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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유리문을 열자 바로 눈앞에 슬럼의 낙후된 골목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오래되어 새카만 공해와 빗물의 물때를 뒤집어쓴 높은 콘크리트 상자들. 한참 전에 시간 간격을 두고 세운 구식 건물처럼 보인다. 얼룩진 시멘트 벽은 구식 간판들에 벽면을 잠식당해 있다. 간판도 오래되기는 마찬가지여서, 차라리 원시적이라고 해야 할 단순한 직사각형, 혹은 원형이 전부다....
01 어디를 가든 익숙한 창가 앞으로 가 자리를 잡으며, 루는 다시금 도시의 특이한 구조에 대해 떠올린다. 잘 닦은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하늘을 향해 ‘뻗은’ 건축물들이다. 지지대 없이 자란 넝쿨 식물처럼, 건물은 사방을 향해 직육면체 형태의 줄기를 난잡하게 세웠다. 서로 다른 블록에서 올라온 줄기가 성의 없이 얹힌 골조의 방향을 따라 서로 마주 붙었다...
바람이 불어 하늘이 흔들린다. 산의 깎아지른 절벽 사이사이 스산한 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려온다. 구부정하게 뻗은 단풍나무 가지가 흔들리며 바싹 마른 낙엽을 비벼대는 소리다. 절벽 아래의 허공을 향해 뻗은 나무는,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모양새로 솟아 있다. 갈라진 틈새마다 붉은 단풍이 가지 하나씩 고개를 내밀고 있다. 연약한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검은...
煙上乾 연기는 하늘에 오르고 灰歸坤 재는 땅으로 돌아가네 餘者求 남은 자끼리 강구한들 那反經 지경을 어찌 돌이키랴
❖ 「힘든 시기였지. 유례없는 형태와 세계적 규모의 재앙이었으니. 모두가 힘을 합치기 위해 모여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어. 끝내 지키지 못한 것도 있었어. 많은 자들이 목숨을 잃었고, 목숨을 잃지 않은 자들은 희망을 잃었고. 그림자 사이에서 절망이 덮쳐와 우리의 시야를 뒤덮었지. 나도 예외는 아니었어. 검은 포켓몬이 내 형제의 목숨을 가져가자마자 내...
우리에 갇힌 자는 한낮의 루가루암이었다. 루가루암의 모습이라고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동시에 그 모습이 정말 포켓몬의 모습인지, 의문을 넘어 아연함을 느끼게 할 정도로 형편 없는 몰골이었다. 부름에 고개를 든 눈은 이쪽을 향해 안광을 발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서 이성을 증명하는 또렷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좁은 쇠철창살을 사이에 둔 채 잔카와 갇힌 ...
❖ 잔카는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었다. 깔끔하다 못해 황량한 방이었다. 걸터앉은 침대는 의자처럼 딱딱했다. 외출에서 돌아와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는 환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걸 위한 장소임이 분명했고 또 그런 장소여야 했다. 하지만 이날 밤은 크게 잘못되어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별 유감 없이 지나갔을, 골짜기 구석의 작은 여관. 상체를 일으킨...
❖ 그곳의 안개는 익숙했기에 더 낯설었다. 푸른 구름이 땅 위에 가라앉아 낮게 깔린 듯한 풍경은, 언젠가 떠나 왔던 산등성이 구석에 숨은 낡은 오두막을 떠올리게 했다. 그래서 짙은 안개는 무도가의 눈에 기이하게 비쳤다. 그때와 같은 연무는 다시 볼 수 없으리라고 믿어 왔기 때문이다. 그 오두막을 떠올리는 일조차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무는 시야를 가려 ...
❖ 형제는 검은 포켓몬과의 첫 전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형제의 끝을 대신 맺고자 했던 나는 검은 포켓몬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불꽃으로 화해 공중에서 흩어져 버렸다. 그렇다면 지금 남아 있는 이 몸은 누구인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 온전한 존재인가? ❖ 아주 먼 옛날. 세계가 그림자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 때. 늦가을이다. 해가 기울고 있다. 높고 가파르게 ...
❖ 내 걸음을 돌려 외부를 향하게 하고,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으로 내 등을 떠민 것은 나 자신이었다. 첫 대면전이었던 방어전이 끝나고, 그날 해가 진 뒤에야 검은 포켓몬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마을을 지키는 동안 그것들은 세계 곳곳에 터를 마련했다. 지상은 이제 그것들의 소굴이었다. 우리는 먹물을 적신 듯 퍼져나가는 재앙에 ...
❖ 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난데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금방 대답하지 못했다. 별에 대해서는 깊이 고찰해본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이면 늘 나타나는 빛나는 점 같은 것이라 생각한 것이 전부였다. ❖ 처음 만났을 때, 그는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게다가 검은 포켓몬의 추격을 뒤에 달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험한 여로를 어떻게 견뎠...
❖ 검은 포켓몬과의 첫 조우는 성인이 되던 해에 있었다. ❖ 우리는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났다. 거기에는 일각의 차이도 없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땅을 밟으며, 같은 공기를 숨 쉬었다.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스승에게서, 같은 보살핌을 받고, 같은 가르침을 받았다. 같은 핏줄을 이어받아, 같은 기상으로 단련하고, 같은 믿음을 키워나갔다. 같은 ...
蒼煙虛昇空 푸른 연기가 공중에 헛것처럼 오르고 花葉默降冥 꽃잎은 잠잠히 어둠 속으로 내려앉네 그을음 같은 획을 새기던 붓이 멈춘다. 종이에는 아직 반절 정도의 흰 공간이 남아 있다. 먹을 머금은 붓 끝이 공중에서 다음 움직임을 기다린다. 그러나 손은 이미 갈 곳을 잃은 지 오래다. 붓을 거두어 벼루 위에 걸쳐 놓는다. 기나긴 한숨. 종이 위에는 여전히 불꽃...
눈이 저절로 뜨였다. 이불 속은 포근했다. 해는 창가 가장자리에 걸려 있었다. 떨어지는 햇살이 찬란했다.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었다. 어리둥절했다. 무언가 분명히 틀린 느낌이었다. 잠은 깨었음이 확실한데도 몸을 일으키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불을 턱 아래까지 덮고 반듯이 누워서 천정 쪽을 바라보며,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시야 가...
이변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이변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와 모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제 일을 했다. 일은 새벽같이 진행되었다. 날이 밝을 때쯤에는 모두에게 명백한 흔적이 남았다. 눈 뜬 자는 고개를 들어 바라보면 하늘에서 내려오는 그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그 순간을 목격하지 못한 자에게도 이변의 소식은 날아든다. 늦은 잠에서 천천히 깨어나는 귀가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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