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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할까요, 공작님."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며 제 구두라도 핥듯이 고개를 조아린 기볼레 영식을 가리키며 려가 물었다. 소영은 같잖다는 미소를 지으며 횡설수설하는 그의 손을 구둣발로 짓이겼다. 우두둑거리며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돼지 멱따는 비명소리가 뒤섞여 들렸으나 소영은 회빛 속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비명 속에 삼켜진 웅얼거림은 살려달라는 ...
피곤할 때면 늘 꾸는 꿈이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는 어떤 검은 그림자가 자신의 목을 천천히 감싸쥐는 꿈. 기도를 막을 정도의 세기는 아니었으나 용세는 그 자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싶어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그림자는 결코 손에 힘을 주지 않고, 아쉽다는 듯, 조금은 봐준다는 듯. 듣기 좋은 낮은 웃음소리를 내며 제 목에서 손을...
운조는 찻잔에는 손도 대지 않고 제 옆에 서 있는 한아를 힐긋 바라보았다. 얼굴의 흉터 때문에 흉흉한 인상이건만 그의 기운은 마치 눈 덮인 설원처럼 고요했다. 제국에 넷밖에 없다는 소드마스터 중 현 상황에서 가장 확실하게 저희 편에 선 이. 소영이 전직 흑기가단 단장 회유에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만일 실패한다면 그것만큼 최악인 일이 없게 된다. 황실 호위대 ...
하늘을, 끌어내리는 것에 말일세, 경. 그 말에 스친 숨결 한 자락조차 잊혀지지가 않는다. 진눈깨비가 내린다고, 마치 날씨를 읊조리는 투로, 그리고 여전한 흰 도자기같은 얼굴로 웃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태연히 제 온 세상을 흔들어놓고 그녀는 떠났다. 려는 자신이 어딘가 비어버렸다고 생각했다. *** 끝에가서필력이개똥된 황궁에유5 *** 공작은 급하게 온 ...
나는 경이 안내해주었으면 좋겠는데. 그녀는, 겨울 바람으로 고아하게 깎아낸 듯한 그 자수정 같은 자안으로 저를 보며 말했다. 제 기억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눈동자에 려는 반 년 전 그것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놓아버릴 뻔한 정신을 간산히 그러모으며 입 안의 여린 살을 씹은 것은 볼썽사납게 주저앉지 않기 위해서였다. 고개를 숙...
전날 받은 서찰의 내용을 떠올리며 운조는 걸음을 옮겼다. 소영이 보낸 서찰에는 수도에서 국경 지대로 내려가는 사절단에 결국 동행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에 대화하였던 밤에는 그 기사의 얘기를 꺼내니 낯빛이 어두워졌었는데 제법 빨리 움직였군. 하긴. 그 소영이, 무언가를 미적거리는 일은 상상도 가지 않지만. 모든 정치와 전쟁의 근본에는 사람이 있어야 ...
려는 제 입에서 불어나온 숨이 하얀 입김으로 녹아내리는 것을 멍 하니 바라보았다. 이맘때쯤의 수도는 봄기운이 만연하여 따스했는데 역시 이곳은 제국의 끄트머리라는 걸까. 성벽 아래로 빽빽히 자리잡은 군청색의 숲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추워지는 듯했다. 답답한 먹구름들 사이로 숨은 태양조차 좀처럼 제 온기를 나누어주지 않는 척박한 땅이었다. 그 순간, 숲들...
어떠한가, 재상? "미친 새끼." 울컥이며 속에서 올라오는 화를 다스리기 위해 운조는 주먹을 쥐었다. 마음같아선 제 집무실에 있는 모든 것들을 던지고 짓밟고 싶었으나 뒷수습은 제법 성가신 일이었기에 그는 간산히 제 몸을 붙들었다. 뭐? 올해 흉작이 든 것이 누구의 탓이라고? 그렇게 '만들자' 고? 그런 주제에, 제법 '쓸만한 의견이지 않냐' 고? 운조는 황...
