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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망설이고 있었다. 왈칵 쏟아지는 마음이 뒷꿈치를 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승철에게로 향하던 걸음은, 이내 뚝 멈추고야 말았다. …가면 안 되잖아. 끝이라고, 이미 몇 년 전에 끝이었다고 말한 건 자신이었으니까. 그러나 자꾸만 심장에 나침반이라도 달아놓은 것처럼 마음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최승철이 쓰러졌다고, 마음이 아니라 몸이 망가져 쓰러졌다고, ...
엠프렉 요소 주의 47. 최승철은 인생 최대의 속도로 차를 몰았다. 제 옆에서 신음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고꾸라져 앓는 정한에게 몇 번이나 오른손을 뻗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빨리 병원으로 데려가는 것 뿐…. 윤정한은 저를 태워 병원을 향하고 있는 것이 최승철이라는 사실도 채 인지하지 못하고 식은땀만 펄펄 흘릴 뿐이었다. 본능적으로 배를 ...
3년 전엔가 이탈리아 여행을 갔을 때, 신발 가게에서 사장님이 미쳤어요! 라는 한글 문구를 보고 웃었던 적이 있었다. 이탈리아에서도 미친 사장님은 한국 분이신가? 뭐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C그룹 최승철 부사장의 비서는, 회사 문 앞에다가 부사장님이 미쳤어요! 라고 적어두고 싶었다. 부사장님이 미쳤다. 이건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
여전히 무겁게 드리운 적막 사이로, 이지훈이 한숨과 함께 짓씹듯 짧은 욕설을 뱉었다. 석민이 쓰리게 꺼내놓은 이야기가 머릿속을 찌르듯 채우고 있었다. "…도대체 이걸 뭐… 어떻게 해야 되냐고…." 미간을 잘게 구긴 지훈이 작게 읖조리자, 이번에 한숨을 뱉은 것은 이석민이었다. 예주의 연락으로 상황을 전해 듣는 내내 머릿속이 점멸하는 것만 같았다. 윤정한이…...
승철이 잔뜩 굳어진 얼굴로 집에 들어서자, 최 솔은 지훈의 품에서 후다닥 내려와 쪼르르 그에게로 다가섰다.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지만, 최승철은 기계처럼 아이를 받아 안았다. 마르고 작은 체구의 아이가 품에 쏙 안겨들자, 품으로 느릿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기억 속에서 제가 끌어안았던 이에 비하면 턱없이 조그마한 몸이었다. 그러니까, ...
아이와 승철이 인사를 나눈 순간 터진 눈물을 겨우 진정시키는 윤정한을 가만히 바라보던 최승철은 이내 한 번 더 그의 뒷머리를 쓸어내렸다.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어…. 한참 눈물을 흘리던 정한이 조금 진정하자, 승철은 다시금 시선을 내려 윤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동그란 눈으로 승철과 눈을 맞춰왔다. …윤정한을 꼭 닮은 얼굴. "…너랑 엄청 닮았다, 윤이." 다...
1. 이 감독님 신작 찍는대, 라는 빅 뉴스가 돌기 시작했다. 무려 4년 만의 복귀였던 터라,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시작된 소문은 순식간에 널리 퍼졌다. 무려 이지훈 감독 4년 만의 복귀작이라니…. 이 감독의 영화라면 본디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 없었다. 말하자면 애시당초 시작부터 남달랐다. 이렇다 할 유명 배우라고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던, 영...
한참 울음을 쏟아내고서야, 정한은 번뜩 떠오른 윤의 얼굴에 거의 발작하듯 최승철의 품을 벗어났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덩달아 놀란 승철이 벌떡 일어나는 정한의 손목을 잡자, 그제야 조금 진정한 윤정한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윤이, 윤이는……. "…이석민씨가 데리고 나갔어. 아마 지수랑 셋이 있을 거야." 아…. 그 말에 순간 몸에 힘이 풀...
머리칼을 거칠게 쓸어넘긴 승철이 대답을 요구하는 듯 눈썹을 들어올렸다. 맞은 편에 앉은 홍지수는 그 표정을 읽어내고는 얼굴을 조금 더 굳혔다. 목적이 명백한 두 눈, 그리고 제가 말하기 어려운 진실들. 그것이 느리게 휘몰아쳤다. "…우선 미안해, 결국 너를 속인 거. 너 그렇게 힘들어 할 동안… 숨긴 것도." 답지 않게 낮아진 목소리로, 지수가 크지 않게 ...
윤예주, 의식을 되찾는 순간부터 당장 그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윤정한에 관한, 제가 모르는 이야기를 전부 듣고 싶었으니까. 아니, 들어야 했으니까. 명함에 적힌 번호로 다급하게 연락을 남겼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무작정 그의 사무실까지 찾아갔던 터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사색이 된 채 차에 오르는 예주를 발견한 것이었다...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 인물관계도 (굳이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진짜 별 거 없어요)(그냥 약간의 떡밥 아닌 떡밥 정도)
지수의 연락에, 미간을 잔뜩 구겼던 이지훈은 이내 얕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솔이 내가 데리고 우리 집에 왔으니까 그냥 오늘은 데리고 있을게…. 수화기 너머의 홍지수는 승철이 일어나면 다시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걸음을 옮기자 쇼파에 앉아 책을 읽던 아이가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춰왔다. 앳된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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