이럴 땐 웃는 게 아니라 우는거야. 사나운 목소리로 다그치는 얼굴이 오히려 울 것 같은 모양이다. 정재현은 그 말에도 웃었다. 그게 못마땅한 듯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에 잘게 자른 파전을 내밀면 가만히 받아 먹는 모양이 꼭 어린애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온통 소란스러운 가게 안에선 요즘 유행하는 가요가 나오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를 가사를 따...
정재현이 매달린 등 위로 뜨거운 기운이 훅 끼쳤다. 유타형. 나카모토. 나유타. 이젠 습관처럼 중얼거리는 내 이름을 들으며 묵묵히 걸었다. 나보다 한마디 쯤 큰 사람이 온 몸에 힘을 빼고 기대오는 걸 쳐내지 않고 걷는 건 뻔하고 촌스러운 이유 때문이다. 꼭 심통이 난 어린애처럼 쉽게 업히려 들지 않는 정재현을 어르지 않는 정도가 내가 표현할 수 있는 나름의...
서툴게 겹쳐지는 입술 위로 더운 숨이 겹쳐졌다. 예기치 못한 입맞춤에 가슴이 뛰는 것도 같다. 이런식의 접촉은 얼마만일까. 첫사랑을 하던 어린 소년 시절을 떠올린다. 뜻하지 않은 향수에 언제인지도 모를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다 등 뒤로 닿아오는 찬 기운에 다시 눈 앞의 존재를 깨닫는다. “차가워.” “그러니까 다른 생각 하지 마요.” “니 생각 했는데. 그것...
귀를 뚫은 건 충동적인 일이었다. 여름엔 특히 조심하시구요 소독 잘 해야 되요. 귓가에 닿았던 목소리가 떠올라 작게 소름이 돋는 기분이 든다. 잠시 움츠렸던 몸을 펴다가 아직은 통증이 남은 귀 언저리를 손가락으로 덧그렸다. 귓볼을 쥐었던 손 끝의 감각이 통각보다 강렬했다고 하면 어떤 표정을 할까. 허리에 걸쳐진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반쯤 선 페니스를 쥐곤...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