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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아 기분 나쁜 알람 소리와 함께 지안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는 말이 차라리 정확할 정도로 지난 밤 역시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있음에도 십년 넘게 지안을 괴롭혀온 불면증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찬 기운에 두툼한 가운을 걸친 지안은 전날 밤 식탁에 대충 던져놓았던 우편물을 하나씩 확인...
0. 프롤로그 거침없이 파고드는 손길에 지안은 달뜬 숨을 내뱉었다. “흣, 도윤 씨. 진짜, 처음, 맞아?” 끊임없이 몰아치는 절정에 말을 잇기조차 벅차 한 음절 한 음절이 끊겨 나왔다. “사장님이 제 모든 처음인 걸요.” 빙긋 웃은 도윤이 흐트러진 지안의 얼굴에 빈틈없이 입을 맞췄다. 아주 잠시 닿았다 떨어진 온기가 아쉬울 틈도 없이 이번엔 지...
너의 거짓말 외전 [BGM : 김세정 – 사랑인가 봐] 계절은 돌고 또 돌았다. 하얀 눈이 쌓여있던 나무에는 이파리가 새록새록 피어났고, 흰 눈이 내리던 겨울날 시작된 둘의 관계 역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각자 자취방 계약이 만료된 상황에서 다희가 먼저 함께 살자 제안했고, 수인이 이를 수락하며 성사된 일이었다. “다희야, 그쪽 다 정리했...
14. 거짓말, 셋 (3) [BGM : Brown Eyes – 가지마 가지마] 성탄절을 하루 앞둔 길거리는 행복한 얼굴의 연인들로 가득했다. 성탄절 특별 미사에 도저히 빠질 수가 없어 내일은 시간 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재민을 위해 수인은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아 여느 연인들처럼 재민과 데이트를 했다. 하필이면 크리스마스가 일요일일 건 뭐냐며, 예수님이...
13. 거짓말, 셋 (2) 다인에게서 연락이 온 건 꼭 한 달 만이었다. 우리 언니를 좋아하지 않느냐고 수인과 꼭 닮은 얼굴로 다그치던 다인은 그날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린 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다희를 맞이했다. 다희 역시 그 장단에 맞춰 평소와 다름없음을 연기했다. 다희가 수인의 본가에 발을 들인 건, 순전히 다인의 부탁 때문이었다. 혹여라도 ...
12. 거짓말, 셋 (1) [BGM : SG워너비 – 사랑과 우정사이] 감정 숨기는 것엔 영 자신이 없는 다희와 눈치 빠른 윤형은 상극이었다. “다희씨, 또 딴 생각하죠?” “미안합니다.” 다희는 아니라고 잡아떼는 대신 넙죽 사과하는 것을 택했다. 그것이 윤형의 웃음 포인트를 자극했는지 윤형이 빵 터졌다. 한참동안 웃어대던 윤형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11. 거짓말, 둘 (6) 까만 반지함을 내미는 재민을 보며 수인은 인생이 참으로 얄궂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어젯밤 꿈속에서 보았던 광경을 다시금 떠올렸다. 어떤 시인의 말처럼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속에서 다희는, 화려한 것을 싫어하는 수인을 위해 직접 골랐을 아무 장식 없는 심플한 디자인의 은색 반지를 끼고 있었다. 재민이 내민 반지함 속에선 ...
10. 거짓말, 둘 (5) “...다희씨?” “잠시, 잠시만요.” 달아오른 입술을 떼어내자 뜨거운 숨을 내뱉던 윤형의 두 눈엔 의문이 깃든다. 다희의 무릎에 걸터 앉아 매혹적으로 웃어 보이는 윤형의 입술을 덮친 것도, 느슨하게 묶여있는 샤워가운을 풀어낸 것도, 풍만한 가슴을 한 손 가득 쥐어 윤형의 입술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게 한 것도 모두 다희였건...
9. 거짓말, 둘 (4) “너 나한테 화난 거 있지.” “아니? 그런 거 없는데?” 갑자기 옆자리에 앉아 얼굴을 들이미는 다희에 눈에 띄게 놀란 수인은 고개를 홱 돌리곤 자리를 피했다.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작은 귀는 토마토만큼 빨개진 상태였다. 눈만 마주치면 고개를 돌리질 않나, 화난 사람처럼 잔뜩 빨개진 얼굴로 저를 노려보질 않나, 같이 밥 먹...
8. 거짓말, 둘 (3) “제가 왜요?” 오늘 퇴근하고 시간 있냐며, 저녁이라도 함께 하지 않겠냐는 윤형의 물음에 반사적으로 튀어나간 말이다. 너무 직설적인 대답이었다고 판단한 다희는 다시금 말을 정정했다. “아니, 제 말은 그러니까, 같이 점심도 먹은 적 없는데, 굳이 저녁은 왜?” 거북한 내색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다희의 말에 윤형은 뻔히 ...
7. 거짓말, 둘 (2) 열아홉. 노을이 들이치던 창문에서 뻗어 나온 빛이 다희에게 쏟아지던 날을 수인은 떠올렸다. -너 담배 펴? 윤기 나는 긴 머리카락은 갈색으로 빛났고, 노을에 가려진 다희의 얼굴엔 당혹이 물들었고, 종국에는 입에 문 담배조차 잊은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을 하기에 이르렀다. 남의 시선 따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정다희가, ...
6. 거짓말, 둘 (1) -축하해요 편집장님이 쏘울 넘치는 밀라노 특집 통과라네요. “쏘울은 무슨.” 윤형으로부터 온 메시지를 읽은 다희는 대충 핸드폰을 던져놓고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몸살을 핑계로 연차를 내놓고 집에서 쉬고 있던 참이다. 다희가 아프다고 하니 깐깐한 편집장이 답지 않게 넓은 아량을 베풀어 준 것 같았다. 이렇게 쉽게 ...
5. 거짓말, 하나 (5) “그냥 안 된다고만 하지 마시고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편집장님.” 다섯 번째 원고 반려에, 다희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깟 밀라노가 뭐라고. 그렇게 중요한 글도 아니고 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는 한 꼭지를 맡아서 썼을 뿐이다. 다섯 번이나 빠꾸 당할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몇 번을 말해. 자기가 쓴 기사는 쏘울이 ...
4. 거짓말, 하나 (4)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고3 첫 등교일. 다희는 여느 때와 같이 텅 빈 집을 등지고 홀로 집을 나섰다. 혜주는 겨울방학 사이에 벌써 과외를 두 개나 더 끊었다며 유난을 떨었지만 다희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될놈될, 어차피 될 놈이면 뭘 해도 될 것이라는 게 다희의 신조였으며, 다희는 그 될놈될의 ‘놈’은 자신이 맡고 있...
3. 거짓말, 하나 (3) “다희씨, 저번 밀라노 취재 건 마감 다 했어요?” “어제 편집장님한테 결재 올렸어요.” “그거 빠꾸래요.” “네? 왜요?” “몰라요. 낸들 아나.” 다희의 입사 동기 윤형은 무책임한 답변과 함께 어깨를 으쓱해 보이곤 자리를 피했다. 도와줄 거 아니면 얘기나 하지 말든가, 하필이면 퇴근 시간 직전에 저 말을 들은 탓에 야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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