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한 컷씩 넘겨보는 카툰 포스트
직접 만든 영상을 올리는 동영상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취했을 때의 준이는 꼭 다른 사람 같았다, 좋은 쪽으로. 그러니까, 인간미가 생겼다. 목구멍에 감도는, 억지로 받아넘긴 술의 매캐한 냄새를 꾹 참아내며 은한은 마침내 그 눈 감은 얼굴을 오래도록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잠들고, 떠나고, 탁자 위에 가득한 술병과 남겨진 음식의 싸늘함으로 뒤죽박죽인 곳에서도 준이의 얼굴은 그냥… 어려보였다. 눈물이 날 만...
여름. 은한은 거리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거대한 태양은 정수리 위에 걸려있었고, 목에 걸린 노끈이 젖은 목덜미 사이로 파고들었다. 불쾌하고 따가웠다. 빨간 선 사이로 땀이 파고들었다. 상처가 새겨진다. 그래도 은한은 꿋꿋했다. 사람을 찾습니다. 귀퉁이라도 사라질까봐 훔친 테이프로 꽁꽁 싸매붙인 손바닥만한 사진이 그렇게 쓰인 박스 위에 붙어있다. 정작 박스...
“혼자 오셨어요?” 남자가 담배를 물고 있어서, 준이는 잠깐 돌아 나갈까 생각한다. “아직 준비 중이라 좀 기다리셔야 할 텐데.” 입을 벌려 곧장 바닥에 담배를 떨어트리고 발로 비벼 끈 남자가 헤헤 웃었다. “더우니까 들어오세요.” 괜찮습니다, 하면 될 것을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이끌려 들어갔다. “사장님 바뀌셨습니까?” “아뇨, 전 직원이에요. 알바.” ...
사람은 왜 하늘에서 살지 못하는 걸까, 하고 은한은 서글픈 생각을 했다. 아무도 없는 새파란 허공에, 나의 고향. 그리워하는 동안에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밝았다. “이제 요물이 슬퍼하면 여우비가 온다, 그런 말도 다 예삿말이 되었나보지.” 덤덤하게 중얼거려 보아도 하늘은 답 없이 맑았다. 은한은 차라리 증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예전엔 이 정도로 ...
그는 다가오는 대신 멀리서 지켜보기를 택하고, 인사를 건네는 대신 아래에서부터 위로, 깊은 곳에서 얕은 곳으로 시선을 끌어내는 남자였다. 남자가 조명과 그림자 사이로 다가올 때, 지레짐작으로 진회색 눈동자에 어울리는 연기와 재, 또는 서리, 심지어는 폭력의 냄새마저 풍겨올지도 모른다고 각오했으나 정작 가까워진 남자에게서는 단내가 났다. 단내. 불쾌하리만치 ...
은한은 복잡한 표정으로 시트를 짚고 일어났다. 꿈 속에서 그 애는 나체였다. 아직 깨지 않은 애들 사이로 깨금발을 내딛었다. 어기적대는지 살금대는지 모를 걸음으로 좁쌀만한 화장실에 몸을 구겨넣었고 소리나지않게 문을 잠갔다. 씨발. 바지를 내리자 예상대로였다. 여자 때문이라기엔 여자의 얼굴은 기억나지도 않았다.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팬티를 빨았고 축축한 팬티...
“우와...” 은한은 종이 쳐도 교실에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화장실에서 나갈 생각도 못했는데, 당연하지. 그 종친게 문제가 아니었다. “미친...” 이거 완전 인생 종 친거 아냐? 은한은 잠깐 이 쪼끄만 막대를 부숴버릴까 생각하다 정신을 다잡았다. 그래도 그 씹쌔끼는 알아야지. “똥쌌냐?” 서준이. 이십분은 수업에 늦게 들어와 한참 교사에게 잔소리를 들은...