혼세질투 단편- (등불) 혼세이랑이 혼례를 올리고, 질투가 악마화 낙인이 지워졌다는 설정입니다. 자신이 찾아오자 놀란 듯 살짝 크게 띄어지는 핏빛 눈동자를 보며 질투, 아니 서화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얇은 웃음을 머금었다. 질투마녀였던 과거를 벗고 악마화 낙인이 지워진 그녀는 예전 자신의 자리였던 사서선녀로 지낼 수 있었다. 서화라는 이름은 이름을 기억...
메마른 핏빛 눈동자가 주저앉은 녹색의 여인을 담는다. 사납기 그지없는 여인의 눈과는 달리 그의 붉은 눈동자는 무감정 그 자체였다. 혼세는 한참을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혼세이랑 장편 : (충동이 이끈 마음上)***"....저리 꺼져."성치도 않은 몸으로 겁도 없이 저를 노려보는 여인의 모습에 픽, 하니 웃음이 걸린다. 분명 천계의 대장군 - 이름이...
겨울을 닮은 마녀는 여름을 사랑했다. "... 언니." "아직도 날 그리 부르니." 쿨럭- 헛웃음과 함께 욱신거리는 핏물이 토해져 나온다. 아. 복부 부근에 구멍이 뚫렸던 게 이젠 통증조차 희미해져간다. 질투는 제 죽음을 예감했다. 제 마지막 삶의 날은 살이 에일 정도로 추운 겨울 날이구나. 마녀의 죽음에는 퍽 어울리는 날씨려나. 고운 비단 이불을 덮고 자...
전에 썼던 2p이랑 뒷내용 쪼곰추가에오.. -언니. 사락. 짙은 녹음의 색 그림자가 제게 드리우는 것을 느끼며 질투는 눈을 떴다. 비릿한 혈향과 청량한 바람 내음을 함께 풍겨오며 저를 내려다보는 이랑은 말갛게도 웃는다. 질투는 그런 이랑의 모습을 빤히 보다 어휴, 하고 과장된 한숨을 내쉬었다. -피 좀 닦고 오지 않고. -언니가 닦아줄 거니까. 애교스레 눈...
촉. 연분홍빛 입술이 가볍게 여인의 둥근 어깨에 닿다 떨어졌다. 그 감촉이 간지럽다는 듯 아래에 위치한 여인은 나지막히 웃었다. 눈웃음을 치며 작게 떨린 길고 검은 속눈썹과, 매끄러운 호선을 그린 붉은 연지의 입술. 고개를 살짝 기울임과 동시에 밤의 장막처럼 흩어진 검은 머리칼은 귀하게 관리를 받은 티가 난다. 제 망막에 담기는 여인의 그 용모가 왠지 흐뭇...
황금의 제국 오슷 피의 춤 입니다... 음악 들어주세요... 초반보다는 으녁 나오는 씬부터 들어줘도 좋아... -이 약에 독을 탔소? -예. 동요라고는 한 점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와 감정이라고는 한 터럭도 엿보이지 않는 눈동자에 그는 힘이 탁 풀린 듯 웃었다. 아아. 끝까지 잔인하도록 어여쁜 사람. 흰 사기에 담긴 그것은 마치 온 세상의 절망을 모아놓은 ...
"케흑, 컥, 쿨럭..." 죽는, 죽는 줄 알았다. 옛날에 허술하게나마 수영을 배워둔 것이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는데. 재상은 추위에 덜덜 떨리는 몸을 애써 추스르며 시체같이 늘어진 채린을 흔들었다. 민채린. 일어나, 민채린!! 이미 차가운 자신의 몸보다 더 싸늘한 피부에 심장이 쿵쿵 두려움의 엇박을 친다. 코 밑에 손가락을 대어 보니 간산히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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