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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유리창 하나를 덧댔을 뿐인데, 밖과 안이 나뉘고, 세상이 갈라진다. 두께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투명하고 매끄럽다. 안으로 규정된 공간은 따뜻하다. 그는.. 이 따뜻한 안에 자신을 숨겨둘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늘 자신의 컨디션에 맞게 보일러와 히터, 가습기가 돌아간다. 늘 쾌적한 공간 안에서 김인하는 두툼한 옷을 입을 필요가 없었고...
처음 몇구절을 읽었을 때에는 마치 독립영화의 나레이션을 보는듯했다. 특히나 말줄임표에서… 세상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절망, 벗어나고자하는 욕구, 문학적이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감수성을 통해 현상과 사물을 감각하여 현실(과거 현재 미래)를 바라보는 시선은 나의 공감대를 비껴간다. 오히려 판타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질만큼 비현실적으로 닿는다....
캘런이 집에 돌아갔을 때, 한스는 캘런보다 앞서 집에 와있었다. 막 도착한 참이었던 한스는 아직 작업복차림이었다. 한스는 캘런을 보고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표정은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캘런이 플래타이로 돌아가게 되었다고 전화했을 때, 그는 한참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길어지는 동안 동전이 짤랑짤랑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고, 아들이 ...
해변가가 가까워지면 자전거를 더이상 타고 갈 수 없을거라 생각했다. 개발될 수도 없고, 개발될 계획도 없는 돌사장은 절벽아래에 끝없이 모래만 가득한 곳이었다. 딱딱한 땅이라곤 없었고 그 곳을 지나기위해 차라리 맨발이 나았다. 푹푹 잠기는 모래, 발가락을 간지럽히는 고운 입자의 감각. 사박사박 밟히는 소리는 또각또각이라는 구두소리보다 캘런에게 더 익숙한 발소...
바다가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루중 가장 거대해지는 태양속에서 몇개의 점들이 툭 하고 터지듯이 나타났다. 새벽녘 일찌감치 나갔다가 이제사 돌아오는 배들이었다. 캘런은 밀도 높은 주홍빛속에서 검게 일렁이는 배들 가운데 자신이 아는 배가 있는지 찾으며 단추를 여몄다. 공기가 미지근하다. 지지대위에 뜬 자전거의 바퀴살이 혼자 천천히 돌았다. 곧 여름이 올...
10년이 넘게 살던 집을 정리하고, 짐을 부치고, 쾌속선에 올라탈 때만해도 캘런은 고향에 대해- 정확히는 귀향에- 그 어떠한 감상도 없었다. 10대와 20대, 인생의 대부분을 바쳐온, 삶의 전부라고 여기던 걸 한순간에 잃었다. 돌아갈 곳이라곤 지도에는 때때로 누락정도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섬 한쪽 좁다란 방뿐이라는 사실은 인생의 절반이 무위로 돌아가게 ...
창비 2021년 가을호의 산문, 팬데믹 시대의 동물, 그리고 인간이라는 글에서는 동물권에 대해 다룬다. 인간이 과거 인권을 박탈함으로서(노예, 죄수 등) 거리낌 없이 살인은 할 수 있었듯이, 현재 동물또한 어떠한 권리와 존엄성을 박탈함으로서 우리는 동물을 인간의 편익을 위해, 그것도 공장식으로 철저하게 살육하고 있다.현재 반려동물의 장례식장들이 마구 생겨나...
타지에서 홀로 먹는 식사는 대부분 부실했다. 먼 땅에서 조금이라도 덜 서러우려면 잘 챙겨 먹어 야지 하다 가도 쉬운 식단에 손이 갔고, 자연히 먹는 음식만큼이나 나 역시 부실해져갔다. 외국인이라는 특수성덕에 수척해진 나의 모습이 더 잘 도드라진 탓일까. 나를 안쓰럽게 여긴 현지인의 배려로 나는 가끔 그들의 집에 초대받아 함께 식사를 하곤 한다. 타국에 오래...
오늘은 2021년 8월 2일 월요일. 11시 58분 한국 시간으로는 8월 3일 화요일. 여기도 곧 3일로 넘어간다. 나는 통찰력이 부족하다. 사람을 읽는데는 나름 시간이 쌓아준 기량이 있지만 경험이 의한 데이터를 읽는 일일뿐, 이걸 통찰력이란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통찰력이란 말에는 날카로운 이라는 수식어를 붙어야 어울리겠지만 무엇을 바라보던 다...
사진밖에 남는게 없어 어릴때나 지금이나, 가장 친한 친구의 집에 가면 사소하게 놀랄 일이 많았다. 집안 물건들이 틈없이 정리된 우리집과는 달리 생활용품들의 자유분방한 배치에 현기증을 느끼면서도, 처음보는 안마의자, 돌돌말린 남자 양말, 속은 깨끗하지만 커버가 아무렇게나 접힌 책.. 네명이나 되는 구성원의 물건들이 별나지않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기이했다. ...
여기는 항상 여름이다. 덜 덥거나, 덥거나, 아주 덥다. 가끔은 서늘한 날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니었고, 기장이 긴 옷 들은 항상 옷장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했다. 평균 35도가 넘는 날씨가 특별한 이벤트일 리 없는 사람들은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몸을 꽁꽁 싸매고 다녔다. 갑갑한 열기에 몸을 집어넣는 것이 내키지 않았고 하늘 아래 서있는 시간이 적다는 이유로...
드디어 이 영화를 다 볼 수 있었다. VOD로 보려고 다운도 몇번 받았고, 해외에 나갈때도 챙겨보려고 휴대폰에 저장까지 했었는데, 올레티비에 무료로 풀려있길래 이번에도 다 못보려니- 별 기대않고 봤다가 마라탕먹다 말고 멍때리는 나를 참을성있게 기다려주는 애인덕에 이번에야말로 다 봤다. 두번이나 결제해놓고 결국 무료로 보게되다니. 그다지 인내심도, 집중력도 ...
바쁘단 핑계로 내면의 덕을 쌓기는커녕 소비로 점철된 짧은 여가를 보내는 날들이다. 기록이래봐야 하품과도 같은 투정들만 끄적이는게 전부다. 지적허영에 꽉차있는 나로서는 심심하고 불만스러운 일과중에, 그나마 출퇴근길에 듣는 오디오북이 내 허영의 화수분을 채워주는 유일한 물줄기다. 요즘은 어른의 어휘력을 듣고 있다. 그냥 어휘력이면 어휘력이지 어른의 어휘력은 뭔...
안녕하세요. 비탄입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하등 쓸모 없을 수도 있는 말들을 그저 막연하고도 건방진 측은지심으로, 시혜적인 시선으로 무례하게 쓰려하는게 아닌가 싶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오래 우울을 앓아 온 사람입니다. 병원에 처음 가본건 십여년전이니 진단을 받은 것도 그때가 처음이네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더 오랜기...
김인하는 때때로 참을 수 없었다.홀로 갇힌 방의 공기가 어깨를 짓누를 때, 인파 사이를 표류하다 낯선곳에 닿을 때, 한없이 세상이 낮아질 때, 까마득한 하늘이 중심도 없이 휘돌 때, 어느샌가 휩쓸려있는 무리가 최초의 목적과는 달리 유흥을 위한 시간으로 기어들어갈 때, 덜컥 이유도 없이 김인하는 견딜 수 없어졌다.김인하는 어려서부터 무던했다. 화를 내는 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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