확실한건, 살아있었을때도 이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는거지. 칼날을 닦으면서 K가 웅얼거렸다. 적어도, 좋은 일은 아니야. 잠시 뒤 덧붙인 말이 누구를 겨냥하고 있는지는 확실했다. 은한은 모닥불 너머로 묵묵히 등을 돌린채 앉아있는 등을 본다. 그 애는 오늘도 가장 많이 가졌다. 저승에서 살인은 불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다들 희미하게, 알고있었다. 좋은 일...
만남? 오랜만의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받은 질문에 준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은한은 그 간격이 괜히 자신을 한 번 놀리려는 짖궂음임을 알면서도 침을 한 번 삼키고, 또 모자라서, 눈 앞의 샴페인도 한 잔 마셨다. 준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운명이지. 야유가 쏟아졌다. 그 장난스럽고 요란한 반응들이 은한은 싫지 않았다. 다른 의미에서 목이 말라졌다. 더 짖궂은...
서준이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서준이 자신에 대한 비밀은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의 것을 우연히 훔쳐보고 혼자만 알게 된 비밀이다. 그 가까움은 사이에 겨우 벽 하나만 세워둔 것이어서, 준이는 비밀을 더 생생하게 엿들을 수 있었다. 이웃집 남자는 어제 건물 청소부를 죽였고, 그저께는 어제 죽인 남자와 섹스를 했다. 그것은 정확히 일주일 전에...
새벽빛 비치면 네 감은 눈 눈두덩 은은하고 내게 들리는건 고른 너의 숨소리와 흔들리는 박동 누구 것인지는 몰라도 귓갈 울리는 소리는 오직 그것들 뿐이고 아침 밝아올때까지 멈춘것같던 세상이 열리는 너의 시선에 고스란히 모이면 나는 여태껏 비웃어온 영화의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지는 장면을 되뇌이고 어째서 그 시선들은 그렇게 맞붙은듯 가까운가 의아했던 질문도 깜빡...
가끔 남자는 처연한 짐승같은 눈을 했다. 어딜 보느냐고 물으면 대답 없이 손을 뻗고 어리광을 부렸다. 산만한 남자의 등을 끌어안으면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가 턱 막혔다. 그 남자의 냄새가 그렇게 만들었다. 몇 년이 지나자 남자에게서 원래 나던 것과도 구별할 수 없게 된 슬픔의 냄새가. 나는 너를 사랑해서 슬퍼. 그 남자를 가슴에 안고 숨을 죽이면서는 그런 생...
사춘기 아이들 사이로 사랑에 대한 환상이 꽃가루처럼 퍼지기 시작하는 봄의 새학기였다. 그 통조림같이 좁은 학교 안에서, 여자애들의 첫사랑이란 결국 몇 특정 인물에게로 방향이 모이기 마련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옆 반 담임인 국어가 그 중 하나였다. 교무실에서도 가장 젊었고, 말투가 다정했다. 또 다른 선택지인 체육은 유부남이었지만 키가 컸고 성격마저 시원했다...
"항상 오늘이 마지막일거라고 상상했어, 그 때 말야." 작게 숨을 고르며 가로등 아래에 누웠을 때 은한은 그렇게 말한다. 바로 방금 전 떠나온, 머나먼 집에 대한 이야기다. "이 해가 지면 나는 죽는다고." 그래서 난 밤이 좋았어, 은한은 몽롱하게 중얼거렸다. 방금 전까지 손톱으로 긁어도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꼭 붙어있던 몸 위로 피로가 노곤했다. "네가 ...
어느 하루 방황하던 굳은 어깻죽지는 흉진 등으로 이어지고, 악을 담던 눈은 장마철 먹구름처럼 가라앉은지 오래였다. 어둔 골목의 축축함 가운데 잿빛 하늘로 피어오른 연기만 홀로 희다. "투우야." 부르자 뒷수습을 돕던 남자 하나가 예 형님, 하고 쪼르르 다가와 섰다. 뒤에서는 묵묵한 신음과 비린내와 일하는 애들의 소리 같은 것이 간헐적으로 흘렀다. 멍한 시선...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