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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탤릭체는 영어입니다 길을 잃었다. “매웅.” 그리고 곧 죽을지도 모른다. “하, 시발.” 이런 도입부가 가능한 건 이곳이 미국이라서겠지. 무정부, 무질서, 대혼돈의 아포칼립스 세계관 같은 게 아니라, 그냥… 어메이징 USA라서. “…진짜 재수 드럽게 없음 뿅.” 고저 없이 중얼거리는 음성이 그들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다. 제 말투가 좀 뿅 받아서 그렇...
안녕하세요. 듀입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포스타입 글을 다 내렸습니다. -> 우성명헌 단편글과 연재글 먼저 살렸습니다! 찾으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호호 사라진 포스트는 영구 삭제가 아니라, 소장본 원고 작업하면서 차례차례 수정 후 재업하려고 일단 내려봤습니다. 작업 끝나는 대로 다시 올릴 예정이니까 '앗 글이 없어졌다 이 사람 탈주...
이국의 땅에 내리자마자 후덥지근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왔다. 고향에서의 마지막 기억인 눅눅한 초여름의 향을 망각시키려는 건지, 오아후섬의 태양은 자비 없이 타올랐다. 공항 내부에서부터 시작된 태양신과의 기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명헌은 끝이 뾰족이 올라간 에일리언 선글라스로 자신을 보호했다. 이 아이템을 착용하면 자외선 차단 +40, 시야 차단 +10, 암...
“우성이 미국 유학이 결정됐다.” “…….” “인터하이 끝나면 9월에 가게 될 거야.” “네.” “별로 놀라지 않는구나?” “그럴 것 같았으니까요. …뿅.” 조금은 놀라는 척이라도 해야 했을까. 무미건조한 내 대답에 선생님은 눈썹을 한 번 치켜들었다가 작게 웃어 보이셨다.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는 선생님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려 발끝을 쳐다봤다. 발치에 있는 ...
“오늘 모이라고 한 건 다름 아니라 정우성을 죽이고 싶어서다.” 쿠루루룹. 밑바닥에 남은 음료까지 싹싹 흡입하는 소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빨대로 얼음을 굴리는 낙수를 잠깐 쳐다보던 현철은 말을 이어갔다. “요즘 정우성 귀여운 척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서, 내가 자꾸 어떤 험한 생각을 하게 만들어.” “낙수야, 내 것 마실래?” “에이스랑 주장을 한 번...
방학의 끝자락에 우성이네와 우리 집은 가족 동반 여행을 떠났다. 샌디에이고 해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고운 모래를 끌어모아 다리 위로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도움까지 동원해 커다란 모래더미 안에 들어간 나는 따스한 햇살 아래 서서히 익어갔다.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모래찜질만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우성이는 왜 바다에 안 들어가냐고 한껏 징징대다가 광...
나는 평범한 10대 청소년에 불과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냐면, 북태평양을 횡단하는 비행기를 멈출 힘이 없다는 것이다. 어른들의 뇌를 조종하는 초능력도 없고. 성공에 목마른 부모님을 설득할만한 훌륭한 언변과 처세술도 갖추지 못했다. 믿고 두고 갈 수 있는 신뢰조차 쌓지 못한 철부지 10대는 결국 부모님에게 종속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 하늘을 나는 거,...
명헌은 주목받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구 강호교에 들어온 이상, 쏟아지는 관심을 피할 도리가 없었으니. 흰개미 같은 운동복을 입고 학교 밖을 나가기만 해도 지역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붙었고, ‘이야! 산왕이다, 산왕!’ 이러는데 어떻게 성가시지 않을 수가 있을까. 무던한 성격의 명헌조차도 그 지대한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다. ...
양손 가득 짐을 짊어진 낙수는 기숙사 게시판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방 배정 결과가 학년별로 한 장씩 나란히 걸려있었고 낙수는 2학년에 해당하는 용지 앞에 서서 회색 문서를 빠르게 스캔했다. 김, 김, 김, 김낙, 아니 얘는 김남수고, 김낙수… 김낙수… 찾았다, 김낙수. 312호 김낙수 이명헌 제 이름 옆에 거짓말처럼 배열된 세글자. 낙수의 눈썹이 꿈틀...
2학년 때의 일이었다. 미지근한 물에 피로를 씻어내고 막 나와서 옷을 갈아입고 있던 낙수에게 부원 한 명이 다가왔다. 그는 낙수의 동급생이기도 했다. 한껏 목소리를 낮추고 속닥거리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남들이 들으면 곤란한 주제라는 건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야, 낙수야. 너도 오늘 가?” “뭘?” 그에게 장단 맞춰 똑같이 목소리를 낮춘 낙수가 전혀 모르...
다소 충동적이지만 우리는 커플링을 맞추러 가는 중이다. 장거리도 이만큼 장거리일 수 없을 만큼, 약 6천 마일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시간은 1분 1초가 귀했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했고 아쉬움이 없을 만큼 하루를 꽉 채우는 데이트를 해야 했다. 돌이켜보니 원래 계획...
딸랑-. 유리문 상단에 달린 금색의 종이 흔들렸다. 귓전을 울리는 맑은 종소리를 동반하며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등장했다. 일자로 다물린 입술과 반쯤 감긴 눈, 진한 눈썹과 곧게 뻗은 코.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이목구비를 가진 남자가 세탁소에 발을 들이고 그의 뒤로 종 울림의 잔음이 흩어진다. 얼핏 풍기는 포근한 비누향이 그의 우직한 이미지를 한층 누그러뜨렸다...
“흐아앙!! 선생님! 김낙수가 째려봐요~!” “내, 내가 언제?” “흐어이잉!” 선생님 품에 꼭 안긴 자그마한 여자애 주변으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에에에! 김낙수가 울렸대요! “아니거든!” 짓궂은 아이들이 낙수에게 손가락질하며 키득거렸고 낙수는 빨개진 얼굴로 반박했다. 눈물 젖은 아이의 뺨을 닦아주던 선생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낙수를 바라봤다. 낙수는 바지...
저는 소중한 친구에게 배덕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이 더러운 욕망과 이기적인 욕심을 내일도 들키지 않게 부디 저에게 행운과 용기와 끈기를 주세요. 기왕이면 넉넉하게 좀 많이 주세요. ‘아멘.’ 낙수는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소리 없이 입 모양만으로 벙끗댔다. 눈을 뜨자 어두컴컴한 기숙사 방 천장이 보였다. 이런 의식을 치르기 시작한 지 서른 번째 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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