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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늘도 전뇌세계로 들어간다. 그 안엔 별 볼 것들이 없었다. 그저 똑같이 생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줄을 선 나무들, 매일같이 똑같은 하늘, 완벽에 가까운 온도. 고요함을 사랑하는 선선한 바람, 인위적으로 배치된 화분들. 그리고 약간의 과거. 그의 전뇌세계 속 넓고 차가운 집.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수많은 암호를 풀면 들어갈 수 있는 그의 집이, 열...
너 때문에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지. 난 너로 인하여 신이 없다는 것과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는데, 너는 어디로 또 사라졌는지. 나의 모든 여름을 겨울로 바꾸고, 빛을 어둠으로 또 심연을 빛으로 호수를 바다로, 땅을 하늘로. 바꿔버린 네가 사라지니 모든 것이 정상인데. 어찌하여 이 나만 모든 것이 바뀌었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지금은 ¿•※×년이고... ...
너와 함께한 4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내기라는 이름의 도박을 하고 있었다. 서로의 자존심을 배팅하고 앗아가는 그런 시시한 도박. 처음엔 전투에서 어느 쪽이 이길지... 그다음은 누가 먼저 죽는지. 결국 이 도박은 둘 다 죽지 않고 살았지만 말이다. "야, 꼬맹이. 우리 게임 할래?" 둠 브링어가 패러독스의 머리를 헝클인다. 싫다고 말도 나오기 전에, 그...
매드 패러독스의 눈은 이미 죽을 대로 전부 죽었는데, 둘 중 하나만이 예쁜 흰자를 보여주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어디서부터 말을 해달라고 해야 할까? 나는 가끔 그 녀석의 눈이 이상한 곳을 쳐다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처음 본 순간부터 노골적으로 대놓고 드러내더니. 알고 보면 그냥 숨길 마음이 없던 것 아닐까 싶다. 가끔... 나와 말을 하다 보면 손...
다 죽어가는 몸뚱이를 이끌고 나아간 것은 다시 또 다른 차원의 시공간이었다. 아, 그도 참 멍청하다. 대답 하나를 들으러 여기저기 육신을 찢으며 돌아다니다니. 패러독스의 검은 입에서는 하나의 단어만이 떠다닌다. 아직 거기 있지? 라며 돌아오지 않을 대답을 기다리며.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대답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있으니, 시공간을 뒤져서 그를 찾는 것이겠지...
엇갈린 운명, 엇갈린 미래와 환경과 몸과 정신들... 본래 인간은 다른 것에게 끌린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좋아한다. 그러니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나의 운명이며 이번 생에 끝내야 할 숙제고 나의 사명이며 신의 은총이다. 내 이름이 세 번 바뀌었어도 너의 이름은 끝까지 에드워드를 고집했다. 처음엔 괴로운 얼굴을 보였지만 이젠 그게 자신의 이름이...
세월은 언제나 날카로워서 누구에게나 상처를 남기고, 시간은 그걸 흉터로 만든다. 이걸 모으면 삶이라는 것이 완성된다. 상처를 남기고 그게 아물고. 아, 나의 백색왜성아. 너는 그런 존재였지. 내가 정신을 지배할 때, 네가 나보다 더 뛰어나다는걸 나는 알고 있었어. 그걸 인정하기 싫었어. 2년 전이니까. 그때의 나는 어렸고. 또, 미성숙했어. 너는 나와 엄청...
이 세상 모든 허무를 뭉쳐놓아도 네 죽음보다 더한 것은 없을거다. 이 세상의 모든 고독을 모아 쓸어담아도 네 장례식보다 더한 것은 없을 거야. 매드 패러독스. 이젠 이 세상에 없는 그의 이름을 부르며 절규한다. 그의 죽음은 탄생과도 같았다. 빛의 점멸 속으로 사라져 부숴져버린, 눈이 부신 죽음.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조각내고 있으면서도 부숴지는줄 몰랐던 아...
안녕. 에드워드. 네가 떠난지도 몇 년이란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어. 나는 네가 떠난 뒤로 꽤 많이 외로워. 죄다 대화가 통하질 않아. 에드워드, 나의 죽음은 너에게 넘기려고 해. 넌 나를 죽이러 올 거잖아. 마신에게 기술을 배워서 나를 죽이러 올 거지? 너에게 죽는다면야.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네가 나를 죽이러 올 때, 아마 이런 질문을 할 것 같아서....
폐하. 신하들이 줄을 맞춰 고개를 조아린다. 저주받은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신하의 손에 들린, 검은 천 속의 아이는 울고있었다. 왕은 다리를 꼬고 제 입가를 쓸었다. 흥미롭다는 듯이 웃고. 어디가? 라고 묻자 신하는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다. 이 나라에서 999번째 아이 입니다. 왕은 고개를 젓는다. 그걸로 저 아이의 인생을 단정짓는 것인가? 차가운 말투가 ...
훌쩍 커버린 루나틱 사이커, 아니. 둠 브링어를 올려다본다. 그는 이제 잘 웃고, 남의 기분을 읽을 줄 알며. 부드럽게 행동하는 법을 안다. 그리고. 과거는 정말 깨끗하게 잊어버렸다. 뭘까? 속이 이상해.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너를 떠나고싶어. 기분은 곧바로 얼굴에 그려졌다. 눈치가 좋은 너는, 내 어깨를 감싸고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어디 아파? 라고 ...
눈을 떴다. 1월의 겨울. 겨울이 거의 다 익은 이 시간이, 그 조그마한 놈이 오고 나서는. 나에게는 봄 같다. 창가에 앉아있어도 시려운 바람은 느껴지지 않으며, 책을 읽을때 얼어가던 손가락은 코코아를 쥔 듯 따뜻하다. 그 조그마한게 뭐라고, 나의 계절을 바꾸며. 나의 아침을 밤으로, 낮을 새벽으로. 밤을 아침으로 바꾸는지. 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 ...
헤어져요. 잘 지내세요. 하고 뒤돌아서는 제 연인. 이젠 아니지. 브링어는 술잔을 들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지었다. 첫 잔에는 원망, 한 병에는 그리움. 두 병에는 후회. 세 병에는... . 옆에 대학 동기들이 말려도 그저 마셨다. 원래는 술에 잘 취하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이리 취하냐. 억지로 자취방에 넣어져서도 술을 찾아 마셨다. 독한 담배...
도미네이터는 항상 에스퍼의 곁을 지켰다. 에스퍼가 떠나는 모든 시간, 시공들 까지도. 에스퍼를 따라가고 보호했지. 과보호. 그렇게 서서히 디아볼릭 에스퍼는 도미네이터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품었다. 그의 다정하게 휘어지는 눈. 따뜻하고 다정한, 불안해서 빠르게 뛰는 심장을 천천히 만져주는 손길. 따뜻한 코코아 같은 목소리. 걸쭉하게 흘러내리는 애정. 모두. 공...
하아, 숨을 내뱉는다. 하얀 김이 천천히 퍼지다 사라진다. 춥다. 떨려오는 어깨를 매만지다 겉옷 지퍼를 올린다. 당연하다는듯 시선이 떨어진 곳은···. 또 너네. 에스퍼. 당연한게 되어버린거지. 항상 네 옆, 뒤. 한 발짝 떨어진 곳에 내가 맴도는 것. 널 훔쳐보다 시선이 마주치면 황급히 눈을 돌리는 것. 운 좋게 너와 말 한마디 주고 받으면 달아오르는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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