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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여덟 시 십분, 기상. 사십 오분까지 아침 샤워 및 간단한 빵과 잼, 과일을 곁들인 아침 식사. 여덟 시 오십분, 일터로 출발. 부품이 빼곡한 기계처럼 정확하게 굴러가는 알하이탐의 아침 루틴이다. 아카데미아로 향하는 지겨운 오르막을 오르면서 알하이탐은 어딘가 뻐근한 기분이 든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오늘 아침은 모처럼만에 고요했고, 그...
* "나 어제 개강파티에서 누구랑 잔 것 같아." 알하이탐은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그는 시선을 돌릴 수 없었고, 혀가 굳은 듯했고, 심지어는 자기가 호흡은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입안에선 씁쓸한 맛이 피어올랐고 싫고 아픈 기분으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마치 느닷없이 머리라도 얻어맞은 기분이다. 잠시 시간마저 멈춘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
* 그런 감정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카베는 그를 아카데미아 시절 이후부터 최근까지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마주치면 싸움 뿐이고, 견딜 수 없이 화가 날 뿐이었다. 서로 돌보는 것? 그 녀석은 어떨지 몰라도 카베라면, 지나가는 강아지가 아파도 밤새 간호할 수 있었다. 룸메이트가 열과 기침으로 앓는데 방치하는 거야말로 카베답지 않고, 잠이 든 얼굴을 ...
* "손목 아래로 다 날아갔군." 그는 담담한 척하며 말했다. "안 봐도 뻔해. 주위 사람들한테 파편이라도 튈까봐서 터지는 폭탄을 자기 손으로 감쌌겠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그 비슷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귀가 뭉개졌군. 어깨에 구멍이 났어. 피가 멈추질 않는군. 그리고 그 원인도 매번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낙석에 아이가 깔릴 뻔해서', '내가 아니...
* 또다. 또야. 카베는 냉장고 아래칸에 늘어선 맥주캔을 다시 한 번 셈하며 내적 비명을 삼킨다. 순식간에 스트레스가 끓어오르고, 현실 부정의 단계도 잠깐 닥쳐 오지만, 분명히 착각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행복하게 채워놓은 갯수와 자신이 마신 갯수, 그리고 남은 맥주캔의 갯수에 세 개나 오류가 있다. 이미 여러 번 일어난 일이었고, 범인은 명백했다. "당장...
"시트, 빨아야 할 것 같은데." "응?"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지럽혀서 미안하군, 선배." "……?" 빤히 봤더니 무안은 한지, "왜?" 하고, 네가 물었다. "너……. 진짜로 처음 하고 싶은 말이 그거야? 나랑 하고 나서?" 그러자 너는, 말라서 껍질이 일어난 입술을 살짝 벌리고서 뚱하게 말했다. "그럼 뭐라고 하라는 거지?" 그...
* "안녕. 나 이제 너에게 정이 든 것 같아." 카베는 중얼거리며 그 남자가 원하는 대로 손을 내밀어 입맞추게 했다. 따뜻한 입술 온기. 가볍지 않게 누르는 깊은 무게감.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바라보는 그 남자의 강렬한 표정. 만약 꿈이 자기 욕망을 비춰주는 거라면, 카베는 자신이 알하이탐으로 하여금 자신을 숭배하도록 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해진다. 입...
"너란 놈은.... 인간도 아냐." 그래, 그런 말은 수십 번도 넘게 들었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았어. 가치 없는 사람들의 말이니까. "나쁜 자식.... 너한테 감정이라는 게 있기는 해?" 그런 나도 상처를 받아, 네가 하는 말이면. 너는 그저 상관없는 타인이 아니거든. 어떻게 그걸 아직도 모를 수 있는 거지?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지 않는 게 좋아. "최악...
* 눈꺼풀 위에서 햇살이 부서진다. 카베는 천천히 눈을 뜨고 시야를 회복한다. 창밖에서 새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와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섞여 희미하게 들려온다. 뺨 위에 타인의 체온.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다. 카베는 그 손이 떠나지 못하게 움켜쥔다. 얼굴을 기대어 부비고, 눈을 감아 눈물을 삼킨다. 잠시 빌릴 뿐인 다정함이 그저 서럽다. "이제 안...
* 어린 알하이탐은 아카데미아 복도에 서 있었다. 임시로 지급받은 교복의 소매는 세 번 접었고, 아래는 두 번 접어 걸치고 있었다. 역시 임시인 그의 담당교수실에서 할머니가 상담을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었다. 아카데미아의 역사로 기록될 뻔했던 최연소 조기 입학 건이 취소되는 것이다. 상담시간이 한없이 길어지고 있었다. 알하이탐의 뇌는 사색을 즐겨해서 ...
* "옷 입어, 카베." 알하이탐은 이미 겉옷을 걸치고 있었다. 빠르게 외출 준비를 마친 그는 힐끔 시선을 돌리더니, 유리 파편과 커피 얼룩 앞에서 걸레를 쥐고 안절부절하는 카베를 보고 미간을 찡그렸다. 성큼 다가온 그가 천조각을 빼앗아 내던지고는 카베의 팔을 잡아끌었다. "옷 입으라고 말했어." 거의 화를 내고 있다. "왜 이래?" 카베는 저항하려고 했...
* 겨울. 무르익은 계절의 한가운데를 지금 막 지난다. 알하이탐은 품이 아직 조금 큰 녹색 가운을 여미고 걸음을 재촉했다, 두 손에 든 커피가 식을까봐. 수메르가 자랑하는 지식의 보고 아카데미아는 도시의 심장부에 있어서 자주 가는 커피숍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다. 다만 큰 나무를 휘감고 오르는 오르막이 짜증날 정도로 길고 길다. 재촉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알...
* "미...안!" 카베는 솔직하게 말했다. 집세 낼 돈을 기부했을 때도, 그가 아끼던 고급 술을 일부러 다 마셨을 때도 이렇게 두렵게 굴지는 않았는데. 그는 한번도 카베를 이만큼 서럽게 만들지는 않았었다. "그, 근데 이런 소문은 다른 흥밋거리만 생기면 금방 사라질 거라고... 사이노가 그랬...." "뭐? 무슨 소문." "어?" 무슨 소문이냐니 그게 무...
* "...하아." 침대 위로 카베를 던진 알하이탐은 겨우 허리를 세웠다. 그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고, 카베가 옮긴 술과 향수 냄새로 머리가 어지러워 조금 비틀거렸다. 그 와중에도 깨지 않고 입맛을 다시며 이불을 찾아들어가는 카베를 어이가 없어 보다가 한숨쉰다. 만약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사람인 걸 미리 알았어도 룸메이트로 들였을까. 답을 내리는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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