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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헌과 주희는 공교육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학교에 기대하는 것도 없었다. 학교는 그저 적당한 사회성과 올바른 습관을 기르기 위한 발판이라고만 여겼고, 교육은 돈이든 정성이든 들이는 만큼 제값으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러니 정현이 두 달 전부터 대기를 걸어뒀던 유명 학원의 종일반을 걷어차고, 학교에...
“성일 씨는 아들 있댔나?” 시멘트 반죽이 묻은 장갑을 벗은 김중현이 물었다. 성일이 안전모를 벗으며 “예.”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에서 이곳으로 함께 넘어온 수환의 말로는 중현이 이 근방 인력 소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했다. 얼굴을 트고 말이라도 몇 번 섞어두면 소개비라도 싸게 뗄 수 있지 않겠냐면서 수환은 작업 내내 중현의 주변을 맴돌았더랬다. “...
“무슨 말이 적당할지 계속 생각했는데.” 정현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호경의 눈이 정현의 눈으로 향한다. “무슨 말을 해도 네가 당황할 거라면 그냥… 이게 제일 나을 거 같았어.” 호경은 뺨이라도 맞은 표정이었다. 말없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숨을 흘리더니,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현도 그를 따라 다급하게 일어섰다. 그리고 자리를 벗어...
Creep - Maximilian Hecker “진짜 일출 보고 가려고?” 솔직히 일출을 보겠다는 건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정현은 시답잖은 소리나 농담을 곧잘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정현은 좀처럼 터미널로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해가 떨어지자마자 자신을 끌고 으슥한 산길을 오르는 것에 도저히 묻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자 앞서 완만한...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김밥과 라면을 먹었다. 정현은 호경이 반이나 남긴 라면을 보고는 밥을 남기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둥, 네 살배기도 안 믿을 허풍을 떨더니, 호경 대신 싹싹 긁어먹었다. “배고프면 더 시켜 먹어.” “버스 늦었어. 가야 돼, 지금.” 휴지로 입가를 닦은 정현이 백팩을 아무렇게나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빨리 오라며 이끄는 것에...
“호경아.” “아, 왜.” “시험 끝나면 바다 보러 갈래?” 호경이 말없이 정현을 다시 돌아봤다. 정현의 눈가에는 웃음기가 스며있다. “뭔 바다….” “바다 안 좋아해?”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넌 놀 생각밖에 안 하냐. 고창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정현의 팔이 호경의 어깨에 턱, 걸렸다. 호경의 심장이 그 팔의 무게만큼 내려앉는다. 따분하...
기말고사가 시작하던 날, 정현은 깁스를 풀었다. 깁스도, 보호대도 없이 나타나서는 붕대를 두어 번 가볍게 감은 발목으로 교실을 방방 뛰어다녔다. 가람이 오늘 축구 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호경은 그들을 돌아보지 않으려고 펜을 꼭 쥔 채 문제 풀이를 이어 나갔다. 매번 헷갈리는 문제다. 해설을 봐도, 풀이를 통째로 외워도 조금만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정현의 손이 움찔거린다. 호경은 깜짝 놀라, 얼른 손을 거두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눈을 꼭 감고서 정현의 뒤척임이 잦아 들기만을 기다렸다. 이내 침대 위가 다시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정현이 부스럭 소리를 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현의 두 발바닥이 바닥에 닿았다. 곧 그가 후우우, 한숨을 내쉰다. 정현이 왜 깼는지, 왜 다시 잠들지 않는 건지 ...
호경의 눈이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다닌다. 고민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현은 “밥 먹고….”하면서 말끝을 늘였다. 오갈 데 없이 움직이던 호경의 눈동자가 정현을 올려다본다. “자고 갈래?” 호경이 말없이 눈을 크게 떴다. 처음이었다. 그래서 단번에 거절하지 못했다. 미처 대답을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자, 정현이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늦은 점심은 순두부였다. 육회비빔밥과 순두부 중에서 순두부를 선택한 학생들이 낡은 처마 아래서 기웃거리며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호경도 그 틈에 섞여 들어가자, 5반 담임이 일사불란하게 짝수를 맞춰 테이블마다 학생들을 앉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인솔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금세 둘, 또는 넷이 모여 테이블에 앉았는데, 호경만 계속 출입구 근처를 서성였다. 혼자...
드넓은 유채꽃밭 사이로 삼삼오오 무리를 이룬 학생들이 줄지어 갔다. 제일 뒤편에 선 호경은 앞서 걷는 정현의 등을 보면서 안전용 울타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정현이 호경을 돌아보려고 할 때마다, 누군가 정현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달라붙었다. 이번에는 시은이다. “정현아. 우리 사진 찍어주라. 야, 구도 알지. 다리 길게.” “누굴 찍사로 아나….” 시은의 요...
“이거 뒤로 넘기자. 민우야, 얼른 앉아야지.” 조례시간, 교탁에 선 담임이 유인물 뭉치를 건넸다. 교실 벽에 걸린 거울 앞을 서성이던 민우가 담임을 휙, 돌아보고는 얼른 자리에 앉았다. “쌤, 그거 뭐예요?” “한 장은 지필평가 가정통신문이고, 한 장은 체육대회 대신해서 가는 현장체험학습 안내문이거든? 필참은 아니고 도서관에 고3들 자습자리 만들어준다...
학교 근처, 제일 오래된 수제 햄버거 가게에서 세트를 두 개 샀다. 정현이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징징댄 덕분이다. 까만 비닐봉지에 따끈한 햄버거와 콜라 두 개씩 넣고, 앉아서 먹을 만한 곳을 찾다가 놀이터까지 오게 됐다. 호경은 오래된 그네에 정현과 나란히 앉아서 햄버거를 싼 은박지를 벗겨냈다. 그리고 정현에게 슥, 건넸다. “다정도 하셔라.” 호경은 피식...
구급차가 정현을 실어 갔다. 남학생 하나 축구하다가 다쳐서 실려 간 건 별것 아니지만,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정현이었다. 수업 시간이었는데도 소식은 금세 퍼졌다. 모두가 창문에 매달려서 들것에 어정쩡하게 누운 정현을 구경했다. 정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아픈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야단날 일인가 싶은 모양이었다. “헐크 같은 새끼….” 교실 뒤편에서 정현...
정문 옆 울타리 틈새로 운동장을 바라보는 성일의 시선을 붙든 건, 번쩍거리는 축구화를 신은 채 뛰고 있는 정현이었다. “뭘 그렇게 보고 있어?” 어느새 수환이 곁에 섰다. 성일은 말없이 정현을 바라보기만 했다. 호경이 그렇게 웃는 건 처음 봤다. 그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눈살을 구기면서, 웃음을 쏟아낼 줄 아는 녀석인 줄도 몰랐다. 당장이라도 저 녀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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