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한 컷씩 넘겨보는 카툰 포스트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휘갈겨 쓴 글씨가 단정한 종이 위를 어지럽힌다. 하얗던 종이는 순식간에 검게 물들고, 심경마저 흐트러트렸다. 분명 지금쯤이면 도착 하고도 남았을 텐데.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이 자꾸 불쑥 고개를 들어 올렸다. 다리를 떨면 복이 나간댔나. 허나 흐트러진 마음은 자꾸만 떨려서. 때문에 괜히 버리게 되는 종이만 몇 장인가. 이 감정은 설렘일까, 불안일까. 이름...
그러고보면 나는 너와 있을 때면 텅 빈 집안이 무섭지 않았다. 따지자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 그때는 이상하리만큼 무섭지 않았다. 어째서? 너는 나를 안정시킬 만큼의 온기를 가지고 있었고, 또 나는 그 온기에 용기를 가졌으니까. 그래서 일부러 가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 나는 누구보다도 불안정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수 있었지....
느릿한 타자기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한 문장마다 돌아오는 마침표는 유독 일정한 음정으로 찍혔다. 이제 곧 네가 온다. 그건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마침표가 쌓여갈수록, 네 발 걸음도 가벼워진다. 오, 딜리. 네가 거의 다 왔구나. 알 수 있다. 할당된 마침표의 수가 거의 떨어져가니까. 그만큼 너의 주머니 속에 부딪히고 있는 마침표 소리가 점점 가까...
저것 봐, 꼭 강아지 뛰어가는 모습 같지 않아? 너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면 어딜 봐서 강아지가 떠올랐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구름이 뭉텅이로 떠다녔다. 구름은 해를 가리고 그마저도 아쉽다는 듯 꾸물거리며 몸을 불리었다. 강아지는 모르겠고 비 올 것 같은데? 말이 씨가 된다더니 곧게 뻗은 너의 팔 위로 차가운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악! 너 때문이...
손을 내렸다. 제 마음이 잔인하게 갈렸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유독 마음이 약하던 너는, 유독 나에게만 마음이 박했다. 그리도 눈물이 많던 네가 바짝 마른 눈을 하고, 웃어주질 않는 걸 보아하니. 네가 보면서 항상 웃음 짓던 꽃이 질 때가 거의 다왔다. 너는 그 화려한 겨울의 동백보다, 겨울의 끝물에 닿아 봄 기운이 돌 때의 작은 풀꽃들을 사랑했다. 짧...
희게 부서지는 파도 끝에 선 하얀 인영. 그것은 내가 여태 지우지 못한 너의 잔상이었다. 나는 저 너머로 갈거야. 그 말을 입버릇처럼 떠들었지. 저 너머에 무어가 있는 줄 아느냐고 다그쳐도 듣는 척도 하질 않던 것이 너였음에도. 너는 배를 탔다. 무슨 수를 썼는 지는 몰라도 저 너머로 간다는 배를 얻어탔다. 정말 가는 것이냐. 나를 두고? 그 날은 ...
과거 우리가 사랑할 적, 내가 간절히 바랐던 것은 우리의 영원함이었음을. 언제였을까, 우리가 처음 마주했던 순간이. 그 순간 나는 우리의 운명을 직감했다. 그리 말하면 너는 믿을까. 내가 수백년이 지나는 시간을 여전히 너만을 그리고 살았음을 알면, 너는 나에게 무어라 말할까. 감히 예상컨데, 너는 감동을 말하기보다는 내가 미련하다 말하며 울 것이다. ...
물이 뚝뚝 떨어진다. 나는 한자리에 가만히 서서 사방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귀를 막았다. 토할 것 같아. 목구멍을 타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이것은 뭘까. 두 귀를 틀어막고 고개를 쳐올렸다. 시야가 붉다. 하-. 물이 뚝뚝 떨어진다. 어느새 멎은 비명소리에 손을 내렸다. 팔을 축 늘어트리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시야가 휙휙 돈다. "언니" 아. 어느새 어깨...
자박자박 흙바닥을 짓이기는 소리가, 풀벌레들이 날개를 비벼 우는 소리와 뒤섞여 구슬프다. 너는 오늘도 달마저 기울어가는 그 시간에 홀로 우물가를 지키고 있다. 손을 맞잡고 이만 하면 되었다, 이제 우리 집으로 가자 일러도 너는 어여쁘게 웃어보이기만 한다. 어찌하다 너는 홀로 이곳에 남았니. 우리가 함께 살아가던 곳이 뻔히 저 언덕 너머에 있건만, 왜 돌아...
비가 오면, 하늘에 먹구름이 끼면, 땅에서 흙냄새가 올라오고, 투둑투둑 둔탁한 빗소리가 들려오면 기분이 이상해져요. 밖에서 비가 오니까 대낮이어도 집 안이 어둑한 건 당연한 건데, 꿉꿉하고 습해지는 건 당연한 건데, 짜증이 나요. 그래서 장마철에는 항상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왜일까요? 특히 전 잠자코 있다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가 제일 싫어요. 금방 그...
마용리에 있는 마용초등학교에는 선생님이라 불리는 인원이 총 네명이 있음. 맨날 연설만 하면 한시간은 기본으로 떠드는 부엉이 교장선생님이랑, 애들이랑 말이 통하는 듯 안 통하는 듯 애매한 캥거루 원어민 선생님이랑 애들이 이 학교에서 제일 좋아하고 애정하는 늑대 담임선생님, 그리고 세상 자유로운 삶을 사는 토끼 체육선생님까지. 그 중, 체육쌤은 애들 시간표에...
세상이 뿌옇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천천히 뿌예진 시야는 내 세상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안경은 참 대단한 물건이야. 뿌연 세상 속에 던져진 내게 선명함을 되찾아주었으니. 안경을 쓰지 않은 세상이 어색해질 만큼,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그러다, 안경이 사라진 세상이 무서워질 만큼. 그 무엇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세상이란 무지에 가까워서. 모른다는 것에...
계절감이 느껴지는 글을 쓰는 것이 좋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계절감이 잘 느껴지게끔 글을 잘 쓴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글을 쓰다가 소소하고 자연스럽게 그 계절의 요소를 톡톡 집어넣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봄에는 선선한 바람 탓에 시도때도 없이 눈이 감긴다던가, 여름에는 얼음이 녹아 달그락 소리를 낸다던가. 가을에는 또 붉은 낙엽을 밟는다던지, 예쁜 것을...
일렁이는 수면은 물 위가 아닌 아래가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수면 위로 흩어지는 빛무리도 아름답지만, 수면 아래로 내려오는 뿌연 빛의 형태가 더 아름다운 것 같아. 물결을 따라 일렁이는 옅은 빛무리가 여러 색채를 띄는 것이 아름다워. 숨을 참지 못하고 훅 뱉어버리면 포르르 올라가버리는 공깃방울이 시선을 앗아가버려, 숨이 막히는 것도 잊고 멍해지고야 만다....
갑자기 내가 가진 아주 먼, 첫 기억으로 돌아가보고 싶어졌다. 나는 3살때, 내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다. 근본적인 것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숨은 왜 쉬는 걸까? 귀찮게 들이마시고 내뱉는 행동을 왜 반복하는거냐고. 눈을 왜 깜빡여? 왜 이런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지? 사실은 내가 이상한게 아닐까? 눈은 깜빡여야하는 게 아닌거야. 숨도 마시지 말자. 완...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