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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는 발길이 들어섰다. 죽은 듯 고요하여 비단꽃신이 자아내는 작은 소리마저 무(無)의 존재가 되어버리는 곳으로. 한때는 푸르름과 청량함을 가득 뽐내는 곳이었지만 차가움을 앞세운 침묵만이 맴도는 가운데,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상제 전하께서는 도통 뜻을 굽히지 않으시는군!"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누군가가 냈지만 작...
처음 이 말을 그의 입으로 직접 들었을때는, 그러니까… 조금은 나쁘고 과격하게 말하자면 '너무 일에 치인 나머지 드디어 미쳤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이틀 전의 일로 그가 벌이는 판과 계산력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또 그가 벌이는 판이기에 이미 모든 것은 완벽하게 계산이 끝났을 것이고, 원하는대로 흘러갈 것이라서 납득이 가는게 우습기도...
"아, 정말 짜증나." 더워서일까, 아니면 조금 전의 오방신 소집으로 기분이 언짢은 탓일까. 신경질적으로 뒷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소집이 끝나자마자 먼저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것으론 당연히 풀리지 않는게 맞아 기분은 언어가 되어 입을 통해 세상으로 나왔다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하니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볕은 뜨겁다못해 따갑고. 그러니 저...
뻔한 일상, 그리고 뻔한 예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들의 결말도 뻔할 것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얘기했다. "아, 덥네요. 아직 봄인데." "그거야 여긴 옥상이니까 그렇지." 중간고사가 막 끝난 어느 봄의 중간이었다. 남들은 쉬는시간에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워보겠다며 엉덩이를 의자에 쭉 붙이고 앉아있었지만 이 둘은 시험이 끝나기 무섭게 집에 가는 대신 교사...
벚꽃이 늦게 피었다. 예전엔 이맘때쯤이면 졌던 것 같은데. 벚꽃이 지면 여름이 찾아오곤 했다. 다음 계절이 여름이어서가 아니라 시간을 이어받을 약속으로 꽃이 지는 것을 대신한 것처럼 벚꽃이 져야만 여름이 왔었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아마 기상회의에서도 대충 이쯤에 이런 날씨일거라 예측하고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원래 ...
이번 겨울은 유난히도 독했다. 패딩보다는 코트를 더 좋아하는 편인 그에게 있어 달갑지 않은 계절은 매년 찾아오곤 하지만 금년은 특히. 유난히. 살벌하게 춥고, 눈도 살벌하게 내리고. 하나하나가 다 마음에 안 들어 마음마저 회색빛으로 물들어간다. 아니, 색이 빠져나간다고 해야할까. 하얗고 아름답게 느껴지던 세상은 어느샌가 어둡고 칙칙한 흑회색이 되어버렸다. ...
아주 먼 옛날, 마녀가 세운 높고 높은 탑에 갇힌 한 소년이 있었어요. 그 소년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오직 탑 안에서만 살아야 했죠. 아무도 소년이 어디서 왔는지, 왜 그 탑 안에서 살고 있는지 몰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소년은 아주 예쁘고 귀여운 금발머리의 소녀를 만나게 되었답니다. 소녀는 탑에서 혼자 외로워하고 있을 소년을 위해 올라갈 방법을...
"오후 일정은요?" "방금의 일정을 끝으로 오늘은 없습니다, 전하." "....그래요?" 딱딱하게 굳어져있기만 하던 얼굴이 돌연 환하게 피어났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어서 그런지 별로 놀랍지도 않다. 곧 그는 이제 따라오지 말라는 말과 함께 체통을 지키고도 꽤 빠른(?) 걸음으로 신하들 앞에서 모습을 감춰버렸다. 그들은 또 한 번, 아니 오늘로 수천번은 상제...
안녕하세요, 완드입니다. 포스타입 포인트로 일부 환불은 어렵게 되어 번거로우시겠지만 블로그에 관련 공지를 올려놓았으니 확인하시고 꼭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log.naver.com/chjh_wand/221886478046 익명의 독자분들은 구매하신 내역을 캡쳐하셔서 링크의 비밀댓글로 사진을 첨부해주시고 계좌를 알려주시면 구매하신 회차*5...
안녕하세요, 완드입니다. 제가 통판, 발행한 회지들은 모두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하시지만 배송비를 제외한 판매가격의 이상으로 거래하시는 것은 금지합니다. 앤솔로지 외 개인지로 낸 것은 각각 흉화(2018년), 비나리(2019년)이고 12,000원과 18,000원(배송비 미포함)으로 판매되었습니다. 사고 파시는 것은 자유롭게 하시되 각각의 판매가격 이상으로는 ...
안녕하세요, 완드입니다. 흉화와 기약, 금화연백화-하얀 꿈에 그대를 보았네-의 구매가격 조정에 대한 안내를 드립니다. 우선 흉화는 2018년 9월 초 배송비 3,000원을 포함한 15,000원에 통판을 진행했었는데 통판 이후 한참이 지나서 유료분 발행을 하는 과정에 가격을 잘못 기억하여 배송비가 포함된 금액을 그대로 유료분 발행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ㅠㅠㅠ...
푸석거리는 이불의 소리도 거슬린다. 천장을 보고 누웠던 몸을 옆으로 돌렸다가, 또 반대쪽 옆으로 뉘였다가 엎드려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원래대로 누웠다. 잠을 못 잔다. 이상하게... 아니, 왜 잠이 오지 않는 것인지 스스로는 알았지만 한편으로는 부정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야. 그냥 잘 수가 없을 뿐이야. 감기, 토혈같은 자신에게 흔하디 흔한 병치레처럼...그...
분홍빛 꽃눈이 짙게 향을 내며 낙화하는 어느 봄날이었다. 어린 금발의 소년은 또래 아이들과는 다르게 무신경하고 만사 재미없다는 듯 표정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세상 모든 고난은 제가 짊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백 살, 아니 오백 살은 되었을까. 나이만 먹어버린 노친네들이야 세상을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그런 눈을 하고 있느냐며 핀잔을 주겠지만 소년이...
※ 커플링명(?)은 토영금패이나 커플보단 브로맨스에 가깝습니다. 구매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긴 공백의 끝에 마주한 두 눈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아 내심 서운했다. 그래, 서운하다한들 자신이 달리 뭔가 어쩔 도리도 방법도 있는것이 아니니 할 수 없겠지. 속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에는 씁쓸한 표정이 떠올라 저절로 눈을 내리깔았다. "결국 너구나." "...." "내게는 어떤 말도 할 가치가 없는거야?" 한참을 침묵속에 바라보기만 하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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